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고발이 이뤄지고 죄인이 만기 출소하기까지 5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치유되지 않았다. 잔인한 범죄가 가해자들 사이에서 유흥처럼 취급됐고, 유흥 업소였던 '버닝썬'이라는 공간이 범죄로 물든 퇴폐 업소로 변질했던 과거는 피해자들에게는 현재 진행형인 고통이다.
BBC가 2018년과 2019년 벌어졌던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가수 정준영과 승리가 속한 단체 톡방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이 적나라하게 공개돼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단체 톡방에서 이들은 의식이 없는 여성을 강간하는 행위와 그 현장을 담은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는 범죄 행위를 가볍고 즐거운 유흥처럼 여겼다.
2016년 단체 톡방에 속한 멤버 중 한 명이 "어제 대구 **(여성) 맛봤냐"라고 묻자 정준영은 "태어나서 제일 웃겼던 날이다"라고 반응했다. 이어 정준영은 "형이 플래시를 터뜨려 (불법 촬영을) 걸린 거다 ㅋㅋ. 거기서 왜 플래시를 터뜨리냐. 너무 웃겼다"라며 덧붙였다.
다른 한 멤버가 "아 어제 그 여자애 진짜 뇌진탕 걸린 줄 알고 준영이 형이랑 엄청 놀랐다. 넘어질 때 머리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고"라고 밝히자 정준영은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버닝썬 사태를 취재한 강경윤 기자는 이에 대해 "너무나 추악했고 여성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 여성들을 무력화 시켜서 모욕하고 혐오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걸 마치 전리품처럼 자랑하고 낄낄거렸다"라며 탄식했다. 가해자들이 즐겁게 웃으며 범죄를 자랑하는 사이 피해자는 목숨을 위협받던 순간을 회상하며 고통받았으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기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5년 전 버닝썬에서 약물로 인한 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던 A씨에 따르면 어느 날 버닝썬에서 남성이 주는 술을 한 두 잔 마시고 심한 취기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화장실에서 아는 동생에게 "나 오늘 이상한 것 같다. 되게 빨리 취하는 느낌"이라며 "앞으로 술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며 이상 증세를 토로했다.
A씨는 "정신을 차려 보니 침대 위였다"며 눈물지었다. 그는 "술을 줬던 남성이 달려들어 강제로 옷을 벗겼고 제가 하는 저항을 폭력적으로 제압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나를 죽일 것 같았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행위를 하려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포기하고 누워있었다"고 했다.
강제로 성행위가 이뤄진 후 A씨가 집에 가고 싶다고 호소하자 남성은 자신과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길 강요했다. 성폭행 신고를 위해 A씨가 경찰서를 찾았지만, 남성은 여성과 찍은 사진을 증거로 성관계가 합의 아래 이뤄졌다고 주장했고 남성의 출국은 허가됐다. 이어지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 언급을 살펴보면, 버닝썬을 단순히 '유흥 업소'라고 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물론, 공간 자체에는 죄가 없다. 누군가에게 버닝썬은 즐거운 유흥을 위한 공간인 유흥 업소였다. 다만, 악인들이 범죄의 현장으로 활용함으로써 그 공간을 '퇴폐 업소'로 만들어 버렸다.
무엇보다 버닝썬을 이끄는 사내이사인 가수 승리가 주도적으로 성매매 알선을 했다면, 더욱 해당 공간을 건전한 유흥의 목적을 지닌 유흥 업소라고 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유흥이란 '흥겹게 놂'을 의미한다. 나아가 유흥 업소는 '술집 따위와 같이 흥겹게 놀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영업을 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퇴폐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도덕이나 풍속, 문화 따위가 어지러워짐'이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은 퇴폐 업소를 '미풍양속을 해치면서 불법성을 띠는 영업을 하는 곳'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고로 버닝썬은 유흥 업소보다 퇴폐 업소로서 기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사전적 정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유흥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 볼 수 없다. 하지만 특정 누군가에게만 한정된 즐거움을 위해 자행된 잔인한 범죄를 '흥겨운 놀이'로 치부할 수는 없다. 어느샌가 피해자의 눈물은 가해자의 웃음에 가려졌다. 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목소리가 세상으로 올라왔지만, 금세 가해자들은 만기 출소해 다시 '유흥'을 즐긴다. 버닝썬을 뒤잇는 또 다른 '퇴폐 업소'가 등장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단체 톡방에서 이들은 의식이 없는 여성을 강간하는 행위와 그 현장을 담은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는 범죄 행위를 가볍고 즐거운 유흥처럼 여겼다.
