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대소. 지난 주 KBS 를 보다가 제가 바로 그랬습니다. 나이 쉰을 넘기니 늦은 밤 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은 졸다 깨다하며 보기가 일쑤인데요. 이날도 무장해제 상태였다가 장윤주 씨의 일명 ‘하이패션 포즈’ 시범이 펼쳐지는 순간, 벌떡 일어나 배를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야말로 신개념 몸 개그지 뭐에요. 일찍이 신동엽, 김원희 씨가 SBS 에서 모델 커플로 웃음을 준 이래 모델 포즈가 이렇게 또 한 차례 빛을 보게 되네요. 몸매야 자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톱이지, 모델로서의 입지나 인기 또한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실 공히 최고의 모델 장윤주 씨가 이런 개그 감각까지 갖추었다니!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무엇보다 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윤주 씨의 여유 자적함이었어요.
좌중이 돌아가며 예쁜 여자를 이미 많이 만나 봐서 이젠 밋밋한 여자에게 마음이 간다느니, MBC 출연 당시 외모 순위 10위였다느니, 홍철이하고 연결시켜 주려고 했는데 홍철이가 윤주는 못생겨서 싫다고 했다느니, 하릴없는 농담들을 계속해서 던졌지만 윤주 씨는 크게 싫은 내색 않고 용케도 잘 받아 넘기더군요. 그리고 몽골 사람을 닮았다는 얘기가 나오자 실제로 몽골에 가면 현지인인 줄 알고 말을 걸어온다며 몽골인 성대모사를 직접 실연해보이기도 했어요. 예쁘고 아직은 연치 어린 여성이 재치 있는데다가 감정 제어까지 능하니 어느 누군들 부럽지 않겠습니까.
윤주 씨를 칭찬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높이 사고 싶은 점은 사람을 대하는 한결 같은 마음 씀씀이랍니다.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대하는 자세가 같더라는 얘기에요. 가수로서 정재형, 이적 씨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MBC 때나, 예능 꿈나무로서 멤버들에게 ‘외모 순위 꼴찌’라는 놀림을 받았던 때나, 아마추어 모델들을 보듬고 격려하고 때로는 도발시켜야 하는 온스타일 (이하 ) 때나 윤주 씨는 항상 똑 같이 유쾌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특히 진행자 겸 멘토 역할의 의 경우, 긴장 속에 있는 도전자들 앞에 가발을 쓰고 등장해 분위기를 띄웠던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마지막 탈락자를 끌어안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했던 지난주까지, 단 한 번도 긍정의 에너지와 배려가 느껴지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질색을 하는 부류가 재능 좀 지녔답시고, 프로랍시고 참가자들 함부로 무시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관계자들이거든요. 그런데 윤주 씨는 얕잡아 보기는커녕 오히려 약점을 지닌 도전자가 있으면 그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자 내도록 애를 썼죠. 지난주만 해도 늘 단신이 문제가 되는 송해나라는 도전자를 위해 직접 워킹을 선보였지 않습니까? 어떤 느낌으로 걸어야 키 큰 모델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지, 본인이 각고의 노력 끝에 터득한 워킹 비법을 전수해주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윤주 씨에게 배워야 할 것은 워킹뿐만이 아닙니다 세상이 모두 윤주 씨와 같은 자세를 지니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살다보면 상대방의 힘이나 지위에 따라 판이하게 태도를 달리하는 이들을 꽤 자주 만나게 됩니다. 윤주 씨도 시즌 2가 막바지에 이른 지금쯤은 알게 됐지 싶은데요. 도전자 중 한 사람도 동료들을 대할 때는 저래도 되나 싶게 이기적이었다가 심사위원들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로부터 빈축을 샀었죠. 감동 코드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에 비해, 그리고 하다못해 시즌 1과 비교해 봐도 배려나 화합을 도무지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즌 2라고는 하지만, 유독 그 도전자는 얌통머리 없는 언행이 잦았습니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악마의 편집’ 탓일지도 몰라요. 조그만 불씨에 부채질을 해대 결국 산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경우를 우리가 좀 많이 봤어야죠.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한 악의적 편집의 희생물로만 여기기엔 그녀의 태도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었다고 봐요. 그런데 어이없게도 윤주 씨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에게서는 모범생 같고, 겸손할 것 같고, 착해야 할 것 같은 이미지라는 평가를 받는 걸 보고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아, 편의상 한 도전자의 예만을 들었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네요. 솔직히 방약무인한 태도를 보인 도전자들이 그 외에도 여럿 있었거든요. 모델 업계 전반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생길 지경이었죠. 수년 째 쏟아져 나오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 중 이처럼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인물이 드물었던 경우도 처음이지 싶습니다. 도전자들이 톱모델 윤주 씨에게 배워야 할 팁은 워킹이나 포즈, 자신감 같은 모델 수업 교재에 나올 법한 항목들만은 아닐 거예요. 저는 그들이 선배인 윤주 씨에게 모델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자세와 지혜로운 처세 또한 배웠기를 바랍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좌중이 돌아가며 예쁜 여자를 이미 많이 만나 봐서 이젠 밋밋한 여자에게 마음이 간다느니, MBC 출연 당시 외모 순위 10위였다느니, 홍철이하고 연결시켜 주려고 했는데 홍철이가 윤주는 못생겨서 싫다고 했다느니, 하릴없는 농담들을 계속해서 던졌지만 윤주 씨는 크게 싫은 내색 않고 용케도 잘 받아 넘기더군요. 그리고 몽골 사람을 닮았다는 얘기가 나오자 실제로 몽골에 가면 현지인인 줄 알고 말을 걸어온다며 몽골인 성대모사를 직접 실연해보이기도 했어요. 예쁘고 아직은 연치 어린 여성이 재치 있는데다가 감정 제어까지 능하니 어느 누군들 부럽지 않겠습니까.
