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지구 정복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낯간지럽지 않다. 지난 23일과 2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그룹 B.A.P의 첫 단독 콘서트 < LIVE ON EARTH SEOUL >은 이들의 급격한 성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지난해 골든디스크와 MAMA, 멜론 뮤직 어워드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차지했으며, 싸이와 함께 미국 그래미 선정 ‘BEST OF 2012’에 선정되기도 한 B.A.P답게 불과 데뷔 1년 만에 약 8천 명(양일 합산)의 관객들 앞에서 놀라운 무대를 선보인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지는 공연을 거의 노래와 퍼포먼스로 채우면서 “멘트를 최대한 뺀 건, 외계인들이 지구 언어를 너무 유사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라거나 “외계인인데 지구인들의 노래를 부르면 안 될 것 같아서 우리 곡 위주로 세트리스트를 짰다”(방용국)는 말로 데뷔 초기부터 유지해온 콘셉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구에 온 여섯 외계인’이라는 콘셉트는 콘서트를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기 전, ‘고통과 눈물로 가득 찬 인간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마토 행성에서 여섯 멤버들을 파견했다’는 메시지가 스크린에 흘렀다. 이후 우주선 모양의 무대 장치와 함께 B.A.P가 등장하거나, 공연 도중 브릿지 영상으로 마토 총 사령관이 출현하는 것에서는 콘서트 전체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팀의 색깔과 멤버별 개성을 골고루 드러낸 B.A.P의 무대 그 자체였다. 데뷔곡 ‘Warrior’에서 ‘What The Hell’, ‘No Mercy’까지 강한 퍼포먼스가 기반이 되는 노래들을 쉼 없이 소화한 전반부, 록 밴드 브로큰발렌타인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Fight For Freedom’, ‘Power’ 등을 선보인 후반부 모두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된 이들의 특성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대현과 영재는 Jessi J의 ‘Price Tag’으로 감미로운 보컬을, 종업과 젤로는 ‘Teach me+Jump’로 랩과 프리스타일 댄스를 뽐냈으며 방용국은 자작곡 ‘Sacramental Confession’으로 특유의 묵직한 랩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불필요한 잔재주 없이, B.A.P가 잘 해낼 수 있는 것에 최대한 집중한 콘서트였던 셈이다.
B.A.P의 다음이 궁금해진 무대
멤버들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몇 가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부분의 무대가 강한 비트와 웅장한 사운드의 곡들로 채워졌으나, 다소 뭉개져버리는 MR 탓에 제대로 감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멤버들의 모습이 종종 대형 스크린으로 비춰지지 않았던 것 역시 뒤쪽 좌석의 관객들에겐 불편함으로 작용하기도 했다.그러나 힘찬이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몇 몇 발라드 곡만 소화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이들이만든무대에는 허전함이나 느슨함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콘서트”였으면 좋겠다는 힘찬의 말처럼, 이번 콘서트는 결국 B.A.P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세계 곳곳에서 우리의 역량을 보여”(방용국)주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구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만큼은 충분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TS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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