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의 효용성을 묻다" />
2001년,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선수들의 연봉은 뉴욕 양키즈의 1/3 수준이었다. 그 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플레이오프에서 뉴욕 양키즈에게 2연승 후 3연패하며 탈락했다. 시즌이 끝난 뒤, 팀의 4번 타자, 마무리, 1번 타자는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구단으로 떠났다. 그 중 한 팀은 뉴욕 양키즈였다. 그래서 영화 에서 이 팀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의 인생은 자신의 딸이 불러준 노랫말과 같다. “인생은 너무 어려워. 그래서 난 우울해.”
메이저리그 단장은 최소 수천만 달러의 예산을 주무르고, 선수들을 자기 뜻대로 계약하고, 키우고, 팔고, 영입할 수 있다. 빌리 빈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는 메이저리그 최저 수준의 예산으로 뉴욕 양키즈를 이기고 싶어 했다. 심지어 자신의 방식으로. 야구인의 99.9%는 승리를 위해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달리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빌리 빈은 어깨 부상으로 공을 던질 수 없는 한물 간 포수를 1루수로 영입했다. 볼넷을 더 잘 골라서 1루에 나가는 능력, 출루율이 좋다는 이유다. 출루율이 좋으면 득점을 얻을 기회가 더 많이 생기고, 득점을 많이 얻으면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빌리 빈은 적은 예산으로 승리할 방법을 찾았고, 실행에 옮겼다. 몸매가 좋고, 스윙이 아름다운 선수들을 선호하던 스카우터들이 반발한다. 감독은 빌리 빈이 영입한 선수들을 쓸 수 없다고 버틴다. 차라리 포기하면, 욕 안 먹을 방법으로 적당한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래서 딸은 노래한다. “그냥 쇼를 즐겨요.”
어디까지가 현실과의 타협이고, 어디까지가 꿈인가 , 꿈의 효용성을 묻다" />
빌리 빈이 메이저리그에 도입한 머니볼 이론, 또는 세이버매트릭스는 야구를 수학, 통계, 과학으로 풀이한다. 이 이론의 추종자들은 스타플레이어의 아름다운 스윙 대신 그가 남긴 숫자들을 보고 감탄한다. 그러나 빌리 빈이 스윙 폼보다 출루율이 더 가치 있다는 주장을 관철시키는 과정은 야구보다 더 땀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 볼넷의 중요성을 교육시키고, 라커룸을 때려 부수면서 선수들의 분위기를 다잡으며, 영입한 선수를 기용하기 위해 감독이 미는 주전을 트레이드 시킨다. 뜻이 좌절 될 때마다 책상을 엎고, 의자를 집어던진다. 컴퓨터를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야구를 수치화시킨 남자가 건장한 몸과 다혈질의 성격과 패배가 늘 아프다는 승부욕을 가졌다는 아이러니.
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전기 영화 의 제작사 소니 픽쳐스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도 영화화한다. 빌리 빈은 야구를 숫자로, 마크 주커버그는 인간관계를 수학 공식으로 풀이했다. 스티브 잡스는 작고 네모난 IT 기기로 사람들의 생활을 바꿨다. 21세기는 인간관계, 스포츠, 생활 모두가 수학과 과학으로 증명되기 시작한 시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빌리 빈은 머니볼 이론을 위해 수없이 의자를 집어던졌고, 마크 주커버그는 창업 과정에서 친구와 소송에 휘말린다. 스티브 잡스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사람을 배신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어디까지가 현실과의 타협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꿈인지조차 모호해진다. 그래서 딸은 노래한다. “인생은 미로 같고 사랑은 수수께끼 같죠.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꿈을 가진 자는 계속 갈 수 있다 , 꿈의 효용성을 묻다" />
가장 비극적인 것은 빌리 빈이 그럼에도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빌리 빈이 머니볼 이론으로 메이저리그를 흔든 뒤, 돈 많은 팀들도 이제는 선수 스카우트에 머니볼 이론을 적절히 활용한다. 가난한 자 또는 가난한 공동체가 부유한 상대를 이기려면 패러다임을 전환해 새로운 방식의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성공가능성은 희박하고, 성공해도 돈 많은 상대가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 그 방식을 접목하면 또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올해의 승리를 기뻐하는 순간, 선수들은 떠나거나 연봉절약을 위해 팔아야 한다. 꿈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하고, 꿈을 위해 비정하게 사람을 자르고, 꿈을 위해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지른다.
대체 꿈은, 신념은 왜 필요한 것인가. 다만, 증명된 것은 꿈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로 계속 갈 수 있다는 사실 뿐이다. 빌리 빈이 운전하는 자동차처럼, 인생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의 길 같다. 하지만 어쨌든 차는 유턴 없이 앞으로 가고,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것이 비록 자신이 원한 곳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빌리 빈이 의자를 집어던져가며 관철시킨 머니볼 이론은 메이저리그의 선수 평가 기준을 바꿨다. 이제는 폼이 이상하고, 체격이 좋지 않고, 홈런이나 타점처럼 눈에 쉽게 보이는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방법을 찾았다. 머니볼은 빌리 빈을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 승리하게 하지는 못했다. 대신 야구팀에게 예산 이전에 정확한 가치 평가에 따른 효율적인 경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선수들로 하여금 보다 편견 없이 평가받도록 만들었다. 빌리 빈은 패배했다. 그러나 더 좋은 야구에 또는 세상에 기여했다. 그리고 빌리 빈은 엄청난 액수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부하고 지금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승리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딸은 노래한다. “아빠는 루저야.” 하지만, 아빠의 꿈은 옳았단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2001년,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선수들의 연봉은 뉴욕 양키즈의 1/3 수준이었다. 그 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플레이오프에서 뉴욕 양키즈에게 2연승 후 3연패하며 탈락했다. 시즌이 끝난 뒤, 팀의 4번 타자, 마무리, 1번 타자는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구단으로 떠났다. 그 중 한 팀은 뉴욕 양키즈였다. 그래서 영화 에서 이 팀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의 인생은 자신의 딸이 불러준 노랫말과 같다. “인생은 너무 어려워. 그래서 난 우울해.”
