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I, S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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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렇게 따뜻한 남자 주인공은 없었다.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짝꿍 신혜선만을 바라보는 지창욱의 한 마디가 안방극장을 훈훈한 온기로 덥히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웰컴투 삼달리'는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삼달(신혜선 역)이 모든 걸 잃고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지창욱 역)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며 사랑도 찾는 청정 짝꿍 로맨스.

극 중 짝꿍 조삼달(신혜선 역)의 개천이 되어 주고픈 조용필(지창욱 역)이 따뜻함의 의인화로 떠오르고 있다. 찬란한 꿈을 가지고 상경한 서울에서 논란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삼달을 향한 한 마디, 한 마디가 상처받고 방황하는 그녀를 따스하게 품어주고 있기 때문. 이에 시청자들 사이에선 마음 온도까지 훈훈하게 만든 조용필의 '난로 어록'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중 베스트 '난로 어록' 3선을 정리해봤다.

상처받은 신혜선을 어루만진 한 마디, "너 괜찮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한 톱 포토그래퍼 조삼달은 때아닌 논란에 휘말렸다. '후배 괴롭힌 사진작가'라는 오명은 승승장구 중이던 커리어에도 큰 타격이었다. 무엇보다도 누구 하나 "괜찮냐?"라고 물어주는 이가 없었다는 것은 매섭고도 씁쓸한 현실이었다. 사진작가로 고군분투하며 쌓아온 화려한 인맥들도 삼달의 해명을 들어볼 생각도 없이 매몰차게 등을 돌려 버렸다.

죽을 만큼 열심히 달려왔던 이 길이 모두 헛된 것임을 깨달아 허탈하고, 고된 서울살이를 버티느라 변해버린 자신이 정말 후배를 벼랑 끝으로 몰았던 것인지 괴로운 삼달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 건 "너 괜찮아?"라는 용필의 한 마디였다. 아무도 이를 궁금해하지 않을 때,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알고 토닥여 준 그 말에 삼달의 눈시울은 뜨거워졌다. 생각해보면 지난 30년간, 자신의 옆을 지키며 힘들 때마다 "괜찮냐?"고 물어준 사람은 언제나 용필이었다. 그 따듯한 한마디는 삼달뿐만 아닌, 화면 너머에 있는 시청자들까지도 토닥였다.

8년 공백 무색했던 "너 그런 짓 할 애 못 된다는 거 아니까"

8년 만에 만난 삼달에게 용필이 궁금한 건 그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진실이 아니었다. 용필은 삼달을 다시 만나 반가웠고, 그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했고, 거센 풍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는 그녀가 괜찮은지 걱정됐다. 하지만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 사람’들에게만큼은 꼭 해명하고 싶었던 삼달은 왜 이에 관해 물어 봐주지 않냐며 설움을 토해냈다.

그런 삼달에게 용필이 덤덤하게 건넨 말은 "너 그런 짓 할 애 못 된다는 거 아니까"였다. 용필이 없던 8년 동안 남친이 4번 바뀌고 연봉이 10배가 뛰었다는 삼달은 "사람이 연애 경험이 늘고 돈벌이가 늘면 변한다"라며 자조했다. 하지만 30년을 삼달과 함께했고, 8년을 뒤에서 묵묵히 그녀를 지켜봐 왔던 용필은 "조삼달이 아무리 변해봐야 조삼달이지. 조삼달은 사람들한테 막 상처 주고 그런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좀 믿어 조삼달을"이라며 그녀에게 확신을 심었다. 8년의 공백도 무색하게, 언제나처럼 삼달을 잘 알고 있는 용필이 건넨 그 위로는 방황하는 삼달을 흔들리지 않게 꽉 붙잡았다.

"사진작가 조은혜 말고 진짜 조삼달 찾자" 주저앉은 신혜선이 앞으로 나아갈 힘

삼달은 자신에게 논란을 점화한 후배 어시스턴트 방은주(조윤서 역)와 정면 돌파함으로써 본인의 괴롭힘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지만, 모두가 자신에게 등을 돌려 버린 현실은 씁쓸했다. 서울 한복판에 생뚱맞게 서 있는 제주 은행처럼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도시에서 18년을 뻔뻔하게 또 짠하게 버텨왔는데 여전히 마음 둘 곳 하나 없었다.

잘나가는 사진작가 조은혜가 아니면 필요 없는 잔인한 현실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던 그 길이 빈 껍데기 같이 느껴졌다. 반평생을 사진기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이게 사라지고 나니 아침에 일어나 무얼 해야 하는지, 사람들과는 무슨 대화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런 삼달을 보며 용필은 "사진작가 조은혜 말고, 진짜 조삼달 찾자"라고 권했다. 그렇게 주저앉은 삼달을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이 돼주고, 길을 잃은 그녀에게 이정표가 되어준 용필이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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