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키도 별로 크지 않은 배우에게 이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키 빼고 다 가진 배우임에 틀림없다. 중저음의 깔끔한 목소리와 발성, 크고 짙은 눈빛, 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근육질 몸매, 그리고 미모의 아내 이민정까지 가졌다.악마의 재능을 가진 배우 이병헌이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진출에도 성공했고, 봉준호, 송강호보다 더 일찍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도 올랐다. 이번 주에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다. '한국배우 최초 칸 영화제 시상자'라는 타이틀도 이력서에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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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작품에서 명연기로, 명장면을 만들어낸 이병헌이다. '이병헌이 훗날 당대 최고의 배우가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든 지점, 그리고 떡잎부터 대단한 연기를 보여준 장면이다.
1991년 KBS 공채 탤런트 14기로 데뷔한 이병헌은 '내일은 사랑', '아스팔트 사나이', '백야 3.98', '해피투게더', '아름다운 날들', '올인' 등 드라마에 주로 출연했다. 데뷔 초반부터 '청춘스타'로 정우성, 이정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는, 특유의 남성적인 매력으로 안방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데뷔 이후 10년 동안의 이병헌은 "연기 잘 하네" 정도였지, "연기 진짜 잘 하네"까지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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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반전 시킨 건 '공동경비구역 JSA'. 583만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충무로 티켓파워 배우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려 놓았다. 그간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으면, 이병헌은 영화가 성공한 것에 감격해서 시간만 나면 극장엘 가서 '공동경비구역 JSA'를 봤단다. 100번 가까이 봤다는 풍문도 돌았다.

드라마 '올인'을 통해 한류스타로 거듭난 것이,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등에서 선 굵은 연기로 '누아르 포텐'을 터트렸지만,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스티븐 서머스 감독은 이병헌의 도쿄돔 팬미팅 영상만 보고 그를 캐스팅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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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2년, 이병헌은 마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등 전설 속 할리우드 배우들이 핸드프린팅을 남긴 차이니스 극장 앞에 손도장을 남겼다. 아시아 배우로는 최초였다.
뒤이어 2016년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인 최초로 시상자로 선정돼 레드 카펫을 밟았다. 그는 그렇게 새로운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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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2015)부터 '남산의 부장들'(2020)까지 다작에 열중하면서, 다수의 작품을 흥행시킨 이병헌은 작품마다 '흠'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렇게 과거 따윈 필요 없는 무조건 믿고 보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이병헌은 "배우에게 쉼 없는 치열함 없이 성공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신인 시절 연기를 못한다며 모욕을 당하기 일쑤였단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서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등 연극부터 초석을 다져온 배우들과의 비교도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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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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