메이저리그 단장은 최소 수천만 달러의 예산을 주무르고, 선수들을 자기 뜻대로 계약하고, 키우고, 팔고, 영입할 수 있다. 빌리 빈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는 메이저리그 최저 수준의 예산으로 뉴욕 양키즈를 이기고 싶어 했다. 심지어 자신의 방식으로. 야구인의 99.9%는 승리를 위해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달리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빌리 빈은 어깨 부상으로 공을 던질 수 없는 한물 간 포수를 1루수로 영입했다. 볼넷을 더 잘 골라서 1루에 나가는 능력, 출루율이 좋다는 이유다. 출루율이 좋으면 득점을 얻을 기회가 더 많이 생기고, 득점을 많이 얻으면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빌리 빈은 적은 예산으로 승리할 방법을 찾았고, 실행에 옮겼다. 몸매가 좋고, 스윙이 아름다운 선수들을 선호하던 스카우터들이 반발한다. 감독은 빌리 빈이 영입한 선수들을 쓸 수 없다고 버틴다. 차라리 포기하면, 욕 안 먹을 방법으로 적당한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래서 딸은 노래한다. “그냥 쇼를 즐겨요.”
어디까지가 현실과의 타협이고, 어디까지가 꿈인가 , 꿈의 효용성을 묻다" />
빌리 빈이 메이저리그에 도입한 머니볼 이론, 또는 세이버매트릭스는 야구를 수학, 통계, 과학으로 풀이한다. 이 이론의 추종자들은 스타플레이어의 아름다운 스윙 대신 그가 남긴 숫자들을 보고 감탄한다. 그러나 빌리 빈이 스윙 폼보다 출루율이 더 가치 있다는 주장을 관철시키는 과정은 야구보다 더 땀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 볼넷의 중요성을 교육시키고, 라커룸을 때려 부수면서 선수들의 분위기를 다잡으며, 영입한 선수를 기용하기 위해 감독이 미는 주전을 트레이드 시킨다. 뜻이 좌절 될 때마다 책상을 엎고, 의자를 집어던진다. 컴퓨터를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야구를 수치화시킨 남자가 건장한 몸과 다혈질의 성격과 패배가 늘 아프다는 승부욕을 가졌다는 아이러니.
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전기 영화 의 제작사 소니 픽쳐스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도 영화화한다. 빌리 빈은 야구를 숫자로, 마크 주커버그는 인간관계를 수학 공식으로 풀이했다. 스티브 잡스는 작고 네모난 IT 기기로 사람들의 생활을 바꿨다. 21세기는 인간관계, 스포츠, 생활 모두가 수학과 과학으로 증명되기 시작한 시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빌리 빈은 머니볼 이론을 위해 수없이 의자를 집어던졌고, 마크 주커버그는 창업 과정에서 친구와 소송에 휘말린다. 스티브 잡스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사람을 배신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어디까지가 현실과의 타협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꿈인지조차 모호해진다. 그래서 딸은 노래한다. “인생은 미로 같고 사랑은 수수께끼 같죠.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꿈을 가진 자는 계속 갈 수 있다 , 꿈의 효용성을 묻다" />
가장 비극적인 것은 빌리 빈이 그럼에도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빌리 빈이 머니볼 이론으로 메이저리그를 흔든 뒤, 돈 많은 팀들도 이제는 선수 스카우트에 머니볼 이론을 적절히 활용한다. 가난한 자 또는 가난한 공동체가 부유한 상대를 이기려면 패러다임을 전환해 새로운 방식의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성공가능성은 희박하고, 성공해도 돈 많은 상대가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 그 방식을 접목하면 또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올해의 승리를 기뻐하는 순간, 선수들은 떠나거나 연봉절약을 위해 팔아야 한다. 꿈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하고, 꿈을 위해 비정하게 사람을 자르고, 꿈을 위해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지른다.
대체 꿈은, 신념은 왜 필요한 것인가. 다만, 증명된 것은 꿈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로 계속 갈 수 있다는 사실 뿐이다. 빌리 빈이 운전하는 자동차처럼, 인생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의 길 같다. 하지만 어쨌든 차는 유턴 없이 앞으로 가고,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것이 비록 자신이 원한 곳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빌리 빈이 의자를 집어던져가며 관철시킨 머니볼 이론은 메이저리그의 선수 평가 기준을 바꿨다. 이제는 폼이 이상하고, 체격이 좋지 않고, 홈런이나 타점처럼 눈에 쉽게 보이는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방법을 찾았다. 머니볼은 빌리 빈을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 승리하게 하지는 못했다. 대신 야구팀에게 예산 이전에 정확한 가치 평가에 따른 효율적인 경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선수들로 하여금 보다 편견 없이 평가받도록 만들었다. 빌리 빈은 패배했다. 그러나 더 좋은 야구에 또는 세상에 기여했다. 그리고 빌리 빈은 엄청난 액수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부하고 지금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승리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딸은 노래한다. “아빠는 루저야.” 하지만, 아빠의 꿈은 옳았단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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