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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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 콘셉트를 밀고 나가던 방송인 이상민이 이제는 새로운 이미지를 고찰해야 할 때를 맞이했다. 본인 스스로야 자연스럽게 빚청산을 보여줬을 뿐 콘셉은 아니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시청자들이 그를 '빚쟁이 콘셉트'로 인식해왔고, 그런 이미지가 방송인으로서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7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이상민이 수십억 원의 빚을 청산하고 채권자와 마지막 작별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상민은 "17명의 채권자에게 총 69억 원의 빚을 청산했다. 이제 한 200만 원 남았다"면서 뿌듯해했다.

1994년 그룹 룰라의 리더이자 메인 래퍼로 데뷔한 이상민은 1990년대 말부터 제작자로 변신해 기획사 상마인드를 설립하고 샤크라, 컨츄리꼬꼬 등 여러 아티스트를 제작해 2000년대 초반까지 성공한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했다. 아쉽게도 흥행은 지속되지 못했고 엑스라지, Q.O.Q 등 연이은 실패로 위기를 겪던 이상민. 그는 2005년 부도로 69억 원이 넘는 거액의 빚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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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도박 사이트, 불법 대출 알선 등 구설에 휘말리며 더 이상 대중 앞에 서기 어려운 단계가 됐다. 2004년 배우 이혜영과 결혼한 이상민은 이듬해 이혼을 했다. 8년 여 간의 연애 끝에 이뤄진 결혼이었기에 대중은 충격적이라고 반응하기도.

더 이상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중의 예상을 뒤엎고 이상민은 2012년 Mnet '음악의 신'에서 주연으로 활약을 펼쳤다. 좋지 않은 소식으로 비호감 이미지가 구축된 이상민은 '음악의 신'을 통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진솔함부터 잔잔한 웃음까지 전해 팬들의 마음을 호감으로 돌렸다. '음악의 신'은 이상민에게 있어서 인생 제2막을 열게 해 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이상민은 더 이상 빚에 싸여 숨거나, 어두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채무 상황을 당당하게 밝혔고 이는 개그 소재가 되기도 했다.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 그에게는 방송 일자리가 여럿 들어왔고 이상민은 힘차게 노를 저었다. '미우새'에 출연한 그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히며 대중으로부터 동정을 자아냈다. 아픈 상황에서도 빚을 갚기 위해 최대 5개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보는 이들을 신경 쓰이게 했다.

대중이 몰랐던 사실도 밝혀지기도 했다. 남의 빚을 갚지 않은 건 명백한 잘못이지만, 사실은 속내가 있었던 것. 과거 이상민의 회사 임원 중 한 사람이 이상민의 이름을 걸고 이사직에 투자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투자받은 사람은 2억3000만원이란 돈을 들고 해외로 도주했다. 전 재산을 사기당한 이사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상민을 찾아갔다고. 이에 이상민은 자신이 책임져주겠다 하면서 이를 채무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이상민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지만, 책임감을 갖고 노력한다는 사실에 대중은 또 한 번 그를 호의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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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빚을 청산하기 전 이상민의 활발한 방송 활동을 날카롭게 바라본 대중도 있었다. 이상민은 지난해 1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파트 매물을 계약했다. 이 매물은 20층에 위치한 51평형 구조다. 이상민은 보증금 없이 월세 560만 원에 입주했다. 이에 누리꾼은 "비연예인 수입으로는 꿈도 못 꿀 수준인데, 돈 쉽게도 벌었다", "가난은 코스프레였냐?"며 비아냥대는 반응도 다수 있었다.

2018년 이상민은 빚을 다 갚아가고 있었지만, 가족들에게 채무 빚이 48억 원 있던 게 밝혀져 그 돈까지 자신의 채무로 받아들여 갚고 있다고 했다. 이상민의 빚 70억 원에 가족 빚 48억까지 더해 총 118억 원의 빚이었다. 이상민은 파산 신청을 하지 않고 꾸준히 연예 활동하며 빚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음악의 신'을 계기로 빚, 가난, 궁상 캐릭터로 꾸준하게 방송 활동한 이상민. 돈을 받지 못한 채무자가 버젓이 피해받는 상황에서 빚을 유머 코드로 썼단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빚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졌다는 점은 칭찬받을 지점이다. 문제는 방송인 이상민으로서의 미래다. 여기서 빚을 계속 소재로 삼는다면, 이미지 악화는 불가피하다.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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