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다림’ 데칼코마니 : 전화 1초 대기조부터 흔적 찾기까지
유나비는 운명 같은 첫 만남 이후 박재언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다. 같은 학교, 같은 과임을 알고 나서도 들뜬 마음으로 박재언의 주위를 맴돌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오지 않는 전화와 문자를 기다리며 오래도록 휴대폰만 쳐다봤고, 괜스레 캠퍼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평소에는 들를 일 없던 금속 작업장도 찾아갔다.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스물셋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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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데칼코마니 : 과거에도 지금도, 한소희만을 향해있던 송강의 시선
박재언은 유나비가 달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첫 만남 때 함께 올려다본 달을 향해 예쁘다고 감탄하던 유나비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 벚꽃길 데이트 때도 박재언은 유나비에게 달이 떴다는 것을 알려줬고, 유나비는 “예쁘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박재언은 달이 아닌, 유나비를 보면서 똑같이 “예쁘다”라고 속삭였다.
이런 장면은 지난 7회에 변주되어 다시 등장했다. 조소과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유원지에서 단둘이 관람차에 오른 유나비와 박재언. 윤설아(이열음 분)와의 일로 박재언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유나비는 애써 그의 시선을 피하며 창밖 풍경을 향해 예쁘다고 혼잣말했다. 그리고 박재언은 이번에도 유나비를 바라보며 “진짜 예쁘다”고 중얼거렸다.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유나비만을 향해있는 그의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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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시작은 나비였다. ‘유나비’라는 이름을 들은 박재언은 그에게 관심을 보였고, 유나비 역시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날 유나비의 손목에 작은 나비 그림을 그려주던 박재언의 모습은 설렘 명장면으로 남았다. 맞닿은 두 손과 유나비의 손목에 스치는 가벼운 숨결, 닿을 듯 말 듯한 박재언의 입술까지. 누구라도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장면 역시 지난 7회에서 데칼코마니로 담겼다. 자신을 피하는 유나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박재언은 유나비의 손목에 난 상처를 눈치챘다. 박재언은 처음 만날 그날처럼 유나비에게 다가갔다. 살며시 붙잡은 손목부터 쓰라린 상처에 바람을 불어주는 것까지, 모든 것이 첫 만남 때와 닮아있었다.
유나비의 떨림 역시 그때와 똑같았다. 유나비는 결국 다가오는 박재언의 입술에 눈을 감았다. 입맞춤이 멈춘 찰나, “다시 하면, 나 못 멈출 것 같은데”라는 박재언의 말은 처음과 같은 이끌림으로 또다시 시작되는 둘의 관계가 어떤 궤도를 그려나가게 될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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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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