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해요. 욕심을 버리니까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네요?” SBS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 3차 대회 2차 경연에서 경기를 마친 손담비, 차오름 팀이 37.4점으로 1위에 랭크되는 순간, 진행자 신동엽 씨가 이 같은 진심어린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신동엽 씨도 아마 리허설 때까지는 별 실수 없이 잘하다가 본 경기 때만 되면 번번이 무대공포증으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온 손담비 씨네 팀이 못내 안타까웠던 모양입니다. 시청자야 잠시 잠깐 보여주는 연습 장면 외엔 사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애써 연구하고 노력해 왔는지 알 길이 없잖아요. 그러나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김연아 씨를 비롯한 동료들이며 제작진들은 그 노력의 정도를 잘 알기에 함께 기뻐해줄 수 있는 거겠죠. 저 역시 그간 마음고생 꽤나 했지 싶은 담비 씨를 위해 박수를 보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해온 그 근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말이죠. 하지만 2위인 크리스탈, 이동훈 팀과는 단 0.1점 차로 아직 장미평가단의 점수가 합산되기 전이었으니 기뻐하기는 이른 타이밍이었어요.
승부욕이 오히려 무대공포증을 불러 왔던 것 같아요 제작진이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소감을 묻자 앞서 경기를 펼친 팀들의 선전으로 많이 위축이 되더라고 털어 놓더군요. 특히 어떤 팀이 신경이 쓰였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쑥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더니 “크리스탈”이라고 말했어요. 예상했던 답이죠. 사실 둘이 연습할 때는 물론 양태화 코치와 안무를 의논할 때에도 자주 튀어나오는 이름이 크리스탈이었잖아요. 크리스탈 네도 마찬가지라느니 크리스탈의 동작은 이렇다느니, 하며 자꾸 그쪽 팀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던 건 자타가 공인하는 라이벌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번 사전 인터뷰 때는 “모르겠어요, 전 이제. 크리스탈 팀이 저희보다 몇 등이나 위인데요. 훨씬 위잖아요. 그래서 이젠 신경 쓰는 것도 좀 그래요”라고 답하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죠. 이제는 라이벌로 여기는 게 머쓱해질 정도로 앞서 달리기 시작한 크리스탈을 보며 복잡 미묘한 심정이었을 거예요. 이 프로그램 참여를 결심할 때만 해도 기본 실력으로도, 노력으로도 본인을 따라올 사람은 드물리라 예상했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첫 경연부터 크리스탈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스케이팅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김병만 씨라는 의외의 복병이 나타난 데다 기본기를 갖춘 이규혁 씨까지 가세하면서 1위 자리에선 점점 멀어지고 말았으니 낙심천만이었겠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게, 예체능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타고난 재능을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때 느끼게 되는 비애 같은 게 있어요. 다소 확대되는 감이 있긴 하지만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보며 느꼈을 좌절 같은 거, 이해되시죠? 게다가 체력이라는 건 한 해가 다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펄펄 날아도 시원치 않을 힘과 민첩함을 갖춘 나이인 크리스탈과 이십대 후반의 손담비 씨의 체력 차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요. 그 차이를 선선히 받아들였으면 좋았으련만 크리스탈을 제압할 욕심에 좀 더 어려운 기술로 무리수를 둔 손담비 씨의 승부욕이 심적 부담으로 다가왔고 결국 무대공포증으로 이어졌던 걸 거예요.
1등보다 중요한 건 즐거운 스케이팅이에요 그러나 이번 경기를 펼치는 손담비 씨의 표정은 이때까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밝고 건강하고, 무엇보다 즐거워보였어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 콘셉트에다가, 거기에 옷 빨리 갈아입는 마술까지 보탠 퍼포먼스는 알차고 세련미가 있었고 약간 불안했던 커플 ‘카멜 스핀’은 아쉬웠지만 난이도를 한층 높인 ‘데스 스파이럴’이며 ‘로테이셔널 리프트‘며 ’콤비네이션 리프트‘는 더 없이 훌륭하더군요. 자신의 롤 모델이었다는 이동훈 선수를 끝내 넘어서지 못했었던 차오름 선수도 이번 무대가 남달랐을 거예요. 오죽하면 선수 시절 때 메달 땄던 것보다 더 기쁘다고 했겠습니까.
