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인생에 ‘달콤하다’는 수식을 붙이려면 매 순간이 언제나 단맛이어야 하는 걸까. 이동건 작가가 그리는 웹툰 은 모든 이의 삶에 녹아든 달콤하거나 씁쓸하거나 우스운 일들을 그리면서도, 소소하게 엎치락뒤치락하는 반전의 순간들을 탁월하게 잡아낸다. “씁쓸한 일들은 누군가와 공유하고 공감함으로 달콤한 에피소드가 되는 것 같아요”라 말하는 그가 을 통해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100화에 모두 녹아 있다. 열심히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던 빵에서 벌레와 곰팡이가 나오거나,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에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샀는데 호기롭게 펼치는 순간 비가 그치고, 심지어 가방 속에서 이미 들어있던 우산을 발견하거나. 그리고 그런 일들을 모두 겪은 저녁에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도 말야. 씁쓸하고 짜증나는 일도 이렇게 이야기 나누면 재밌는 일이 돼버리는 것 같아 크크.” 달콤한 줄 알았는데 달콤하지만은 않거나, 그래서 씁쓸한 줄 알았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일들. 모두 다 모두에게 있을 법한, 있었을 법한 일들이다.

이 달콤 쌉싸래한 이야기의 시작은 ‘달콤한 회사’였다. 이동건 작가가 디자인 문구 1인 기업, ‘달콤한 회사’를 만든 후 ‘달콤한 인생’이라는 스티커 제품을 만들었고 제품 홍보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만든 만화가 바로 이 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1인 기업은 망해버리고, 그는 이 만화를 계기로 웹툰 작가가 되었다. 우연한 계기로 작가가 된 본인의 이야기와 작품 속에서 우연들과 기쁘고 달콤한 순간들이 엉키는 순간들은 맥을 같이하는 셈이다.

종종 마치 여성 작가가 그린 것처럼 완벽히 여성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에피소드는 그의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맞물려 작가의 성별까지도 헷갈리게 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자면 다이어트와 식탐에 대한 여자들의 고민을 그린 에피소드들이다. 상황뿐 아니라 그 순간 여자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정확히 간파하고 있는 듯한 그의 실제적인 표현에 “어쩜 여자들의 심리를 그렇게 잘 알고 있느냐”고 물으니 “여자 친구를 들들 볶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과 “들들 볶음”으로 나온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은 독자의 공감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작가 본인은 작품에 보내오는 공감의 피드백을 가장 달콤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만족하고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바로 공감으로 인한 독자의 피드백을 받게 될 때예요. 어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그냥 전 작가를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달콤할 것 같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인생’이라는 단어를 ‘달콤하다’는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길 희망하며 이동건 작가가 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을 골라봤다.

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1. 공일오비의
“이 곡의 가사처럼 Culture Club과 Duran Duran을 추억하는 세대는 아닙니다만 015B를 추억하는 세대로서 반가운 곡 ‘80’이에요.” 올해 7월 015B는 정석원이 작사, 작곡한 싱글 ‘80’을 발표했다. 80년대 음악에 심취했던 화자가 음반을 구하지 못해 해적판을 구하러 곳곳을 다녀야 했던 순간들과 지금은 없는 故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가 시상식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봤던 세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간이 지나봐야 그때가 달콤한 한때였는지 아닌지 구분이 되는 것처럼 이 곡을 계기로 015B의 곡들을 다시 들어봤어요. 그 시절의 향수가 함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특히나 ‘80’의 가사 중에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너희도 곧 늙어’”

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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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맨틱 펀치(Romantic Punch)의
“예전 홍대 앞의 클럽에서 공연을 하던 로맨틱 펀치가 마지막 곡으로 많이 불러 기억에 남는 곡이에요. 물론 지금은 엔딩을 다른 곡으로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동건 작가가 두 번째로 고른 곡은 KBS2 에 출연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밴드, 로맨틱 펀치의 1집 의 수록곡 ‘토요일 밤이 좋아 (Saturday Night Fever)’다. 2010년 발표했던 이 곡은 눈부신 상대에 대한 찬양과 초라한 모습의 자신을 비교하면서 그래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고백을 품고 있다. “유쾌한 보컬의 톤과 월요일은 싫고 토요일은 좋다는 가사가 전적으로 공감되어 재밌는 곡입니다. 연재하고 있는 달콤한 인생은 금요일 마감이라 작업할 때 듣고 있으면 더욱더 토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곡이에요.”

