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이 달라졌다. 대형 로펌의 ‘개’로 불리는 독종 변호사에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제대로 된, 훌륭한 국선 변호사가 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물어뜯는 독종 변호사 노착희(정려원 분)와 꽂히면 물불 안 가리는 별종 변호사 좌시백(이규형 분) 극과 극인 두 변호사가 함께 일하며 맞닥뜨리는 사건 속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법정 미스터리 드라마다.
노착희의 첫 등장은 화려했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재판에서 의뢰인의 비밀스러운 치부를 서슴없이 까발리기도 하고, 장산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기 위해 의뢰인과 짜고 치는 ‘쇼’를 불사했다. 이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업무 방식으로 승소율은 무려 90%에 육박했고, 자타공인 장산의 최고 에이스 자리에 군림했다.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그를 직원들은 ‘마왕’이라고, 다른 이들은 ‘장산의 개’라고 불렀다.
화려했던 만큼 추락도 빨랐다. 발단은 딱 한 번의 ‘착한’ 선택이었다. 강성제약의 변호를 담당했던 착희는 이 회사의 피임약 부작용인 환청, 환시, 섬망 등으로 남편을 칼로 찌른 친구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자살 시도를 조작했고, 모든 사실을 간파한 장산의 대표 장기도(정진영 분)는 “1년간 국선전담 변호사로 근무하다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고대하던 장산의 파트너 변호사 선임을 앞두고,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국선 변호사가 된 착희가 맡은 첫 의뢰는 기질성 뇌장애로 6세 지능을 가진 이귀동(정재원 분)이 과자를 두고 실랑이를 하다가 피해자를 발로 차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었다. 착희는 그가 사리분별도 못하고 때와 장소도 못가리는, 그저 본능적인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어머니(길해연 분)에게 “쇼를 하는 거죠. 판사님 재미있으시라고”라며 귀동이의 상태를 재판에서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법정에서 귀동이의 과자를 빼앗고, 과자를 빼앗긴 그가 본능적으로 폭력적인 공격성을 드러내는 점을 보여주자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정상참작을 유도해 징역형이 아닌 치료감호 명령을 받아낼 심산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종 변호사 노착희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처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없이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내달렸던 착희가 달라졌다. 국선 변호사로 사건들을 담당하면서 작은 것에 감사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 따뜻하게 스며든 그 온기에 “무료 A/S는 없다”는 원칙을 깨고, 결국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귀동에게 움직이기 불편한 노모 대신 찾아가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하고, 어린 미혼모 의뢰인 대신 아이의 출생신고도 직접 해주는 등 ‘제대로 된 인간’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이와 같은 착희의 변화는 장산과의 관계도 달라지게 했다. 장산의 이득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해왔던 ‘장산의 개’였던 그녀가 8년 전 자신이 장산에서 처음으로 맡았던 사건의 잘못을 인정하고, 장산에 맞서 재심 청구를 결심한 것. 장산에서의 삶을 후회하는지 묻는 좌시백에겐 "후회하지 않아요.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다만 이제라도 내 선택에 책임을 지려는 것 뿐"이라며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디즈니+의 오리지널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물어뜯는 독종 변호사 노착희(정려원 분)와 꽂히면 물불 안 가리는 별종 변호사 좌시백(이규형 분) 극과 극인 두 변호사가 함께 일하며 맞닥뜨리는 사건 속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법정 미스터리 드라마다.
노착희의 첫 등장은 화려했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재판에서 의뢰인의 비밀스러운 치부를 서슴없이 까발리기도 하고, 장산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기 위해 의뢰인과 짜고 치는 ‘쇼’를 불사했다. 이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업무 방식으로 승소율은 무려 90%에 육박했고, 자타공인 장산의 최고 에이스 자리에 군림했다.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그를 직원들은 ‘마왕’이라고, 다른 이들은 ‘장산의 개’라고 불렀다.
화려했던 만큼 추락도 빨랐다. 발단은 딱 한 번의 ‘착한’ 선택이었다. 강성제약의 변호를 담당했던 착희는 이 회사의 피임약 부작용인 환청, 환시, 섬망 등으로 남편을 칼로 찌른 친구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자살 시도를 조작했고, 모든 사실을 간파한 장산의 대표 장기도(정진영 분)는 “1년간 국선전담 변호사로 근무하다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고대하던 장산의 파트너 변호사 선임을 앞두고,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국선 변호사가 된 착희가 맡은 첫 의뢰는 기질성 뇌장애로 6세 지능을 가진 이귀동(정재원 분)이 과자를 두고 실랑이를 하다가 피해자를 발로 차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었다. 착희는 그가 사리분별도 못하고 때와 장소도 못가리는, 그저 본능적인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어머니(길해연 분)에게 “쇼를 하는 거죠. 판사님 재미있으시라고”라며 귀동이의 상태를 재판에서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법정에서 귀동이의 과자를 빼앗고, 과자를 빼앗긴 그가 본능적으로 폭력적인 공격성을 드러내는 점을 보여주자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정상참작을 유도해 징역형이 아닌 치료감호 명령을 받아낼 심산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종 변호사 노착희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처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없이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내달렸던 착희가 달라졌다. 국선 변호사로 사건들을 담당하면서 작은 것에 감사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 따뜻하게 스며든 그 온기에 “무료 A/S는 없다”는 원칙을 깨고, 결국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귀동에게 움직이기 불편한 노모 대신 찾아가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하고, 어린 미혼모 의뢰인 대신 아이의 출생신고도 직접 해주는 등 ‘제대로 된 인간’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이와 같은 착희의 변화는 장산과의 관계도 달라지게 했다. 장산의 이득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해왔던 ‘장산의 개’였던 그녀가 8년 전 자신이 장산에서 처음으로 맡았던 사건의 잘못을 인정하고, 장산에 맞서 재심 청구를 결심한 것. 장산에서의 삶을 후회하는지 묻는 좌시백에겐 "후회하지 않아요.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다만 이제라도 내 선택에 책임을 지려는 것 뿐"이라며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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