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일주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좀 졸렸거든요. 근데 사진 촬영하면서 확 깼어요. 옆에서 사람들이 웃는 게 좀 거슬리긴 했는데 그거 말곤 뭐. 나 정말 현장 체질인가 봐. 아하하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또 말했다. “박민규 작가님을 정말 좋아해요. 원래 어떤 책이 좋으면 그 작가의 모든 책을 다 보거든요. , , , 다 봤어요. 언젠가 생텍쥐페리 같은 책을 쓰고 싶기도 해요.” 끝도 없이 해맑다가 갑자기 진지해지는, 시종일관 종잡을 수 없는 지일주는 요컨대 롤러코스터 같다. 조금씩 올라간다 싶을 때 저 밑으로 떨어지고 그 순간 곧바로 치고 올라오는. 그리고 이를 보는 쾌감은 꽤 강렬하다.

애써 포장하지 않는 솔직함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지만 이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일주가 흥미로운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KBS , SBS 를 거쳐 MBC 에서 눈치 없지만 은근히 정 많은 인턴 유강진을 연기한 스물여덟 청년은 일단 출발하면 시원하게 달리는 롤러코스터처럼 멋지든 그렇지 않든 자신을 보여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분량과 관계없이 나오는 순간마다 밝은 에너지로 화면을 가득 채웠던 유강진과 닮은 그 솔직함은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유강진이 나름 의사니까 자연스럽게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감독님은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점프하는 걸 원하시더라고요. 의 상구랑 별반 다를 게 없는 거예요. 그 사이 나이도 먹었고 성인 연기자처럼 차분한 느낌을 가져가려고 했는데 틈을 안 주시던데요. 아하하하.”

지일주의 이런 솔직함은 고민의 흔적을 보여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만화에 나오는 연극반이 멋있어 보여 연기를 시작했지만 대학교에서 끼 많은 친구들을 보고 “살아 남아야겠다”는 생각에 “센스 없게 욕심만 부렸”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가정 형편도 그리 좋지 않았고 대학교 땐 정말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어요. 밤에 혼자 남아서 연습도 하고 기본 학점 외에 청강도 엄청 했어요. 상대방이 어떻든 그냥 앞으로만 갔던 거예요. 근데 결국엔 나만 있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러다 군대에서 또 다른 저를 찾은 거 같아요. 욕심을 버리니까 나도 편해지고 상대방도 편해지더라고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애써 포장하지 않는 태도 덕분에 그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분명한 색깔로 전해진다.

“평소엔 ‘허당’일지 몰라도 멍청한 사람이고 싶진 않아요”
지일주│롤러코스터의 반전
지일주│롤러코스터의 반전
그래서 여전히 장난스럽지만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오는 지일주의 다짐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처럼 밝은 캐릭터를 원하시겠지만 약간 어둡고 상처 많은 역할을 꼭 맡고 싶어요. 평소엔 ‘허당’일지 몰라도 마냥 멍청한 사람이고 싶진 않거든요.” 생각에 잠긴 듯, 한 곳을 응시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장난스럽게 이은 말 역시 마찬가지다. “이분법을 싫어해요. 나를 지키면서 남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그 가운데 나오는 카리스마까지 다 보여주고 싶어요. 아하하하.” 짧지만 강렬하게 전해지는 지일주의 진심. 그 반전의 세기만큼 지일주의 다음이 기다려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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