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예능 찾는 올림픽 스타들
기대와 우려 쏠리는 이유
예능 찾는 올림픽 스타들
기대와 우려 쏠리는 이유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올림픽 폐막과 함께 시작된 선수들의 예능 나들이, 기대반 우려반
약 20일간 전국민을 웃고 울린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예능 나들이를 앞두고 있다. 시합에 열중한 선수들의 진지한 모습이 아닌 편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적지 않은 우려가 쏟아진다. 오래 전부터 올림픽 스타들이 '예능 작법' 안에 희생되는 걸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8일 폐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선수단의 투혼이 빛났다. 지난 5년간 피땀 흘려 준비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 국민들은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몇몇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거듭났다.
화수분처럼 새로 쏟아지는 스타들을 방송사가 두고볼 리 만무했다. 올림픽 기간 중 잠시 멈춰섰던 방송가는 이러한 열기를 활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늘 그랬듯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끝나면 참가 선수들은 방송가의 1순위 섭외 대상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핫한 스타를 모시기만 한다면 시청률과 화제성을 단번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지라 각 방송사는 사활을 걸고 러브콜을 보낸다.
이미 올림픽 스타들의 출연 확정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는 일찌감치 JTBC '아는 형님',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E채널 '노는 브로' 녹화를 마쳤다. 이들은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 촬영도 앞두고 있다.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과 조구함은 IHQ '맛있는 녀석들'을 만나 먹방 대결을 펼쳤으며 '언니가 쏜다' 출연도 확정했다.
SBS '집사부일체'는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4인방 출연을 확정짓고, 양궁 대표팀의 안산, 김제덕을 섭외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대한민국 최초로 올림픽 3관왕이라는 업적을 세운 안산과 첫 금메달을 안겨준 김제덕은 자타공인 이번 대회 최고 스타다. 대한양궁협회는 "안산에게 들어온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요청만 15개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김연경을 비롯한 4강 신화의 여자 배구 대표팀도 각 방송사가 눈독 들이고 있다. 올림픽 스타들의 예능 출연을 향한 대중의 기대감이 고취된 가운데, 회의적인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대중들의 가장 큰 우려는 선수들의 몸 상태다. 올림픽 내내 달려온 이들이 귀국하자마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에 많은 걱정이 일었다. 갑작스럽게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선수들이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다보면 건강은 물론, 향후 경기력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안산과 김제덕은 다음달 19일 열릴 세계 양궁선수권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기에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던 선수들이 비일비재했던 만큼 걱정이 나오는 것. 출연 결정은 선수 개인이 판단할 몫이지만, 이후 성적에 따라 현재의환호가 하루아침에 야유로 바뀔 수 있다.
노메달이나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외면하는 분위기도 만연하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모두 단상 위에 올랐다. 이들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하지만 시청자들은 더 다양한 스타들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단거리 수영 종목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황선우,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쓴 우상혁 등 많은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방송사들이 앞장 서서 이러한 선수들을 조명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쉬운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 선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발생했던 문제점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크다. 어렵게 시간을 낸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도저도 아닌 프로그램 기획안을 짜오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섭외에 목적을 두고 접근할 뿐,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입담이 좋거나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선수들에 의존하고 나머지는 리액션 위주로 담는 연출 방식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선수들을 내세워 홍보만 그럴싸하게 해놓고 분량이 실종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때마다 '예능적 작법'이나 콘셉트를 이유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걸 시청자들도 지켜봤다.
방송국과 제작진에게는 현재 올림픽 스타들만큼 손쉽게 프로그램을 홍보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 선수들의 투입 효과는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들의 출연 여부가 아니라 어떤 모습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지다. 어려운 발걸음을 한 손님들과 걱정이 앞서는 시청자들에게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지 관건이다. 선수들이 예능 나들이를 통해 도쿄올림픽의 아름다운 추억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올림픽 폐막과 함께 시작된 선수들의 예능 나들이, 기대반 우려반
약 20일간 전국민을 웃고 울린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예능 나들이를 앞두고 있다. 시합에 열중한 선수들의 진지한 모습이 아닌 편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적지 않은 우려가 쏟아진다. 오래 전부터 올림픽 스타들이 '예능 작법' 안에 희생되는 걸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8일 폐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선수단의 투혼이 빛났다. 지난 5년간 피땀 흘려 준비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 국민들은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몇몇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거듭났다.
화수분처럼 새로 쏟아지는 스타들을 방송사가 두고볼 리 만무했다. 올림픽 기간 중 잠시 멈춰섰던 방송가는 이러한 열기를 활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늘 그랬듯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끝나면 참가 선수들은 방송가의 1순위 섭외 대상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핫한 스타를 모시기만 한다면 시청률과 화제성을 단번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지라 각 방송사는 사활을 걸고 러브콜을 보낸다.
이미 올림픽 스타들의 출연 확정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는 일찌감치 JTBC '아는 형님',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E채널 '노는 브로' 녹화를 마쳤다. 이들은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 촬영도 앞두고 있다.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과 조구함은 IHQ '맛있는 녀석들'을 만나 먹방 대결을 펼쳤으며 '언니가 쏜다' 출연도 확정했다.
SBS '집사부일체'는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4인방 출연을 확정짓고, 양궁 대표팀의 안산, 김제덕을 섭외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대한민국 최초로 올림픽 3관왕이라는 업적을 세운 안산과 첫 금메달을 안겨준 김제덕은 자타공인 이번 대회 최고 스타다. 대한양궁협회는 "안산에게 들어온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요청만 15개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김연경을 비롯한 4강 신화의 여자 배구 대표팀도 각 방송사가 눈독 들이고 있다. 올림픽 스타들의 예능 출연을 향한 대중의 기대감이 고취된 가운데, 회의적인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대중들의 가장 큰 우려는 선수들의 몸 상태다. 올림픽 내내 달려온 이들이 귀국하자마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에 많은 걱정이 일었다. 갑작스럽게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선수들이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다보면 건강은 물론, 향후 경기력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안산과 김제덕은 다음달 19일 열릴 세계 양궁선수권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기에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던 선수들이 비일비재했던 만큼 걱정이 나오는 것. 출연 결정은 선수 개인이 판단할 몫이지만, 이후 성적에 따라 현재의환호가 하루아침에 야유로 바뀔 수 있다.
노메달이나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외면하는 분위기도 만연하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모두 단상 위에 올랐다. 이들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하지만 시청자들은 더 다양한 스타들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단거리 수영 종목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황선우,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쓴 우상혁 등 많은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방송사들이 앞장 서서 이러한 선수들을 조명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쉬운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 선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발생했던 문제점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크다. 어렵게 시간을 낸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도저도 아닌 프로그램 기획안을 짜오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섭외에 목적을 두고 접근할 뿐,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입담이 좋거나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선수들에 의존하고 나머지는 리액션 위주로 담는 연출 방식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선수들을 내세워 홍보만 그럴싸하게 해놓고 분량이 실종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때마다 '예능적 작법'이나 콘셉트를 이유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걸 시청자들도 지켜봤다.
방송국과 제작진에게는 현재 올림픽 스타들만큼 손쉽게 프로그램을 홍보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 선수들의 투입 효과는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들의 출연 여부가 아니라 어떤 모습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지다. 어려운 발걸음을 한 손님들과 걱정이 앞서는 시청자들에게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지 관건이다. 선수들이 예능 나들이를 통해 도쿄올림픽의 아름다운 추억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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