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2012 런던 올림픽을 마무리 지은 후 여러 올림픽 스타들이 잠깐의 휴식 기간 줄을 지어 TV에 출연했습니다. 그 덕에 늘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지루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모처럼의 햇살이 찾아들듯 활기가 있었는데요. 그 중 프로그램으로 보나 선수 개인으로 보나 최고의 수혜자를 꼽자면 SBS 와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유도 동메달리스트 조준호 선수이지 싶어요. 조준호 선수의 예능감은 어느 방송인에게도 뒤지지 않는 올림픽 금메달감이었죠. 우선 원맨쇼처럼 본인만 살겠다고 기를 쓰는 토크가 아니라 동료들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만들어주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능에서 캐릭터와 설정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꿰뚫고 있던 걸요. 천부적인 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에서 송대남 선수와 함께 한 송 병장과 조 이병 설정도 돋보였고, ‘라디오 스타’에서는 김재범 선수의 백전백승이라는 잔망스러운 잡기 기술을 직접 시전하며 웃음을 주기도 했죠. 무엇보다 올림픽 역사상 유례가 없다는 일명 ‘청기 백기 게임’에 의해 판정번복을 당했음에도 전혀 풀이 죽지 않은, 유쾌함을 잃지 않는 면면들이 대범해보이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어요.
하소연은커녕 허허실실 웃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요 사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땅을 치며 울분을 토하고도 남을 억울한 사건이었잖아요. 더구나 상대 선수인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가 판정 번복이 잘못이라는 걸 솔직히 인정한 반면 우리 체육회 쪽에서는 애매한 행보로 사람 속을 한 차례 더 뒤집었었죠. 그러니 멍석도 깔렸겠다, 갖가지 억울함을 하소연하듯 쏟아낼 만도 했죠. 그런데 조준호 선수는 그러기는커녕 언론의 별 기대 없이 런던으로 떠나던 날 기자들에게 받은 굴욕을 재연한다든지, 다른 선수들은 모두 필살기가 있지만 자신은 선배들이 어렵사리 만들어낸 기술을 빌려다 쓸 뿐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저 내내 허허실실로 그 복장 터지는 감정들을 무마시키고 있었어요. 자신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분노해 마지않는 분위기가 불편하게 다가왔기 때문일까요?
매번 내세울 기술 하나 없다는 점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요? 우리 모두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내로라할 끝내기 기술은 없다지만 인내와 끈기로 포인트를 하나하나 쌓아 결국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착실한 선수라는 점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올림픽 무대보다 더 치열하다는 국내 선발전 때도 승부에서는 패했으나 점수에서 우월해 출전권을 얻었다고 하죠?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겸연쩍은 표정으로 툭툭 내뱉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더군요. 대중의 마음을 통째로 사로잡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지 싶어요. 자신을 포장하려 들기보다는 무방비 상태로 약점을 솔직하게 다 드러내는 사람이 훨씬 매력적인 법이니까요.
조준호 선수의 아버님도 궁금합니다 그처럼 쿨한 조준호 선수지만 남들이 괜찮으냐고 물어오는 통에 당혹스럽다고 하죠? 툭툭 털어버려서는 안 되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괴로워해야 옳은 일이었는지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면서요. 저는 이미 벌어진 일은 빨리 덮어버리는 게 장땡이라는 신조로 살아가는 사람인지라 조준호 선수의 무한긍정 에너지가 참 마음에 들어요. 어떻게 키우면 저리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청년으로 자랄 수 있는지 조준호 선수의 부모님께 여쭤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마침 부모님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얘긴데요. 마음 상하셨기로 치자면 부모님만한 분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분한 마음에 몇 날 며칠 잠을 못 이루셨을지도 모르겠어요. 만약 저였다면?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떨리지 뭐예요.
