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최종병기 활>의 운명을 바꿨나" />
는 석유 시추에 실패했고 은 과녁에 명중했다. 여름 시즌을 겨냥해 100억 원대의 제작비로 완성된 두 편의 한국영화는 뚜렷하게 엇갈린 길을 걷고 있다. 개봉 전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은 31일 전국 4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반면, 흥행 감독과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던는 하루 관객이 200여 명에 그치며 224만 명 선에서 종영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 영화의 양대산맥인 두 투자·배급사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여름시장 맞대결은 후자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무엇이 와 의 운명을 뒤바꿨을까.
, 흥행 성패의 요인은?
와 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1차원적으로 분석하면 재미 있고 없고의 문제다. 부연하자면 스토리의 힘이 있고 없고의 차이,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영화와 캐릭터가 죽어 있는 영화의 차이다. 높은 기대치에 대한 배신감, 낮은 기대치를 허무는 만족감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는 괴수영화 장르의 공식을 안일하게 따라가다 길을 잘못 들어섰고, 은 추격전 장르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가서 골인에 성공했다. 의 인물들은 괴물을 포함해 한 줄짜리 캐릭터 설명에 따라 기계적으로 달리다가 끝을 맺는다.
두 영화의 흥행 결과에 있어서 한 가지 간과되기 쉬운 것은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액션 연출이 관객과 교감하는 정도다. 여기에는 내러티브 밖에서 안으로 침투하는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내는 쾌락의 정도가 중요하다. 가 3D를 거론하며 를 끌어들인 것은 그래서 실책에 가깝다. 3D 영상이 내러티브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을 이미 체험했으니 정교하지 못한 3D 영상이 내러티브에 흠을 내는 것에 어찌 만족할 수 있을까. 반면 은 컴퓨터 그래픽의 존재를 과시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내러티브 속으로 녹여냈다. 양궁경기처럼 과녁에 돌진하는 화살의 움직임만으로 쾌락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액션영화에서 보기 힘든 ‘활’의 에너지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안겨줬으나, 미흡한 3D 영상과 ‘물’의 풍경, 괴물 크리처를 구현해낸 기술력은 시각적 쾌락을 주기에 역부족이었다.
영화와 사회적·역사적 맥락의 접점도 흥행에 중요한 요소다. 는 산유국에 대한 열망을 토대로 시작한 영화지만 정작 내러티브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7광구’에 담긴 정치적 맥락은 지워졌고, 희미해져버린 대중의 욕망은 끝내 영화와 접촉하지 못했다. 생소하고 매력 없는 판타지로 그친 것이다. 석유를 파낼 수 있다는 희망도, 인간의 과욕이 괴물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병자호란의 치욕적인 역사를 끌어들인 점은 영리했다. 처럼 잠재적 불안감을 영웅담으로 풀어낸 은 역사적 피해의식을 복수극으로 해소하며 장르의 쾌락을 끌어올렸다. ‘활’이라는 소재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호감을 스나이퍼 장르와 접목시킨 점 역시 흥행에 한 몫을 담당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이 드라마에 얼마나 스며들었느냐가 흥행을 좌우한 셈이다.
와 , 가능성과 한계
와 은 흥행과 무관하게 한국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특정 작품의 뼈대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독창성의 결핍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두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 가 번번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한국 블록버스터의 한계는 뚜렷이 드러난다. 그러나 선발대로서 가 제시한 가능성을 재평가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이 영화는 를 거치며 쌓은 저비용 고효율의 CG 기술력이 점점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했고, 시행착오를 통해 걸음마 단계인 3D 기술력이 나가야 할 길을 시사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도였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3D가 산업적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면서 “한편으로는 물 CG나 괴물 크리처를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았다는 점에서 기술적 성취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흥행 성패의 요인을 분석하는 것 외에도 와 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의미는 의외로 많다.
글. 고경석 기자 kave@
는 석유 시추에 실패했고 은 과녁에 명중했다. 여름 시즌을 겨냥해 100억 원대의 제작비로 완성된 두 편의 한국영화는 뚜렷하게 엇갈린 길을 걷고 있다. 개봉 전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은 31일 전국 4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반면, 흥행 감독과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던는 하루 관객이 200여 명에 그치며 224만 명 선에서 종영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 영화의 양대산맥인 두 투자·배급사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여름시장 맞대결은 후자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무엇이 와 의 운명을 뒤바꿨을까.
, 흥행 성패의 요인은?
와 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1차원적으로 분석하면 재미 있고 없고의 문제다. 부연하자면 스토리의 힘이 있고 없고의 차이,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영화와 캐릭터가 죽어 있는 영화의 차이다. 높은 기대치에 대한 배신감, 낮은 기대치를 허무는 만족감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는 괴수영화 장르의 공식을 안일하게 따라가다 길을 잘못 들어섰고, 은 추격전 장르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가서 골인에 성공했다. 의 인물들은 괴물을 포함해 한 줄짜리 캐릭터 설명에 따라 기계적으로 달리다가 끝을 맺는다.
두 영화의 흥행 결과에 있어서 한 가지 간과되기 쉬운 것은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액션 연출이 관객과 교감하는 정도다. 여기에는 내러티브 밖에서 안으로 침투하는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내는 쾌락의 정도가 중요하다. 가 3D를 거론하며 를 끌어들인 것은 그래서 실책에 가깝다. 3D 영상이 내러티브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을 이미 체험했으니 정교하지 못한 3D 영상이 내러티브에 흠을 내는 것에 어찌 만족할 수 있을까. 반면 은 컴퓨터 그래픽의 존재를 과시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내러티브 속으로 녹여냈다. 양궁경기처럼 과녁에 돌진하는 화살의 움직임만으로 쾌락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액션영화에서 보기 힘든 ‘활’의 에너지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안겨줬으나, 미흡한 3D 영상과 ‘물’의 풍경, 괴물 크리처를 구현해낸 기술력은 시각적 쾌락을 주기에 역부족이었다.
영화와 사회적·역사적 맥락의 접점도 흥행에 중요한 요소다. 는 산유국에 대한 열망을 토대로 시작한 영화지만 정작 내러티브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7광구’에 담긴 정치적 맥락은 지워졌고, 희미해져버린 대중의 욕망은 끝내 영화와 접촉하지 못했다. 생소하고 매력 없는 판타지로 그친 것이다. 석유를 파낼 수 있다는 희망도, 인간의 과욕이 괴물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병자호란의 치욕적인 역사를 끌어들인 점은 영리했다. 처럼 잠재적 불안감을 영웅담으로 풀어낸 은 역사적 피해의식을 복수극으로 해소하며 장르의 쾌락을 끌어올렸다. ‘활’이라는 소재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호감을 스나이퍼 장르와 접목시킨 점 역시 흥행에 한 몫을 담당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이 드라마에 얼마나 스며들었느냐가 흥행을 좌우한 셈이다.
와 , 가능성과 한계
와 은 흥행과 무관하게 한국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특정 작품의 뼈대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독창성의 결핍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두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 가 번번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한국 블록버스터의 한계는 뚜렷이 드러난다. 그러나 선발대로서 가 제시한 가능성을 재평가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이 영화는 를 거치며 쌓은 저비용 고효율의 CG 기술력이 점점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했고, 시행착오를 통해 걸음마 단계인 3D 기술력이 나가야 할 길을 시사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도였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3D가 산업적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면서 “한편으로는 물 CG나 괴물 크리처를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았다는 점에서 기술적 성취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흥행 성패의 요인을 분석하는 것 외에도 와 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의미는 의외로 많다.
글. 고경석 기자 kav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