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는 KBS ‘남자의 자격-남자 그리고 하모니’ 2탄 ‘청춘합창단’의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청춘합창단은 지난해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의 지휘 아래 큰 반향을 일으켰던 합창단의 중장년 버전이다. 1960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선발한 청춘합창단은 다큐멘터리 영화 에 등장하는 평균 연령 81세의 코러스 밴드 ‘영앳하트’를 연상시킨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뜻의 이 노래모임은 클래쉬, 프린스, 밥 딜런, 콜드플레이 등 록음악을 노래했다. 청춘합창단 역시 합창 대회에서 아이돌의 노래들을 부를 예정이다. 그리고, 영앳하트처럼 청춘합창단은 ‘실력’이나 ‘야망’대신 ‘열정’과 ‘공감대’를 향해 노래한다. 청춘합창단의 단원이자 2년 연속 합창단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이경규는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나 다큐멘터리의 감동 이전에 진정성을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습 과정 녹화 현장은 청춘합창단이 지향하고 있는 바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열정이 빛난다 연습이 시작된 것은 오후 2시 30분. 네 가지 색깔의 티셔츠를 입은 45명의 합창단원들은 들떠 있었다. 보컬 트레이너로 참여한 가수 박완규에게 “아가씨인 줄 알았다”고 농을 건네기도 하고, 또 한 명의 보컬 트레이너인 뮤지컬 배우 임혜영에겐 며느리를 대하듯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예쁘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허리 디스크로 불참한 ‘꿀포츠’ 김성록 씨를 제외한 45인의 청춘합창단은 김태원의 지휘에 따라 몸을 풀고 ‘고향의 봄’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한 여성단원은 “랩으로도 할 수 있다”며 ‘고향의 봄’의 랩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청춘합창단원들은 반 세기 이상을 살아온 ‘어른’들이지만 때론 10대 소년·소녀처럼 장난스럽고 순박해 보였다. 수십 년간 감춰둬야 했던 해묵은 열정을 뒤늦게 꺼내 함께 나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청춘합창단은 아직 미숙했다. 호흡이 맞지 않아 박자가 틀리기도 했고 불안정한 음정이 흐름을 깨기도 했다. 지휘자 김태원 역시 실수로 합창을 중단시키기도 했고 여러 단원들의 의견들 속에서 중심을 못 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태원이 작사·작곡한 ‘사랑이란 이름을 더하여’로 연습하던 단원들이 두 번째 합창곡으로 제시받은 것은 아이돌 가수들의 히트곡 메들리였다. 무대 앞 모니터 영상을 바라보는 단원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따라 부르며, 누군가는 난생 처음 듣는 노래라는 표정을 지었다. 선곡은 김태원과 편곡자인 우효원, 제작진이 함께 정했다. 영앳하트가 로큰롤을 부른다면, 청춘합창단은 ‘아이돌’을 부른다. 김태원은 “손녀딸과 세대차이를 느끼지 않고 함께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곡의 메들리를 통해 솔리스트들이 부르게 될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트렌드가 합창 도중에 일부 단원이 앞으로 나와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라는 그의 설명은 청춘합창단의 외형적 윤곽이 영앳하트와 유사할 것이라는 예고와도 같았다.
