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한번으로 영혼 체인지? '브랜딩 인 성수동'
2010년대 초중반 우리가 사랑했던 영혼체인지 로맨스
'시크릿 가든', '49일', '빅', '오 나의 귀신님'
2010년대 초중반 우리가 사랑했던 영혼체인지 로맨스
'시크릿 가든', '49일', '빅', '오 나의 귀신님'
!['브랜딩 인 성수동' 스틸컷. /사진 제공=U+ 모바일](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BF.35778963.1.jpg)
공통적인 특징은 나와는 상반된 상대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감정을 공유하면서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얼핏 보기엔 이해할 수 없던 누군가의 인생에 아주 깊숙하게 스며들면서 말이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며 이러한 영혼체인지 로맨스는 모습을 감췄다. 이야기 구조가 엇비슷하다 보니, 클리셰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한계와 함께 드라마의 흐름이 바뀌게 된 탓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통 로맨스물의 수요가 줄면서, 그 자리를 다양한 장르물들이 채우고 있다.
5일 공개된 U+모바일 tv '브랜딩 인 성수동'(감독 정헌수)은 2010년대 자주 사용되던 소재를 다시 재조립한다. 마케팅 팀장 강나언(김지은)과 인턴 소은호(로몬)이 한 번의 우연한 키스로 영혼이 바뀌는 이야기가 그러진다. 인간미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이 까칠하지만 일머리만큼은 빠른 강나언과 늘상 해맑지만 어리숙한 소은호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물이다. 두 사람은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붙어있어야 하며, 신체적, 심리적 거리가 가깝지 않았다면 몰랐던 내면의 상처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 그 시절'의 영혼 체인지 로맨스 뭐가 있는지 살펴보자.
계급과 삶의 환경이 다르던 두 남녀, 영혼이 바뀌며 서로를 이해하다
SBS '시크릿 가든'(2010)
![사진=SBS '시크릿 가든' 방송 캡처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BF.35779001.1.png)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2010년 방송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는 로엘(LOEL)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로엘백화점의 사장인 김주원과 가난하지만 명랑함만은 잃지 않는 스턴트우먼 길라임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전혀 접점이라곤 없을 것 같지만, 김주원은 영화 촬영 중이던 스턴트우먼 길라임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한순간 마음이 빼앗기고 만다. 2화에서 길라임을 막 대하는 감독에게는 "저한테는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제가, 길라임 씨 열렬한 팬이거든요"라는 능글맞은 대사를 시전하기도 한다.
![사진=SBS '시크릿 가든' 방송 캡처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BF.35779010.1.png)
'시크릿 가든'과 '브랜딩 인 성수동'이 남녀의 영혼이 서로 뒤바뀌는 형태의 닮은 꼴이라면, SBS '49일', KBS 2TV '빅', tvN '오 나의 귀신님'은 생판 모르던 남의 몸에 영혼이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빙의물에 가깝다. '시크릿 가든'의 영혼이 바뀌는 행위가 상대의 삶에 융화되는 과정을 그린다면, '49일', '빅', '오 나의 귀신님'은 무너져버린, 복구해야 하는 자신의 삶을 전혀 모르던 타인의 개입으로 인해 돌아보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던 타인의 몸에 들어가, 나 자신이 누구인지 인지하다
SBS '49일'(2011), KBS 2TV '빅'(2012), tvN '오 나의 귀신님'(2015)
![사진=SBS '49일' 방송 캡처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BF.35779076.1.jpg)
'49일'은 결혼을 앞둔 신지현(남규리)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하며 사건이 펼쳐진다. 스케줄러(정일우)는 신지현에게 49일의 시간 동안 송이경(이요원)의 몸에 들어가 가족을 제외한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는 3명의 사람에게 진심이 담긴 눈물을 얻는 미션을 수행해야 다시 의식을 되찾을 수 있다고 고지한다. 하지만 미션은 그리 쉽지 않은데 신지현이 빙의된 송이경은 과거 자신보다 아끼고 사랑하던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두 발로 일어서지 못하는 상태다. 남들이 활동하는 낮에는 죽은 듯이 잠만 자고, 밤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몸을 이끌고 나가서 무기력한 표정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이다.
신지현의 빙의 조건은 그렇다. 송이경이 잠든 낮 시간만 활동이 가능하며, 밤에는 다시 빠져나올 것.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송이경의 삶에 개입한 신지현은 우선 어질러진 방 청소와 텅 빈 냉장고를 채우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산뜻한 느낌이 드는 원피스로 갈아입는다. 두 사람은은 '49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이용해 내가 이전 생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 때문에 멈춰있는지를 질문한다.
![사진=KBS2 '빅' 방송 캡처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BF.35779055.1.jpg)
드라마는 길다란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남자친구인 서윤재에 대해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사고 난 남자친구를 위해 일 처리를 하다 보니 자신이 모르던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를 사랑했던 것은 맞는지'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싹트던 와중에 고등학생 강경준의 영혼이 들어간 서윤재는 자꾸만 길다란을 헷갈리게 한다. '빅'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이의 영혼 체인지를 통해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되묻고 자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진=tvN '오 나의 귀신님' 방송 캡처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BF.35779059.1.jpg)
본질적으로는 영혼 체인지 드라마는 '나'와 '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드리고 있다. 2010년대 중후반에 다다르며, 비슷한 소재와 이야기 구조의 영혼체인지 로맨스는 자취를 감췄지만, 어쩌면 2020년대를 접어들면서 다른 방식으로 나를 둘러싼 다른 이들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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