2016년 단체 톡방에 속한 멤버 중 한 명이 "어제 대구 **(여성) 맛봤냐"라고 묻자 정준영은 "태어나서 제일 웃겼던 날이다"라고 반응했다. 이어 정준영은 "형이 플래시를 터뜨려 (불법 촬영을) 걸린 거다 ㅋㅋ. 거기서 왜 플래시를 터뜨리냐. 너무 웃겼다"라며 덧붙였다.
다른 한 멤버가 "아 어제 그 여자애 진짜 뇌진탕 걸린 줄 알고 준영이 형이랑 엄청 놀랐다. 넘어질 때 머리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고"라고 밝히자 정준영은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버닝썬 사태를 취재한 강경윤 기자는 이에 대해 "너무나 추악했고 여성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 여성들을 무력화 시켜서 모욕하고 혐오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걸 마치 전리품처럼 자랑하고 낄낄거렸다"라며 탄식했다. 가해자들이 즐겁게 웃으며 범죄를 자랑하는 사이 피해자는 목숨을 위협받던 순간을 회상하며 고통받았으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기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5년 전 버닝썬에서 약물로 인한 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던 A씨에 따르면 어느 날 버닝썬에서 남성이 주는 술을 한 두 잔 마시고 심한 취기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화장실에서 아는 동생에게 "나 오늘 이상한 것 같다. 되게 빨리 취하는 느낌"이라며 "앞으로 술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며 이상 증세를 토로했다.
A씨는 "정신을 차려 보니 침대 위였다"며 눈물지었다. 그는 "술을 줬던 남성이 달려들어 강제로 옷을 벗겼고 제가 하는 저항을 폭력적으로 제압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나를 죽일 것 같았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행위를 하려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포기하고 누워있었다"고 했다.
강제로 성행위가 이뤄진 후 A씨가 집에 가고 싶다고 호소하자 남성은 자신과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길 강요했다. 성폭행 신고를 위해 A씨가 경찰서를 찾았지만, 남성은 여성과 찍은 사진을 증거로 성관계가 합의 아래 이뤄졌다고 주장했고 남성의 출국은 허가됐다. 이어지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 언급을 살펴보면, 버닝썬을 단순히 '유흥 업소'라고 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물론, 공간 자체에는 죄가 없다. 누군가에게 버닝썬은 즐거운 유흥을 위한 공간인 유흥 업소였다. 다만, 악인들이 범죄의 현장으로 활용함으로써 그 공간을 '퇴폐 업소'로 만들어 버렸다.
무엇보다 버닝썬을 이끄는 사내이사인 가수 승리가 주도적으로 성매매 알선을 했다면, 더욱 해당 공간을 건전한 유흥의 목적을 지닌 유흥 업소라고 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유흥이란 '흥겹게 놂'을 의미한다. 나아가 유흥 업소는 '술집 따위와 같이 흥겹게 놀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영업을 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퇴폐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도덕이나 풍속, 문화 따위가 어지러워짐'이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은 퇴폐 업소를 '미풍양속을 해치면서 불법성을 띠는 영업을 하는 곳'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고로 버닝썬은 유흥 업소보다 퇴폐 업소로서 기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사전적 정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유흥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 볼 수 없다. 하지만 특정 누군가에게만 한정된 즐거움을 위해 자행된 잔인한 범죄를 '흥겨운 놀이'로 치부할 수는 없다. 어느샌가 피해자의 눈물은 가해자의 웃음에 가려졌다. 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목소리가 세상으로 올라왔지만, 금세 가해자들은 만기 출소해 다시 '유흥'을 즐긴다. 버닝썬을 뒤잇는 또 다른 '퇴폐 업소'가 등장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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