윤주 씨를 칭찬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높이 사고 싶은 점은 사람을 대하는 한결 같은 마음 씀씀이랍니다.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대하는 자세가 같더라는 얘기에요. 가수로서 정재형, 이적 씨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MBC 때나, 예능 꿈나무로서 멤버들에게 ‘외모 순위 꼴찌’라는 놀림을 받았던 때나, 아마추어 모델들을 보듬고 격려하고 때로는 도발시켜야 하는 온스타일 (이하 ) 때나 윤주 씨는 항상 똑 같이 유쾌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특히 진행자 겸 멘토 역할의 의 경우, 긴장 속에 있는 도전자들 앞에 가발을 쓰고 등장해 분위기를 띄웠던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마지막 탈락자를 끌어안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했던 지난주까지, 단 한 번도 긍정의 에너지와 배려가 느껴지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질색을 하는 부류가 재능 좀 지녔답시고, 프로랍시고 참가자들 함부로 무시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관계자들이거든요. 그런데 윤주 씨는 얕잡아 보기는커녕 오히려 약점을 지닌 도전자가 있으면 그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자 내도록 애를 썼죠. 지난주만 해도 늘 단신이 문제가 되는 송해나라는 도전자를 위해 직접 워킹을 선보였지 않습니까? 어떤 느낌으로 걸어야 키 큰 모델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지, 본인이 각고의 노력 끝에 터득한 워킹 비법을 전수해주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윤주 씨에게 배워야 할 것은 워킹뿐만이 아닙니다 세상이 모두 윤주 씨와 같은 자세를 지니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살다보면 상대방의 힘이나 지위에 따라 판이하게 태도를 달리하는 이들을 꽤 자주 만나게 됩니다. 윤주 씨도 시즌 2가 막바지에 이른 지금쯤은 알게 됐지 싶은데요. 도전자 중 한 사람도 동료들을 대할 때는 저래도 되나 싶게 이기적이었다가 심사위원들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로부터 빈축을 샀었죠. 감동 코드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에 비해, 그리고 하다못해 시즌 1과 비교해 봐도 배려나 화합을 도무지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즌 2라고는 하지만, 유독 그 도전자는 얌통머리 없는 언행이 잦았습니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악마의 편집’ 탓일지도 몰라요. 조그만 불씨에 부채질을 해대 결국 산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경우를 우리가 좀 많이 봤어야죠.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한 악의적 편집의 희생물로만 여기기엔 그녀의 태도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었다고 봐요. 그런데 어이없게도 윤주 씨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에게서는 모범생 같고, 겸손할 것 같고, 착해야 할 것 같은 이미지라는 평가를 받는 걸 보고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아, 편의상 한 도전자의 예만을 들었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네요. 솔직히 방약무인한 태도를 보인 도전자들이 그 외에도 여럿 있었거든요. 모델 업계 전반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생길 지경이었죠. 수년 째 쏟아져 나오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 중 이처럼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인물이 드물었던 경우도 처음이지 싶습니다. 도전자들이 톱모델 윤주 씨에게 배워야 할 팁은 워킹이나 포즈, 자신감 같은 모델 수업 교재에 나올 법한 항목들만은 아닐 거예요. 저는 그들이 선배인 윤주 씨에게 모델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자세와 지혜로운 처세 또한 배웠기를 바랍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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