박지완, 허지예 감독이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15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문을 여는 법'의 박지완, 허지예 감독을 만났다.
'문을 여는 법'은 독립을 위한 첫 걸음이었던 내 집이 하루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진 자립준비청년 하늘(채서은 분)이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문화예술NGO 길스토리 대표인 배우 김남길이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자립준비청년들과의 문화적 연대를 이루기 위해 만든 단편영화다. 채서은, 심소영, 노이진 등이 출연하며, 김남길, 고규필은 특별 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극 중 하늘이 보육원을 나오며 자립정착금으로 받는 돈은 1000만 원. 적은 돈은 아니지만 1000만 원으로 살 집에 살림살이를 마련하고 생활비까지 사용하기에 많은 돈이라고 하긴 어렵다. 어렵게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고 세간을 마련한 하늘. 사치를 부리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월세 내기도 빡빡해졌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빠듯한 현실을 월세방이 줄어들어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하늘의 모습으로 표현됐다. 박 감독은 "1000만 원은 큰 돈이지만 누군가 정착하기에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거다. 청년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늘의 무의식에 '이 집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집에 계속 있고 싶은데 해결하려면 현실적인 선택지가 얼마나 있을까'는 불안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소재로 한 기존 콘텐츠들이 그들의 연민의 시선으로 조명한 것과 달리, '문을 여는 법'은 유쾌하고 엉뚱한 동화, 판타지로 이야기를 연출했다. 박 감독은 "2~3년 전 다큐멘터리, 후원 등 이들을 향한 관심이 한참 있었다. 하지만 연민에 호소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면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에 관객들이 익숙지 않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법이 오히려 그들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이고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제안 받고 판타지 장르로 하겠다고 정했다"며 "영화를 준비하며 자립준비청년들을 인터뷰했다. 똘똘하고 자기 객관화가 잘 돼 있는 건강한 20대 청년들이었다. '이 친구들은 오히려 준비돼 있는데, 우리가 준비가 안 된 게 아닐까' 싶더라. 이런 부분을 시나리오에 어떻게 녹여낼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들이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을 뿐이지 만난 분들 각각 달랐다. 이들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표현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피해보려고 했다. 이들이 겪는 현실을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생각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하늘이의 모험은 어떻게 펼쳐질지 고민해봤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이전의 다른 작업보다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작업했다고 한다. 허 감독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전 작업들보다 더 섬세함이 요구된다고 느꼈다. 나도 모르게 왜곡하게 되면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 중 하늘이가 느끼는 감정들이 중요한데,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당사자들, 보육원 엄마들을 인터뷰하며 감정적 영역에서 그들을 느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간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을 선보여온 두 감독. 박 감독은 "특별히 마이너리티를 다루고 싶었던 건 아니다. 제가 생각한 얘기가 재밌는데 마이너리티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저한테는 인생에서 하지 않을 선택을 많이 하게 한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계획적인 저와 즉흥적인 허 감독, 나이 차이 꽤 나는 후배와의 작업. 제 동료와 허 감독 동료가 합쳐지니 세대가 섞여서 좋았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 역시 편협한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다른 방식의 작업도 찾아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분위기가 밝은 영화를 찍으니 즐거움이 많더라. 이런 식으로 작업해도 재밌겠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소외된 사람을 소재로 다루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소외된 사람들의 얘기에 더 공감되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들면서 제가 품고 있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다정함'이다. '다정함'이 담기는 과정도 중요하고, 결과물에도 미미하지만 다정한 순간들을 넣고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을 여는 법'은 오는 20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15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문을 여는 법'의 박지완, 허지예 감독을 만났다.
'문을 여는 법'은 독립을 위한 첫 걸음이었던 내 집이 하루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진 자립준비청년 하늘(채서은 분)이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문화예술NGO 길스토리 대표인 배우 김남길이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자립준비청년들과의 문화적 연대를 이루기 위해 만든 단편영화다. 채서은, 심소영, 노이진 등이 출연하며, 김남길, 고규필은 특별 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극 중 하늘이 보육원을 나오며 자립정착금으로 받는 돈은 1000만 원. 적은 돈은 아니지만 1000만 원으로 살 집에 살림살이를 마련하고 생활비까지 사용하기에 많은 돈이라고 하긴 어렵다. 어렵게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고 세간을 마련한 하늘. 사치를 부리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월세 내기도 빡빡해졌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빠듯한 현실을 월세방이 줄어들어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하늘의 모습으로 표현됐다. 박 감독은 "1000만 원은 큰 돈이지만 누군가 정착하기에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거다. 청년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늘의 무의식에 '이 집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집에 계속 있고 싶은데 해결하려면 현실적인 선택지가 얼마나 있을까'는 불안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소재로 한 기존 콘텐츠들이 그들의 연민의 시선으로 조명한 것과 달리, '문을 여는 법'은 유쾌하고 엉뚱한 동화, 판타지로 이야기를 연출했다. 박 감독은 "2~3년 전 다큐멘터리, 후원 등 이들을 향한 관심이 한참 있었다. 하지만 연민에 호소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면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에 관객들이 익숙지 않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법이 오히려 그들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이고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제안 받고 판타지 장르로 하겠다고 정했다"며 "영화를 준비하며 자립준비청년들을 인터뷰했다. 똘똘하고 자기 객관화가 잘 돼 있는 건강한 20대 청년들이었다. '이 친구들은 오히려 준비돼 있는데, 우리가 준비가 안 된 게 아닐까' 싶더라. 이런 부분을 시나리오에 어떻게 녹여낼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들이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을 뿐이지 만난 분들 각각 달랐다. 이들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표현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피해보려고 했다. 이들이 겪는 현실을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생각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하늘이의 모험은 어떻게 펼쳐질지 고민해봤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이전의 다른 작업보다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작업했다고 한다. 허 감독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전 작업들보다 더 섬세함이 요구된다고 느꼈다. 나도 모르게 왜곡하게 되면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 중 하늘이가 느끼는 감정들이 중요한데,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당사자들, 보육원 엄마들을 인터뷰하며 감정적 영역에서 그들을 느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간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을 선보여온 두 감독. 박 감독은 "특별히 마이너리티를 다루고 싶었던 건 아니다. 제가 생각한 얘기가 재밌는데 마이너리티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저한테는 인생에서 하지 않을 선택을 많이 하게 한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계획적인 저와 즉흥적인 허 감독, 나이 차이 꽤 나는 후배와의 작업. 제 동료와 허 감독 동료가 합쳐지니 세대가 섞여서 좋았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 역시 편협한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다른 방식의 작업도 찾아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분위기가 밝은 영화를 찍으니 즐거움이 많더라. 이런 식으로 작업해도 재밌겠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소외된 사람을 소재로 다루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소외된 사람들의 얘기에 더 공감되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들면서 제가 품고 있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다정함'이다. '다정함'이 담기는 과정도 중요하고, 결과물에도 미미하지만 다정한 순간들을 넣고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을 여는 법'은 오는 20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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