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인서트》
'장르만 로맨스' 속 스승과 성소수자 제자
경쾌하고 해학적 전개로 동성애 소재에 거부감 낮춰
'이터널스' 남성 히어로와 남성 연인 키스신에 일부 관객들 '당혹'
여전히 터부시되는 동성애 소재는 재치와 적정선이 관건
'장르만 로맨스' 속 스승과 성소수자 제자
경쾌하고 해학적 전개로 동성애 소재에 거부감 낮춰
'이터널스' 남성 히어로와 남성 연인 키스신에 일부 관객들 '당혹'
여전히 터부시되는 동성애 소재는 재치와 적정선이 관건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교수에게 "사랑해요"라고 고백하는 당돌한 학생. 교수가 남자인데 고백하는 학생도 남자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한 장면이다. '장르만 로맨스'는 동성애라는 민감한 소재에 접근하는 방식은 일상적이고 당돌했다.
'장르만 로맨스'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 분)을 둘러싼 '불편한' 관계들을 그린다. 현과 전처, 뒤늦게 사춘기가 온 고3 아들, 현의 전처와 교제 중인 현의 절친 등이다. 이러한 관계들 중에 관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현과 그의 제자이자 작가 지망생 유진(무진성 분)의 관계다.
유진은 현과의 첫 대면에서 "선생님이 왜 글이 안 되는 줄 아시냐. 안 되니까 안 쓰는 거 아니냐"고 돌직구를 날리고, 얼마 뒤 현의 대학 강의엔 학생으로 나타난다. 학교 식당에서는 의기양양하게 현과 합석하더니 대뜸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자신의 습작을 "읽어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이런 유진의 모습은 부담스럽지 않고 짝사랑하는 사람을 졸졸 쫓아다니는 귀엽고 당찬 MZ세대 연하남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은 많았지만 '장르만 로맨스' 속 성소수자의 이야기에 거부감이 낮은 건 '경쾌함'에 있다. 영화는 현과 유진에게 '아슬아슬한' 순간이 왔을 때 해학적이고 익살스럽게 전환시켜 마무리짓는다. 그러나 결코 가볍거나 우습지 않다. 현 역의 류승룡과 유진 역의 무진성은 너무 튀거나 무겁지 않게 감정의 적정선을 유지한다. 두 캐릭터가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이터널스'에도 동성애가 소재로 포함됐다. 태초의 발명가로 뛰어난 두뇌와 기술력을 가진 파스토스 캐릭터는 MCU 최초의 동성애자 히어로. 남성인 파스토스는 남성 연인과 가정을 꾸리고 아들을 키우고 있다. 영화에는 파스토스와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도 나온다. 일부 국내 관객들은 "당황스러웠다", "아이를 데려가려 했는데 동성애와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장면까지 있다고 해서 취소했다", "심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좀 놀랐다" 등 반응을 내놨다. 12세 관람가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계 밖 의외의 장면이 등장한 것이 이유다. 동성 키스신으로 인해 '이터널스'는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는 상영 금지를 당했고 미국 최대 영화데이터베이스 사이트 IMDB에서는 평점 테러가 쏟아지기도 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관대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터부시되기도 한다. '장르만 로맨스'는 동성애 코드에 관객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을 지켰다. 재치 있게 풀어냈지만 경박스럽지는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다. '이터널스'의 동성애는 관객들에게 당황스러워도 '장르만 로맨스'의 동성애는 불편함이 적은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교수에게 "사랑해요"라고 고백하는 당돌한 학생. 교수가 남자인데 고백하는 학생도 남자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한 장면이다. '장르만 로맨스'는 동성애라는 민감한 소재에 접근하는 방식은 일상적이고 당돌했다.
'장르만 로맨스'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 분)을 둘러싼 '불편한' 관계들을 그린다. 현과 전처, 뒤늦게 사춘기가 온 고3 아들, 현의 전처와 교제 중인 현의 절친 등이다. 이러한 관계들 중에 관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현과 그의 제자이자 작가 지망생 유진(무진성 분)의 관계다.
유진은 현과의 첫 대면에서 "선생님이 왜 글이 안 되는 줄 아시냐. 안 되니까 안 쓰는 거 아니냐"고 돌직구를 날리고, 얼마 뒤 현의 대학 강의엔 학생으로 나타난다. 학교 식당에서는 의기양양하게 현과 합석하더니 대뜸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자신의 습작을 "읽어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이런 유진의 모습은 부담스럽지 않고 짝사랑하는 사람을 졸졸 쫓아다니는 귀엽고 당찬 MZ세대 연하남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은 많았지만 '장르만 로맨스' 속 성소수자의 이야기에 거부감이 낮은 건 '경쾌함'에 있다. 영화는 현과 유진에게 '아슬아슬한' 순간이 왔을 때 해학적이고 익살스럽게 전환시켜 마무리짓는다. 그러나 결코 가볍거나 우습지 않다. 현 역의 류승룡과 유진 역의 무진성은 너무 튀거나 무겁지 않게 감정의 적정선을 유지한다. 두 캐릭터가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이터널스'에도 동성애가 소재로 포함됐다. 태초의 발명가로 뛰어난 두뇌와 기술력을 가진 파스토스 캐릭터는 MCU 최초의 동성애자 히어로. 남성인 파스토스는 남성 연인과 가정을 꾸리고 아들을 키우고 있다. 영화에는 파스토스와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도 나온다. 일부 국내 관객들은 "당황스러웠다", "아이를 데려가려 했는데 동성애와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장면까지 있다고 해서 취소했다", "심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좀 놀랐다" 등 반응을 내놨다. 12세 관람가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계 밖 의외의 장면이 등장한 것이 이유다. 동성 키스신으로 인해 '이터널스'는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는 상영 금지를 당했고 미국 최대 영화데이터베이스 사이트 IMDB에서는 평점 테러가 쏟아지기도 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관대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터부시되기도 한다. '장르만 로맨스'는 동성애 코드에 관객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을 지켰다. 재치 있게 풀어냈지만 경박스럽지는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다. '이터널스'의 동성애는 관객들에게 당황스러워도 '장르만 로맨스'의 동성애는 불편함이 적은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