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주고 싶기도 했고 제 주변에 홍보 일하는 분들 중에 숏컷 스타일을 한 분들이 많았어요. 머리에 신경쓸 시간이 없어서 짧은 머리를 많이들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한테 여쭤봤더니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같다며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로 오피스물에 첫 도전한 이연희는 숏컷으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연희는 촬영은 지난해 12월 끝났지만 여전히 짦은 머리였다. '청순함의 대명사'로 꼽히는 배우였던 만큼 이연희의 짧은 머리는 대중들에겐 '파격적'이었다. 이연희는 숏컷 스타일이 "좋다. 시안도 많이 찾아보고 골랐다. 대신 촬영할 때 좀 힘들더라. (머리가 자라니까) 계속 잘라줘야해서 헤어 맡은 친구가 좀 고생했다"고 말했다. 숏컷 스타일을 고수할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좀 불편하더라. 스타일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젊게 보일 수도 나이가 훅 들어보일수도 있어서다. 지금 기르는 상태다"며 웃었다.
'레이스'는 스펙은 없지만 열정 하나로 대기업 계약직에 입사하게 된 박윤조(이연희 분)가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며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 지난 10일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2편씩 공개되고 있다. 이연희는 작은 홍보 대행사에서 일하다 차별 없는 채용 '스펙 아웃 프로젝트'를 통해 대기업 세용의 계약직으로 입사하게 된 박윤조 역을 맡았다.
"직장 생활을 하는 요즘 청년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해보진 못했지만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죠. 윤조와 윤조로 인해 성장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밌다고 느꼈어요. 윤조는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친구인데,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잘 될지 안 될지 몰라도 일단 부딪혀보는 성격이 매력적이었죠."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윤조지만 스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부조리한 일도 많이 겪는다. 윤조는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애쓴다. 이연희는 눈물을 보이며 감정 표현에 솔직한 윤조에 자신과 닮았다고도, 다르다고도 느꼈다. 그는 "저는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잘 우는 편이긴 하다. 윤조는 밝고 긍정적이고 노력하는 친구인데, 사회에서는 능력보다는 스펙만 보고 바로 열외시키는 모습에서 윤조가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윤조는 90년대생이고 MZ세대인데, 저는 80년대생이에요. 윤조가 팀장님한테 혼나고 우는 장면을 대본으로 읽었을 땐 어려웠어요. 저 때는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보단 꾹 참았다가 화장실 가서 엉엉 운다든가 했던 거 같아서요. 하하. 저라면 화장실 가서 울 거 같은데 윤조는 다르더라고요. 사람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주변에 물어보니 요즘 친구들은 감정에 솔직한 편이라고 하더라요. '그렇구나' 생각하며 준비했죠."
이연희는 더 실감나는 직장인 연기를 위해 주변에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추천 받은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작품을 통해 간접 경험해본 직장인의 삶은 배우의 삶과 어떻게 다른 것 같냐는 물음에 이연희는 이렇게 답했다.
"재밌었던 건 다들 모여서 일 얘기보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거였어요. 촬영하면서 저희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하하. 끝나고 술 마시면서 단합되는 느낌도 재밌었어요. 그런데 출퇴근은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배우는 직장인보다는 좀 자유롭게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잖아요. 직장인은 쉬고 싶을 때 쉴 수가 없고 모두가 쉴 때 같이 쉬어야하는 것도 힘들겠다 싶었죠. 자신의 페이스를 잘 조절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왜 요즘 친구들이 그렇게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는지 이해됐어요." 데뷔 20년을 앞둔 이연희는 최근 연극에 도전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연극도 좋은 경험이었다. 무대에 선다는 게 조금은 떨리고 긴장도 되는 일인데, 왠지 모르게 즐겁더라. 연기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첫 공연 때가 잊히지 않아요. 설레고 재밌고 흥분돼 있었죠. 관객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 기분도 처음 느껴봤는데, 힘이 있더라고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4개월간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하루에 10시간씩 했죠. 앞으로 연기를 준비할 때도 그런 노력을 쏟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연희는 그간 연예계 생활을 돌아보며 반성하기도,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20대 때는 미숙했지만 열정 가득했어요. 하하. 그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몰랐던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건지 알게 됐죠. 낯을 심하게 가렸던 성격 탓에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도 잘 대하지 못하기도 했어요. 30대인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20대에는 무수한 경험이 남았다면, 이제는 좀 더 사람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즐거운 작업을 만들어가려고 해요. 연기를 오래했지만 만족한 적은 별로 없어요. 도전이 원동력이고 또한 도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원동력이기도 해요. 도전하지 않으면 안주하는 느낌도 들어요. 연기는 저를 성장시켜요."
