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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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2024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의 MC 라인업이 공개된 가운데, 아이돌 팬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MC를 맡은 7명 가운데 4명이 트로트 가수이기 때문이다. 시청률을 높이고 트로트 팬들을 유입하고자 했다면 차라리 '트로트스타 선수권 대회'를 여는 게 맞지 않냐는 불만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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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육대'는 팬덤을 지닌 아이돌 스타들이 다채로운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0년 추석 연휴 파일럿으로 방영한 후 반응이 좋아 꾸준히 명절 때마다 방송됐다. 2011년 설에는 1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고, 연휴 기간 시청률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참가자 부상 등 부정적인 이슈로 뭇매를 맞으며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 설에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되짚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고, '2022 추석 아육대'에서 신설 종목 댄스스포츠까지 채택하면서 시청률 반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상적으로 개최된 역대 '아육대' 1부 전체를 통틀어 최악의 시청률인 2.8%를 기록했다.
사진=각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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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추석을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됐던 '아육대' 올해 2년 만에 돌아온다. 이와 함께 MC 라인업도 공개됐다. 지난 19일 MC 라인업으로 전현무, 장민호, 영탁, 이찬원, 강다니엘, 엔믹스(NMIXX) 해원, 정동원이 발탁됐다고 전해졌다. 앞서 17일엔 전현무, 이찬원, 강다니엘, 엔믹스 해원까지 4 MC를 완성됐다고 했지만, 이틀 만에 3명의 트로트 가수를 추가로 알렸다.

4명의 MC가 발표됐을 때까지만 해도 팬들은 신선한 조합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총 7명 가운데 반 이상이 트로트 가수가 되자, 이게 '아이돌'이 메인인 프로그램이 맞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그간 부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육대'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터. 또 한 번 팬들 사이 책잡힌 셈이다.

앞서 아티스트가 활동을 중단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 이어지자 팬들은 '아육대'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부상 이슈뿐만 아니라 남녀 아이돌의 만남의 장이라고도 알려졌고, 장시간 촬영으로 인한 피곤 누적, 역조공 대전 또는 팬덤 사이에 일어나는 신경전, 불균등한 방송 분량 등 크고 작은 논란거리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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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MC 라인업은 좋은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미스터트롯'은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프로그램으로 당시 중장년층 사이에는 트로트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아이돌 소비층과는 확실히 구분됐다. MBC 측은 "명절 프로그램이니만큼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트로트 가수들의 MC 라인업은 역대 '아육대'에서 이례적인 상황이다.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현재 방송계 경쟁이 무척 어렵고 치열하다. 트로트 가수를 섭외한다면 어느 정도 시청률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시청층을 잡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쓴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돌이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 열심히 경기를 펼치는 동안, MC들은 비교적 편안한 위치에서 진행을 맡는다. 아이돌의 팬들은 이를 좋게 볼 수 없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MBC는 그동안 진행해 온 육상, 양궁, 풋살, 댄스 스포츠에 새로운 종목으로 브레이킹 댄스를 추가하기도 했다. MC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아이돌 팬들 사이 잡음을 일으킨 가운데, MBC의 '최후의 수단'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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