“흘러가는대로 만들 것” 연출을 맡은 조성숙 PD는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자고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다큐처럼 풀릴지 영화처럼 풀릴지 모르는 의외성을 갖고 흘러가는 대로 만들 것”이라고 제작 방향을 설명했다. 웃음 역시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남자의 자격’만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이경규는 멤버들의 역할을 “구슬을 엮는 실”에 비유하며 “억지 감동과 웃음을 주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전하는 프로그램”에 방점을 찍었다. 1기 합창단을 겪어보지 않은 새 멤버인 양준혁과 전현무도 공감하는 눈치다. 전현무도 처음엔 “폭풍 웃음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청춘합창단이 지루하거나 웃음의 양이 부족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오로지 웃음만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웃음에 목 말라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는 이경규의 말이 전현무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양준혁은 “노래를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서 묻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주전자를 든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노래하고 있다”면서 현재 적응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특히 합창단의 지휘자 김태원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악을 배우면서 지휘자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박칼린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합창단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지도자가 아니라 조화의 길을 안내하는 인솔자에 가깝다는 점이다. 김태원은 지휘자로서 가장 신경쓰는 점으로 “단원들의 추억”을 거론했다. “대회 입상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언제, 어느 계절에 생각해도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것. 조성숙 PD는 “우리가 음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박칼린 음악감독이 곡 선정부터 모든 걸 지휘했지만 올해는 우리끼리 배워가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상황이라 2탄이 아닌 전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청춘합창단은 28일 예심을 거쳐 다음달 24일 열리는 1회 KBS합창대회에 출전한다. 사진제공. KBS
글. 고경석 기자 kave@
열정이 빛난다 연습이 시작된 것은 오후 2시 30분. 네 가지 색깔의 티셔츠를 입은 45명의 합창단원들은 들떠 있었다. 보컬 트레이너로 참여한 가수 박완규에게 “아가씨인 줄 알았다”고 농을 건네기도 하고, 또 한 명의 보컬 트레이너인 뮤지컬 배우 임혜영에겐 며느리를 대하듯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예쁘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허리 디스크로 불참한 ‘꿀포츠’ 김성록 씨를 제외한 45인의 청춘합창단은 김태원의 지휘에 따라 몸을 풀고 ‘고향의 봄’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한 여성단원은 “랩으로도 할 수 있다”며 ‘고향의 봄’의 랩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청춘합창단원들은 반 세기 이상을 살아온 ‘어른’들이지만 때론 10대 소년·소녀처럼 장난스럽고 순박해 보였다. 수십 년간 감춰둬야 했던 해묵은 열정을 뒤늦게 꺼내 함께 나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청춘합창단은 아직 미숙했다. 호흡이 맞지 않아 박자가 틀리기도 했고 불안정한 음정이 흐름을 깨기도 했다. 지휘자 김태원 역시 실수로 합창을 중단시키기도 했고 여러 단원들의 의견들 속에서 중심을 못 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태원이 작사·작곡한 ‘사랑이란 이름을 더하여’로 연습하던 단원들이 두 번째 합창곡으로 제시받은 것은 아이돌 가수들의 히트곡 메들리였다. 무대 앞 모니터 영상을 바라보는 단원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따라 부르며, 누군가는 난생 처음 듣는 노래라는 표정을 지었다. 선곡은 김태원과 편곡자인 우효원, 제작진이 함께 정했다. 영앳하트가 로큰롤을 부른다면, 청춘합창단은 ‘아이돌’을 부른다. 김태원은 “손녀딸과 세대차이를 느끼지 않고 함께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곡의 메들리를 통해 솔리스트들이 부르게 될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트렌드가 합창 도중에 일부 단원이 앞으로 나와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라는 그의 설명은 청춘합창단의 외형적 윤곽이 영앳하트와 유사할 것이라는 예고와도 같았다.
“흘러가는대로 만들 것” 연출을 맡은 조성숙 PD는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자고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다큐처럼 풀릴지 영화처럼 풀릴지 모르는 의외성을 갖고 흘러가는 대로 만들 것”이라고 제작 방향을 설명했다. 웃음 역시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남자의 자격’만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이경규는 멤버들의 역할을 “구슬을 엮는 실”에 비유하며 “억지 감동과 웃음을 주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전하는 프로그램”에 방점을 찍었다. 1기 합창단을 겪어보지 않은 새 멤버인 양준혁과 전현무도 공감하는 눈치다. 전현무도 처음엔 “폭풍 웃음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청춘합창단이 지루하거나 웃음의 양이 부족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오로지 웃음만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웃음에 목 말라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는 이경규의 말이 전현무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양준혁은 “노래를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서 묻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주전자를 든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노래하고 있다”면서 현재 적응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특히 합창단의 지휘자 김태원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악을 배우면서 지휘자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박칼린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합창단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지도자가 아니라 조화의 길을 안내하는 인솔자에 가깝다는 점이다. 김태원은 지휘자로서 가장 신경쓰는 점으로 “단원들의 추억”을 거론했다. “대회 입상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언제, 어느 계절에 생각해도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것. 조성숙 PD는 “우리가 음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박칼린 음악감독이 곡 선정부터 모든 걸 지휘했지만 올해는 우리끼리 배워가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상황이라 2탄이 아닌 전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청춘합창단은 28일 예심을 거쳐 다음달 24일 열리는 1회 KBS합창대회에 출전한다. 사진제공. KBS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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