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로봇에 대한 로망을 실사로 실현시켜준다. 영화 는 이 사실만으로도 이미 2007년 여름을 지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비록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평단의 혹평과 관객의 냉담함도 업그레이드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시리즈를 지켜줄 가장 강력한 아군은 샘도, 레녹스 대령도 아닌 변신 로봇 만화 마니아일 것이다. 과연 는 어떻게 이들 마니아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많은 관객과 시청자를 변신 로봇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던 텍스트들을 통해 의 성공 요소들을 복기해본다. 단순히 동명의 원작 만화를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었던 그 로망의 실체들이 여기에 있다.

전설의 변신로봇, 선가드부터 다간까지
전설의 변신로봇, 선가드부터 다간까지
지능과 문화가 있는 로봇 종족,
영화 의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동명 애니메이션의 팬이자 로봇 완구의 콜렉터였더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였던 의 극장판으로 오토봇 대 디셉티콘의 전쟁이라는 커다란 설정과 옵티머스 프라임, 메가트론 등 주요 캐릭터들을 고스란히 영화에 제공한다. 영화 속 로봇들이 트랜스포밍 할 때의 ‘츄주주주죽’ 효과음은 원작 만화에 대한 오마주라 해도 좋을 정도. 특히 2편의 키였던 매트릭스 오브 리더십은 에서 최강의 적 유니크론을 이기기 위한 아이템으로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원작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변신 로봇이지만 감정과 문화가 있는 외계 종족의 등장이다. 심지어 만화에서는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사이버트론 외에도 샤크트론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 생명체가 사는 행성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만화 속 오토봇들은 로봇 영웅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우주 여행자에 가까운 모습이다. 중요 캐릭터인 핫로드가 다른 행성의 로봇을 달래기 위해 에너존 과자를 주는 장면은 영화 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

외계에서 온 수호자,
변신 로봇에 있어 가장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건 역시 일본이다. 특히 외계에서 온 지구의 수호자라는 설정은 용자 시리즈인 와 (이하 )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라는 이름으로 방영했던 에서 주인공 파이어버드를 비롯한 우주 경비대는 악한 외계 세력 드라이어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의 제트기, 소방차, 경찰차 등에 숨어들어 은밀히 활동하다 전투 때마다 로봇으로 변신한다. 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기계 생명체로서 지구의 기계 모양을 스캔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에너지 생명체인 우주 경비대는 이미 존재하는 기계에 들어가 변신한다는 것이다. 구급차 로봇인 가드레스큐가 붕대를, 소방차 로봇인 가드파이어가 소방 호스를 무기로 사용하거나, 가드파이어가 가뭄 때문에 화제진압용 물이 없어 고민하는 장면은 각 자동차의 정체성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의 의무병 라쳇이 구급차였다면 어땠을까.
전설의 변신로봇, 선가드부터 다간까지
전설의 변신로봇, 선가드부터 다간까지
로봇과 소년의 애틋한 우정,
우리에게 익숙한 변신 로봇 만화의 여러 설정들은 앞서 언급한 일본의 용자 시리즈에서 비롯된 게 많은데, 에서도 반복되는 소년과 로봇의 우정 역시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한국 방영 제목 )에서 그려지는 데커드와 유우타의 우정은 눈물겨울 정도. 인공지능 경찰 로봇인 데커드는 소년 유우타와의 우정을 통해 기계로서는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마음을 얻게 되고, 덕분에 모든 능력치를 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첫 회, 경찰청 투입을 위해 모든 메모리가 리셋됐던 데커드가 악당 로봇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유우타를 통해 그와의 우정을 기억해내며 일어나는 장면은 나만을 위한 로봇이라는 로망을 가장 잘 충족시켜준다. 영화 1편에서 범블비를 두고 갈 수 없다고 외치거나 2편에서 ‘너는 내 첫 차’라며 범블비를 달래던 샘의 원형인 셈. 좋은 차 둔 덕에 지구를 두 번이나 구하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샘처럼 유우타 역시 데커드의 친구라는 이유로 브레이브 폴리스 소속 경찰로 임명되어 이후 등장하는 로봇 경찰들의 ‘보스’ 노릇을 하게 된다.
전설의 변신로봇, 선가드부터 다간까지
전설의 변신로봇, 선가드부터 다간까지
로봇은 역시 변신-합체,
변신 로봇 마니아들에게 의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합체 장면이 거의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2편에 등장하는 디베스테이터가 있지만 다른 로봇들처럼 인간형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나마 제트파이어의 부품을 부착하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모습이 로봇 합체의 로망과 의의를 가장 잘 보여주는 편이다. 변신 로봇 만화에서 합체는 갈수록 강해지는 적을 상대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업그레이드 수단이다. (한국 방영 제목 )은 그 과정을 상당히 짜임새 있게 보여주는데, 경찰차에 깃들어 변신하는 다간은 자기보다 큰 로봇을 상대하기 위해 추락한 제트기를 상체로, 사고 당한 열차 두 칸을 다리로 이용해 다간 X로 변신한다. 대체 어디 숨어있는지 모르지만 이후 다간이 합체할 때마다 어디선가 제트기와 열차는 바다를 가르며 달려온다. 다간 X로도 못 이길 상대가 나온다면? 사자 로봇인 가온과 합체해 그레이트 다간 GX가 되면 된다. 마치 초사이어인 1단계, 2단계, 3단계를 연상시키는 이 레벨업의 끝에서 다간이 최강의 적을 쓰러뜨리는 마지막 기술은 의미심장하게도 원기옥이다. 진짜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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