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사각지대' 대중예술 그리고 BTS②》

기울어진 운동장 병역특례 제도
산업기능요원 4000명 최다
박·석사 전문연구요원 2500명, 해운 수산업 승선 근무도 1000명

1973년 제도 시행 뒤 835명 예술요원 편입 됐지만
대중예술인은 '전무'

'국위선양' K팝' 산업 육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방탄소년단 / 사진=텐아시아DB
방탄소년단 / 사진=텐아시아DB


9000여명. 한국에서 병역 특례 제도를 통해 매해 현역 입대를 면하는 사람들의 숫자다. 1973년 시작된 뒤 산업 육성과 국위 선양 등을 이유로 제도를 운영한 결과다.

10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운영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는 8종류다. 생산,제조업 등 중소기업에서 근무를 하는 산업기능요원이 4000명으로 가장 많다. 이공계 석·박사 과정 진학을 통해 국방의 의무를 지는 전문연구요원이 2500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원양 어선 등 해운,수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인원도 1000여명에 달하고, 공중보건의나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등도 합치면 18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매해 선발인원 수가 바뀌는 예술·체육 요원까지 더하면 9000여명이 대체 복무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해결한다.
방탄소년단, 현행 대체복무제도 표 / 사진=텐아시아DB,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
방탄소년단, 현행 대체복무제도 표 / 사진=텐아시아DB,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
‘병역의무특례규제에 관한 법’,이 처음 제정된 건 1973년. 법 1조에 나오듯 ‘군 소요 인원의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기 위하여’ 만든 법이다. 산업 육성 등 필요에 의해 정책적 분야에 기술과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병역을 수단으로 쓴 모양새다.

과학인재 육성을 위해 전문연구요원이 당시 핵심 수출사업이던 원양어업을 육성하기 위해 승선근무예비역이란 제도가 생긴 이치다. 인력이 부족한 농어촌보건소의 운영을 위해서 공중보건의사와 공중방역수의사 등의 제도도 운영중이다.
방탄소년단 / 사진=텐아시아DB
방탄소년단 / 사진=텐아시아DB
예술체육요원도 이런 맥락하에 도입됐다. 예술체육요원의 효시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다. 1971년 샌프란시스코 콩쿠르에서 우승한 강동석이 병역 문제로 10년간 해외를 떠돌자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의 문화자원을 뺏기지 말자"며 예술요원 도입을 주문했다. 이듬해 뮌헨 올림픽 때 성적이 북한에 뒤처지자 엘리트 체육 육성방안으로 체육요원이 추가 되면서 지금의 예술체육요원의 뼈대가 꾸려졌다.

국위선양과 문화발전이라는 예술요원 편입의 추상적인 잣대는 예술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지 못한다. 적어도 병역에 있어서는 말이다. 대중예술인과 설치 미술 등 현대 미술계는 지난 50년간 대체 복무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올림픽 3등이내 아시안게임 1등 등 순위가 있는 체육계나 국제 콩쿠르 2위이내 입상 또는 국내 콩쿠르 1위 라는 음악 무용처럼 영화, 가요 등 대중문화계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들이 있지만, 이들의 재능은 존중받지 못했다.

현역 입대 기피와 병역 면탈 이라는 명분으로 둘러 쌓여진 채 꾸려진 전선은 대중문화인들이 목소리를 내기에는 광범위 했다. 현역병과의 공정성 프레임은 고급예술계와 불공정한 상황에 놓인 대중예술인을 핍박하기 좋은 명분을 제공했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국장은 "미디어에 쉽게 노출되는 엔터 산업 종사자들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들의 활약이 국민들의 자부심을 넘어 대한민국이란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는 '실질적 국위선양'"이라고 말했다.

병역특례제도가 도입된 1973년과 2022년은 반세기라는 시간적 단층위에 놓여 있다. 지난 50년간 한국은 원양어업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나라에서 아카데미시상식과 칸 시상식은 물론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했다. 2015년 57억 달러 수준이던 K팝 시장의 가치는 2019년 100억 달러를 넘긴 뒤 두자리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저 성장 트랩에 빠져 있는 한국경제에 몇 안되는 고성장 산업을 꼽으라면 엔터산업이 이름표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의 군입대 시기와 맞물려 사실상 최초로 대중예술인의 병역 특례 편입 여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특정 그룹의 병역 특혜로 치부하기엔 엔터산업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와 사회적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앞으로 어린 남자 배우가 오스카라도 석권하면 또 사회적 논쟁을 이어가는 것은 소모적이다. "한국의 문화 자원을 빼았기지 말아야 한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문화가 어느 분야인지는 제도가 만들어진 뒤 5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김순신/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soonsin2@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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