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
1. 우왕-_- 굳-_-
2. 나 지금 굴림체다. 영혼 없다.

말은 글보다 훨씬 다양한 의미를 품거나 드러낸다. 같은 단어라 해도 발화자를 통해 공기 중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말은 그의 표정과 말투, 속도와 억양 등 수많은 조건들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때로는 액면과 정반대되는 의미를 표현하기도 한다. 지난 1월 23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서 소녀시대의 유리가 ‘외국인이 뽑은 최강 몸매’라는 타이틀에 맞춰 허리와 척추를 곧게 만들 수 있는 요가 자세 시범을 보였을 때 멤버 제시카가 넣은 추임새 “대단하다”가 단어 자체의 평범성과는 별도로 거대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킨 것 또한 이러한 뉘앙스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물론 “‘대~단하다’ 하려다가 나쁘게 들릴까 봐 ‘대-단-하-다’로 급히 바꾼 것 같다”는 유세윤의 추측과 “정말 대단하니까 (그랬다). 저는 운동신경이 너무 떨어져서”라는 제시카의 해명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를 따질 필요는 없다. 다만 표준 발음 [대ː단하다]와 달리 제시카의 “대단하다”는 한 억양으로 빠르게 읊조리는 [대다나다]에 가까우며, 감정이 배제된 이 말투에 대해 윤종신은 “ARS인 줄 알았다”는 감상을 전했으니 이 때 자막은 수평적이면서도 평면적인 굴림체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칭찬과 비꼼의 경계에 아주 미묘하게 걸쳐 있는 “대단하다”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을 대단하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나, 설령 비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차마 대놓고 비꼴 수 없는 사회생활의 고비에서 자신의 진심을 속이지 않으면서도 인간관계를 훼손시키지 않는 비기라 할 수 있다.



용례 [用例]

– 만 5세 아들이 혼자 대일밴드를 붙인 걸 보니 커서 의사가 될 것 같다는 친구에게
[대다나다]

– 뛰는 답정너 위에 나는 대단하다
“동아리 오빠들이 나보고 자꾸 구하라 닮았대. 아 짜증나. 구하라가 뭐가 예쁘다고”
“[대다나다]”
“??뭐가?”
“그냥, [대다나다]”
“그니까 뭐가 대단하냐고, 구하라? 나?”
“정말 [대다나다]”
“아 뭐래…”



– 욕하는 손님을 향한 대리운전 상황실장의 패기, 대ː단하다.
“양아치한테 어떻게 손님 대접을 해주나? 기사한테 기분 나쁜 일 있었으면 기사한테 따져야지 왜 말 한 마디 못하고 상황실에 전화해서 이딴 식으로 합니까, 고.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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