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美아카데미 최종 후보 발표
'미나리' 윤여정 등 연기상 후보 될까
'기생충'은 작품, 감독, '미나리'는 배우도 주목
영화 '기생충'(왼쪽), '미나리' 포스터./
영화 '기생충'(왼쪽), '미나리' 포스터./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오스카)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차지하며 역사를 다시 쓴 '기생충'을 넘어설 수 있을 지 전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나리'는 80년대 초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이민자 가정의 삶을 담은 영화로,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기점으로, 미국 내 여러 비평가상은 물론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외국어영화상까지 85관왕을 기록하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미국 감독조합(DGA)의 감독상부터 프로듀서조합(PGA)의 작품상, 배우조합(SAG)의 앙상블상까지 연이어 최고상에 노미네이트 돼 기대감을 더한다. 아카데미 투표권을 지닌 세 군데의 조합에게서 동시에 최고상 후보에 지목된 영화는 '미나리'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단 두 작품 뿐이다.

지난해 '기생충'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미국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의 주인공이 됐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못내 아쉬웠던 것은 배우들의 수상이었다.

당시 아카데미 최종 후보 발표부터 작품, 감독,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열연을 펼친 송강호, 이정은, 조여정,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 등 배우들을 향한 손짓은 없었다.

송강호는 아카데미 레이스에서 LA비평가협회상, 피닉스비평가협회상, 시카고인디비평가협회상, 도리안어워즈 4개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조여정은 뉴멕시코비평가협회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은 외면했다.
'미나리' 윤여정./
'미나리' 윤여정./
'미나리'는 다르다. 극 중 희망을 키워가는 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이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국제 온라인 시네마 어워즈까지 연기상 통산 32관왕을 달성하며 일찌감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유력 매체 뉴욕 타임스는 지난 10일 "'미나리'의 스티븐 연,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뉴욕 타임스는 그동안 아카데미에서 아시아의 영화들이 작품성을 인정 받았지만, 배우들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미나리'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앞서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에서도 '미나리' 배우들이 제외된 것에 대해 "후보 지명을 받을만 했지만 하나도 받지 못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미나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2주 앞서 열리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非) 영어 영화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캐스팅상, 주제가상까지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지난해 '기생충'은 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다. 한국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에서 연기상 후보에 선정돼 눈길을 끈다. 이미 '미나리'로 32개의 트로피를 획득한 윤여정이 지난해 '기생충'과는 달리 영국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수상할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된다. 아울러 미국배우조합(SAG)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라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열릴 이 시상식에서도 수상을 이어간다면, 미국 아카데미 최종 후보로 올라, 수상까지 이뤄내는 것이 결코 꿈은 아니다.
'미나리' 앨런 김./
'미나리' 앨런 김./
뿐만 아니라 데뷔작 '미나리'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아역배우상을 수상한 배우 앨런 김도 영국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 부문에 깜짝 후보로 등극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에서 배우 윤여정과 특별하고 매력적인 케미를 보여준 그는 특유의 순수한 매력과 함께 감독이 요구하는 것 그 이상을 표현해내는 등 천재적인 연기력으로 워싱턴, 시애틀, 라스베가스 비평가협회상과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도 연기상을 석권했다. 앨런 김도 '미국 아카데미'에서 일을 낼 수 있을 지 기대해 볼 대목이다.

주연으로 활약한 한예리와 스티븐연도 다크호스다. 극 중 한예리는 가족의 희망을 지켜내고자 하는 엄마 '모니카'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한예리는 2021 골드리스트 여우주연상 수상에 이어 美버라이어티에서 발표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 TOP5로 꼽히기도 했다.

아빠 '제이콥'을 연기한 스티븐 리도 골드 리스트, 덴버영화제, 노스텍사스비평가협회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여러 매체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미나리' 포스터./
'미나리' 포스터./
지난해 '기생충'이 감독, 작품상 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이번 '미나리'는 작품 이외에 배우들 또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나리'가 '기생충'이 미처 이루지 못한 일을 이뤄낼 지 주목된다.

한편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종 후보는 15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내달 25일 열린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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