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EBS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영상 캡처
사진= EBS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영상 캡처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이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감독과 자신의 공통점으로 카메오 출연을 꼽았다.

26일 EBS에서 방송된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 사담회'(이하 '인물사담회')에서는 서스펜스의 거장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의 반전 면모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배정재, 장도연, 곽재식 교수와 영화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영화감독이 출연했다.

지금까지도 영화인들의 교본이 되는 감독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처음 카메오로 출연한 것은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변영주 감독은 신작이 개봉되면 관객들이 카메오 히치콕을 찾는 놀이로 이어진 사실을 소개하며 자신 역시 자신의 영화 '화차'에 깜짝 출연한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발연기 탓에 자신이 나왔던 카메오 촬영본이 모두 편집 당했다고 밝혀 출연진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사진= EBS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영상 캡처
사진= EBS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영상 캡처
히치콕 감독은 소품마저 고르고 고를 만큼 자신의 영화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던 감독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영화 '사이코' 촬영 당시 생생한 음향 효과 전달을 위해 갖가지 수박을 주문했다던 일화가 소개됐다. 바이올린 선율에 묻혀서 비교적 덜 주목을 받았던 주인공을 칼로 찌르는 소리가 수박을 지르는 소리였다는 것. 변영주 감독은 "연기를 너무 못해서 제일 먼저 편집된 부분이 자신이었다"고 밝혀 폭소를 터뜨렸다.

최초로 시도한 영화 기법이 많은 히치콕은 많은 영화감독이 오마주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죠스'에 촬영법을 따라하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드라이버'는 히치콕의 '현기증' 오프닝과 유사하다는 예시를 설명했다.

어린 히치콕이 잭 더 리퍼가 활동했던 동시대에 살면서 살인 사건에 관심을 보였던 어린 시절의 일화가 전해졌다. 히치콕이 살던 영국의 레이턴 스톤은 런던 근교에 위치한 노동자들의 주거 지역이었다. 히치콕은 할아버지 때부터 청과상을 하던 배경 탓에 손님들이 얘기하는 범죄 사건을 들으며 자랐지만, 그의 반전은 겁쟁이였다는 것이다.
사진= EBS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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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귀로 듣는 게 제일 중요해"라고 생각했던 히치콕은 '싸이코' 샤워 장면에 나오는 칼이 몸을 찌르는 소리를 위해 수박을 종류별로 다 사 와서 녹음했다고 전해진다. 수박, 머스크멜론, 칸달로프 멜론, 감로 멜론을 차례로 찔러보고 '싸이코'의 효과음으로 낙점된 것은 머스크 멜로이었다고 변영주 감독은 일화를 밝혔다.

1940년 '레베카'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히치콕 감독은 천재이지만 동시에 천재라고만 칭송할 수 없는 또 다른 반전 면모가 존재했다. 바로 도를 넘은 장난으로 배우들을 곤란하게 한 것. 영화 '39계단'을 촬영할 당시, 남녀 주인공이 서로 수갑에 묶인 채 촬영했지만 수갑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장난을 친 일화가 드러났다. 특히 영화 '새'를 촬영할 당시에는 여주인공인 티피 헤드런을 속여 인공 새가 아닌 진짜 새와 촬영을 하게 해 결국 병원 신세까지 지게 했다. 출연진 모두는 선 넘은 장난이라며 히치콕 감독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진= EBS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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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아닌 애처가 히치콕의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영화 속에 본인이 아내 알마 메빌에게 했던 프러포즈를 여러 번 등장시켰다고. 영화의 모티브로 자주 등장한 아내는 히치콕의 뮤즈였다. 하지만 아내와 갈등이 있었던 경우에는 아내를 살해하려던 내용을 7편이나 제작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들은 배성재는 아내와의 관계가 보통 살벌한 것이 아니었을 것 같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히치콕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던 이유에 대해 변영주 감독은 "히치콕한테는 영화밖에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을 세상에 증명할 유일한 수단으로 영화를 선택한 것 같다"고 덧붙이며 서스펜스 거장이자 인간 히치콕을 설명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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