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의 아사노 타다노부는 좀 심심했다. 1990년대 중반 아오야마 신지, 이와이 ?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만나며 일련의 아트 영화들로 대중을 놀라게 한 그지만, 2000년 들어서면서 그의 연기는 그저 무난하게 훌륭했다. 수차례의 남우주연상 수상, , 등 해외 합작 영화로 활동의 보폭도 넓혔지만 ,무심하게 나타나 긴 여운을 주고 사라졌던 그의 첫 등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음악을 하는 아사노 타다노부, 촬영을 하는 아사노 타다노부 역시 작가의 인장을 새긴 배우의 예상 가능한 속살이었다. 오히려 우리는 를 보며 오다기리 조에 반했고, 시간이 더 흘러서는 카세 료의 조금은 물을 탄 듯한 농담을 선호했다. 2000년 들어 패색을 드리운 일본 예술영화와 비슷하게 아사노 타다노부의 이름은 조금씩 지루해졌다. 하지만 2011년 그는 140자로 더 깊은 속살을 스스럼없이 내보였다. 스크린이 주지 못했던 물살이 크게 한번 일렁였다. 사소하지만 거창한 아사노 타다노부의 2막이 시작됐다.
음악, 사진, 만화까지 아사노 타다노부의 나침반

그는 인터넷 잡화 패션 사이트 Pass the Baton에서 4컷 만화 ‘배우의 일상’도 연재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그림으로 재잘댄다. 아사노의 그림은 연필이나 굵은 펜으로 쓱싹 훑어낸 정도다. 거친 그림체와 사방으로 삐죽 튀어나온 선들은 공들여 멋을 부리지 않는다. 내용은 소소하다. 돼지와 병아리의 대화를 엿듣거나, 소녀만화 속 쌍둥이 캐릭터의 자문자답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여기서 그는 마음 한 구석을 슬쩍 건드는 작은 메시지를 던진다. 의 이야기를 확장해 토끼 2세와 거북이 2세의 에피소드를 그린 81화에서 두 동물의 대화는 병상에 누운 아버지와 그를 간호하는 아들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강요 없이 넌지시 던지는 그림 투가 그의 연기를 닮았다. 영화에서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는 주로 침묵으로 얘기했다. 그의 영화에서 침묵은 금이다. 혹은 몸짓, 표정이 더 주요한 대사였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그리고 인터넷 만화에서 그는 끊임없이 재잘댄다. 그리고 그 재잘댐이 영화와는 다른 그의 일면을 보여준다. SNS 세상에서, 그리고 4컷 속에서 아사노 타다노부의 수다는 침묵보다 더한 금이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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