하지만 과감한 시도로 신선한 느낌을 줘서 좋았다는 김연아 선수의 심사평에도 불구하고 이규혁, 최선영 팀이 뒤를 이어 37.7이라는 엄청난 점수를 기록하는 바람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고 장미평가단의 점수를 합한 최종 결과는 크리스탈, 이동훈 팀이 1위였습니다. 장미평가단 100명 중 98명이나 크리스탈 팀에게 장미를 던졌던 거죠. 손담비 씨와 차오름 씨로서는 3위라는 순위가 아쉬움이 남는 결과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점, 웃으며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을 버렸더니 무대공포증도 극복할 수 있었다’, 이 부분,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될 매우 소중한 교훈이지 싶어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매 순간, 순간을 즐길 수 없다면 우리의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지난 ‘프리티 우먼’ 공연 때의 손담비 씨의 매력적인 웃음이 지금 이 순간 자꾸 떠오릅니다. 언제나 삶을 즐기며 그렇게 밝게 웃어주길 바라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승부욕이 오히려 무대공포증을 불러 왔던 것 같아요 제작진이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소감을 묻자 앞서 경기를 펼친 팀들의 선전으로 많이 위축이 되더라고 털어 놓더군요. 특히 어떤 팀이 신경이 쓰였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쑥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더니 “크리스탈”이라고 말했어요. 예상했던 답이죠. 사실 둘이 연습할 때는 물론 양태화 코치와 안무를 의논할 때에도 자주 튀어나오는 이름이 크리스탈이었잖아요. 크리스탈 네도 마찬가지라느니 크리스탈의 동작은 이렇다느니, 하며 자꾸 그쪽 팀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던 건 자타가 공인하는 라이벌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번 사전 인터뷰 때는 “모르겠어요, 전 이제. 크리스탈 팀이 저희보다 몇 등이나 위인데요. 훨씬 위잖아요. 그래서 이젠 신경 쓰는 것도 좀 그래요”라고 답하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죠. 이제는 라이벌로 여기는 게 머쓱해질 정도로 앞서 달리기 시작한 크리스탈을 보며 복잡 미묘한 심정이었을 거예요. 이 프로그램 참여를 결심할 때만 해도 기본 실력으로도, 노력으로도 본인을 따라올 사람은 드물리라 예상했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첫 경연부터 크리스탈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스케이팅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김병만 씨라는 의외의 복병이 나타난 데다 기본기를 갖춘 이규혁 씨까지 가세하면서 1위 자리에선 점점 멀어지고 말았으니 낙심천만이었겠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게, 예체능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타고난 재능을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때 느끼게 되는 비애 같은 게 있어요. 다소 확대되는 감이 있긴 하지만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보며 느꼈을 좌절 같은 거, 이해되시죠? 게다가 체력이라는 건 한 해가 다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펄펄 날아도 시원치 않을 힘과 민첩함을 갖춘 나이인 크리스탈과 이십대 후반의 손담비 씨의 체력 차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요. 그 차이를 선선히 받아들였으면 좋았으련만 크리스탈을 제압할 욕심에 좀 더 어려운 기술로 무리수를 둔 손담비 씨의 승부욕이 심적 부담으로 다가왔고 결국 무대공포증으로 이어졌던 걸 거예요.
1등보다 중요한 건 즐거운 스케이팅이에요 그러나 이번 경기를 펼치는 손담비 씨의 표정은 이때까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밝고 건강하고, 무엇보다 즐거워보였어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 콘셉트에다가, 거기에 옷 빨리 갈아입는 마술까지 보탠 퍼포먼스는 알차고 세련미가 있었고 약간 불안했던 커플 ‘카멜 스핀’은 아쉬웠지만 난이도를 한층 높인 ‘데스 스파이럴’이며 ‘로테이셔널 리프트‘며 ’콤비네이션 리프트‘는 더 없이 훌륭하더군요. 자신의 롤 모델이었다는 이동훈 선수를 끝내 넘어서지 못했었던 차오름 선수도 이번 무대가 남달랐을 거예요. 오죽하면 선수 시절 때 메달 땄던 것보다 더 기쁘다고 했겠습니까.
하지만 과감한 시도로 신선한 느낌을 줘서 좋았다는 김연아 선수의 심사평에도 불구하고 이규혁, 최선영 팀이 뒤를 이어 37.7이라는 엄청난 점수를 기록하는 바람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고 장미평가단의 점수를 합한 최종 결과는 크리스탈, 이동훈 팀이 1위였습니다. 장미평가단 100명 중 98명이나 크리스탈 팀에게 장미를 던졌던 거죠. 손담비 씨와 차오름 씨로서는 3위라는 순위가 아쉬움이 남는 결과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점, 웃으며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을 버렸더니 무대공포증도 극복할 수 있었다’, 이 부분,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될 매우 소중한 교훈이지 싶어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매 순간, 순간을 즐길 수 없다면 우리의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지난 ‘프리티 우먼’ 공연 때의 손담비 씨의 매력적인 웃음이 지금 이 순간 자꾸 떠오릅니다. 언제나 삶을 즐기며 그렇게 밝게 웃어주길 바라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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