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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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프링롤(Springloll)의
앨범의 타이틀 그대로 스프링롤이 다시 부른 곡들을 수록한 앨범, 에서 이동건 작가가 고른 곡은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다. “스프링롤의 음색을 좋아해서 제 플레이 리스트에 자주 등장합니다. 처음에 어떻게 듣게 되었는지도 사실 기억이 안 나네요. 원곡은 동물원의 곡이지만 저는 스프링롤을 통해서 처음 알았어요. 이 곡은 가사가 참 아련합니다만 ‘흐엉흐엉’하는 느낌은 아니고요. 잠깐 사이에 지하철역에서 좋았던 옛날을 추억하는 내용이에요.” 작가가 작품에서 그리는 달콤한 순간과도 연결되는 감성이 담겨 있는 듯한 이 곡에 대해 이동건 작가는 이렇게 덧붙인다. “이런 것도 인생이 주는 또 다른 달콤함이겠죠. 아, 물론 우연히 만난 옛 연인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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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좋아서 하는 밴드 ‘1초 만에 만나는 방법’이 수록된 < SAVe tHE AiR Green Concert >
이동건 작가가 좋아서 하는 밴드를 알게 된 건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였다. 좋아서 하는 밴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 속에서 이 밴드가 연주하던 아날로그적인 느낌의 곡이 마음에 들어 그때부터 좋아서 하는 밴드의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좋아서 하는 밴드의 곡들은 대부분 평범한 일상을 유쾌하고 달달하게 잘 풀어내는 것 같아요. 저는 뭔가 거대하고 우주적인 이야기보다 이렇게 주변에 흔히 일어날 것 같은 일상들, 말 그대로 누군가의 달콤한 인생을 이야기하는 음악들을 참 좋아하거든요.” 과거, 인디 밴드로도 활동했던 시절이 있었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듯 소소한 감성의 인디 음반들을 즐겨 듣는다는 그는 이 곡에서 “그리운 사람은 눈을 감고 떠올려 1초 만에 만날래”라는 가사의 감성이 특히나 마음에 든다고.

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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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0cm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가 수록된 < Life >
“한 편의 만화처럼 재미있고 능글능글한 가사가 참으로 마음에 들어 좋아하는 곡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밴드 10cm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밉지만은 않은 남자의 귀여운 수작을 (웃음) 정말로 현실감 있게,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이미 너무 많이 알려진 밴드 10cm가 2010년 발표된 컴필레이션 앨범 < Life >를 통해 선보인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는 아주 간결하고 리드미컬한 기타 사운드 위에 10cm 보컬 권정열만의 개성 있고 간지러운 음색이 얹혀 “능글능글”하고도 귀여운 한 남자의 투정과 애교를 이동건 작가의 말 그대로 “밉지 않게” 그려내고 있는 곡이다. 마지막 추천 곡으로 이 곡을 고른 작가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당부가 있다. “현실감 있다고 해서 제가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웃음) 연애를 시작하려는 연인들에게 달콤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이동건│달콤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들
단행본을 준비 중인 이동건 작가는 연재 중인 에서도 한 뼘씩 자신의 반경을 넓혀가는 중이다. 1회로 끝나는 단발성 에피소드들이 모여서 주로 등장하던 캐릭터의 성질이 잡혀가고, 이제는 작정하고 다섯 편에 걸친 에피소드를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호흡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남들 출근하는 월요일에 쉬는 저 자신의 모습에 인생의 달콤함을 느껴요. 그리고 다들 노는 토요일에도 마감 중인 저 자신을 보면 또 씁쓸함을 느껴요.” 작가 스스로의 달콤한 순간에 대한 연상도 역시 현실적이고 소소한 이 작가는 결국 의도치 않은 작은 순간에 맞이하는 설렘, 달콤함을 이 작품에 그리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은 다시 정의하자면 긍정의 웹툰이다. “간혹 씁쓸함으로만 끝나는 에피소드는 훗날 나오게 될 해피엔딩을 위한 초석으로 생각하고 그리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새드엔딩’ 싫어하거든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의 작은 이야기들은 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에는 ‘해피엔딩’.



글. 이경진 기자 twen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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