2020년 결혼한 이연희. 그는 "결혼 후 좀 편안해졌다. 불안했던 시기에 기댈 수 있는 누군가 생겨 심적으로 편안해지기도 했다. 옆에서 지원해주는 조력자가 있다는 점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국민 첫사랑 이미지를 내려놓는 아쉬움은 없냐는 물음에 "그런 부담은 없다. 그런 타이틀을 만들어주신 것 자체가 좋다.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아무나 다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웃었다. 또한 "이미 내려놨다. 20대 시절 타이틀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또 어떻게 나만의 이름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면서 "'믿보배'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다"며 쑥스러워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로 오피스물에 첫 도전한 이연희는 숏컷으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연희는 촬영은 지난해 12월 끝났지만 여전히 짦은 머리였다. '청순함의 대명사'로 꼽히는 배우였던 만큼 이연희의 짧은 머리는 대중들에겐 '파격적'이었다. 이연희는 숏컷 스타일이 "좋다. 시안도 많이 찾아보고 골랐다. 대신 촬영할 때 좀 힘들더라. (머리가 자라니까) 계속 잘라줘야해서 헤어 맡은 친구가 좀 고생했다"고 말했다. 숏컷 스타일을 고수할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좀 불편하더라. 스타일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젊게 보일 수도 나이가 훅 들어보일수도 있어서다. 지금 기르는 상태다"며 웃었다.
'레이스'는 스펙은 없지만 열정 하나로 대기업 계약직에 입사하게 된 박윤조(이연희 분)가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며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 지난 10일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2편씩 공개되고 있다. 이연희는 작은 홍보 대행사에서 일하다 차별 없는 채용 '스펙 아웃 프로젝트'를 통해 대기업 세용의 계약직으로 입사하게 된 박윤조 역을 맡았다.
"직장 생활을 하는 요즘 청년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해보진 못했지만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죠. 윤조와 윤조로 인해 성장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밌다고 느꼈어요. 윤조는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친구인데,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잘 될지 안 될지 몰라도 일단 부딪혀보는 성격이 매력적이었죠."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윤조지만 스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부조리한 일도 많이 겪는다. 윤조는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애쓴다. 이연희는 눈물을 보이며 감정 표현에 솔직한 윤조에 자신과 닮았다고도, 다르다고도 느꼈다. 그는 "저는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잘 우는 편이긴 하다. 윤조는 밝고 긍정적이고 노력하는 친구인데, 사회에서는 능력보다는 스펙만 보고 바로 열외시키는 모습에서 윤조가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윤조는 90년대생이고 MZ세대인데, 저는 80년대생이에요. 윤조가 팀장님한테 혼나고 우는 장면을 대본으로 읽었을 땐 어려웠어요. 저 때는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보단 꾹 참았다가 화장실 가서 엉엉 운다든가 했던 거 같아서요. 하하. 저라면 화장실 가서 울 거 같은데 윤조는 다르더라고요. 사람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주변에 물어보니 요즘 친구들은 감정에 솔직한 편이라고 하더라요. '그렇구나' 생각하며 준비했죠."
이연희는 더 실감나는 직장인 연기를 위해 주변에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추천 받은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작품을 통해 간접 경험해본 직장인의 삶은 배우의 삶과 어떻게 다른 것 같냐는 물음에 이연희는 이렇게 답했다.
"재밌었던 건 다들 모여서 일 얘기보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거였어요. 촬영하면서 저희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하하. 끝나고 술 마시면서 단합되는 느낌도 재밌었어요. 그런데 출퇴근은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배우는 직장인보다는 좀 자유롭게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잖아요. 직장인은 쉬고 싶을 때 쉴 수가 없고 모두가 쉴 때 같이 쉬어야하는 것도 힘들겠다 싶었죠. 자신의 페이스를 잘 조절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왜 요즘 친구들이 그렇게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는지 이해됐어요." 데뷔 20년을 앞둔 이연희는 최근 연극에 도전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연극도 좋은 경험이었다. 무대에 선다는 게 조금은 떨리고 긴장도 되는 일인데, 왠지 모르게 즐겁더라. 연기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첫 공연 때가 잊히지 않아요. 설레고 재밌고 흥분돼 있었죠. 관객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 기분도 처음 느껴봤는데, 힘이 있더라고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4개월간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하루에 10시간씩 했죠. 앞으로 연기를 준비할 때도 그런 노력을 쏟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연희는 그간 연예계 생활을 돌아보며 반성하기도,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20대 때는 미숙했지만 열정 가득했어요. 하하. 그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몰랐던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건지 알게 됐죠. 낯을 심하게 가렸던 성격 탓에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도 잘 대하지 못하기도 했어요. 30대인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20대에는 무수한 경험이 남았다면, 이제는 좀 더 사람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즐거운 작업을 만들어가려고 해요. 연기를 오래했지만 만족한 적은 별로 없어요. 도전이 원동력이고 또한 도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원동력이기도 해요. 도전하지 않으면 안주하는 느낌도 들어요. 연기는 저를 성장시켜요."
2020년 결혼한 이연희. 그는 "결혼 후 좀 편안해졌다. 불안했던 시기에 기댈 수 있는 누군가 생겨 심적으로 편안해지기도 했다. 옆에서 지원해주는 조력자가 있다는 점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국민 첫사랑 이미지를 내려놓는 아쉬움은 없냐는 물음에 "그런 부담은 없다. 그런 타이틀을 만들어주신 것 자체가 좋다.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아무나 다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웃었다. 또한 "이미 내려놨다. 20대 시절 타이틀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또 어떻게 나만의 이름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면서 "'믿보배'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다"며 쑥스러워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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