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식센2' 솔직과 불편 사이
아슬아슬한 19금 줄타기
유재석X이효리 케미 참고해야
'식센2' 솔직과 불편 사이
아슬아슬한 19금 줄타기
유재석X이효리 케미 참고해야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너무 관객 모드로 게스트를 안 봤으면 좋겠어요." tvN '식스센스2'에 새로 합류한 배우 이상엽은 여성 출연진이 게스트를 향해 지나친 관심을 드러내는 걸 보며 이렇게 말했다. 매주 다른 남성 게스트가 출연할 때마다 아슬아슬한 수위의 발언이 오가는 걸 지켜보던 그가 한 말이다. 지난 시즌 게스트로 처음 '식스센스'와 인연을 맺은 이상엽의 발언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여성 출연자들의 19금 농담이 시즌2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발전했다는 걸 입증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장면은 지난 23일 방송분 오프닝에서 나왔다. 이날 그룹 2PM의 준호가 등장하자 유재석은 "앞섶 너무 풀어헤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여성 출연진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전소민은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겠다"고 놀라고, 제시는 "가슴이 엄청 파였다"며 웃었다. 오나미와 미주는 "나도 보고 싶다"며 슬쩍 앞으로 나왔다. 제작진도 '무척 개방적인 앞섶'이라는 자막으로 부추겼다. 당황한 준호는 "(옷이) 너무 파졌나?"라며 걱정하기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던 유재석이 중재하자 준호는 그제야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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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2'는 이색적인 주제의 장소나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진짜 속에서 가짜를 찾아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SBS '런닝맨' 출신의 정철민 PD가 가장 자신 있는 포맷을 택한 것. 하지만 '식스센스'는 추리 예능의 탈을 쓰고 있을 뿐, 주로 출연진들의 호흡에 의존해 웃음을 뽑아낸다. 날카로운 관찰력이 필요하지 않고 그저 촉과 감으로 맞추다 보니 추리 과정에서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최종 결과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든다.
제작진은 이러한 아쉬움을 출연진의 티키타카로 메우고 있다. 지난해 론칭한 '식스센스'는 30년 예능 경력의 유재석이 최초로 여성 출연진 네 명과 호흡을 맞추며 화제를 모았다. 의외의 조합은 예상 밖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오나라, 전소민, 제시, 미주 등 개성 강한 여성 출연자들은 속옷 사이즈나 생리, 겨털 등 방송에서 대놓고 다루기 힘들었던 주제를 스스럼 없이 이야기했다. '국민 MC' 유재석도 처음 보는 광경에 당혹감을 드러내 큰 웃음을 안겼다. 이러한 과정은 일종의 '웃음 공식'처럼 소비됐고, 제작진은 관련 장면을 모은 영상 클립을 다수 제작하며 체계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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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즌2로 넘어오면서 더 큰 자극을 좇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여전히 솔직, 과감한 입담으로 유재석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웃음을 자아내고 있지만 위태위태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준호를 두고 출연진이 '가슴골'에 집중하며 농담을 주고 받은 예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배우 온주완, 엑소 카이, 하석진 등 남성 게스트를 불러놓고 난처하게 만드는 장면이 반복됐다. 시즌1에서 통했던 19금 토크는 본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에 그쳤지만, 누군가를 대상화한 야한 농담은 '예능'이라는 이유로 허용될 수 없다.
'식스센스2' 제작진이 유재석과 여성 출연진의 케미를 만들어내고, 그가 당황하는 모습에서 웃음을 찾으려 한다면 가수 이효리의 케이스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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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는 유재석의 반격에 당할 줄 알고, 오히려 자신을 더욱 망가뜨린다. "이효리는 허리가 길다"는 유재석의 외모 공격에 상처를 받았다며 역공을 펼치는 여유도 갖췄다. 때로는 따뜻한 미소와 칭찬으로 반전을 만들어내고, 유재석의 폭풍 애드리브에 선홍빛 잇몸을 드러내며 가장 큰 리액션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유재석을 쥐락펴락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효리는 19금 발언을 해도 절대 타인을 성적 대상화하지 않는다. 수십년 경력을 쌓는 내내 화끈한 입담으로 사랑 받았지만 누군가를 성적 대상화해 논란이 된 적은 없다. '식스센스2'가 유재석, 이효리의 케미를 참고한다면 야한 농담 없이도 유재석을 괴롭히면서 웃음을 자아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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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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