그러고 보면 부모님께서 얼마나 가슴 아파하셨는지, 어떤 위로를 서로 주고받았는지, 뭐 그런 훈훈한 얘기들을 꺼냈을 법도 한데 조준호 선수 입에서 불쑥 나온 얘기는 아버님의 계약금 갈취(?) 사건 전모였어요. 아들이 자칫 허튼 곳으로 눈을 돌릴까 봐 걱정이 되셨던지 조준호 선수의 아버지께서는 문제의 계약금 사건 말고도 집안 형편이 안 좋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시며 아들을 근검절약의 길로 이끄셨다고 하죠? 그래서 남들이 야식을 먹을 때마다 얻어먹는 것도 눈치가 보여 물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는 조준호 선수. 파장 무렵 막내 MC 규현 씨가 대담무쌍 하게도 “조준호 선수에게 아버지란?”이라는 공식 질문을 던졌고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조준호 선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기꾼?”이라고 호응했지만 당신들 부자지간의 끈끈한 정을 의심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천지에 아마 단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갑자기 조준호 선수의 아버님이 궁금해집니다. 조준호 선수를 이처럼 잘 길러 낸 아버님은 얼마나 유쾌! 상쾌! 통쾌한 분일까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하소연은커녕 허허실실 웃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요 사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땅을 치며 울분을 토하고도 남을 억울한 사건이었잖아요. 더구나 상대 선수인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가 판정 번복이 잘못이라는 걸 솔직히 인정한 반면 우리 체육회 쪽에서는 애매한 행보로 사람 속을 한 차례 더 뒤집었었죠. 그러니 멍석도 깔렸겠다, 갖가지 억울함을 하소연하듯 쏟아낼 만도 했죠. 그런데 조준호 선수는 그러기는커녕 언론의 별 기대 없이 런던으로 떠나던 날 기자들에게 받은 굴욕을 재연한다든지, 다른 선수들은 모두 필살기가 있지만 자신은 선배들이 어렵사리 만들어낸 기술을 빌려다 쓸 뿐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저 내내 허허실실로 그 복장 터지는 감정들을 무마시키고 있었어요. 자신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분노해 마지않는 분위기가 불편하게 다가왔기 때문일까요?
매번 내세울 기술 하나 없다는 점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요? 우리 모두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내로라할 끝내기 기술은 없다지만 인내와 끈기로 포인트를 하나하나 쌓아 결국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착실한 선수라는 점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올림픽 무대보다 더 치열하다는 국내 선발전 때도 승부에서는 패했으나 점수에서 우월해 출전권을 얻었다고 하죠?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겸연쩍은 표정으로 툭툭 내뱉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더군요. 대중의 마음을 통째로 사로잡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지 싶어요. 자신을 포장하려 들기보다는 무방비 상태로 약점을 솔직하게 다 드러내는 사람이 훨씬 매력적인 법이니까요.
조준호 선수의 아버님도 궁금합니다 그처럼 쿨한 조준호 선수지만 남들이 괜찮으냐고 물어오는 통에 당혹스럽다고 하죠? 툭툭 털어버려서는 안 되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괴로워해야 옳은 일이었는지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면서요. 저는 이미 벌어진 일은 빨리 덮어버리는 게 장땡이라는 신조로 살아가는 사람인지라 조준호 선수의 무한긍정 에너지가 참 마음에 들어요. 어떻게 키우면 저리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청년으로 자랄 수 있는지 조준호 선수의 부모님께 여쭤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마침 부모님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얘긴데요. 마음 상하셨기로 치자면 부모님만한 분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분한 마음에 몇 날 며칠 잠을 못 이루셨을지도 모르겠어요. 만약 저였다면?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떨리지 뭐예요.
그러고 보면 부모님께서 얼마나 가슴 아파하셨는지, 어떤 위로를 서로 주고받았는지, 뭐 그런 훈훈한 얘기들을 꺼냈을 법도 한데 조준호 선수 입에서 불쑥 나온 얘기는 아버님의 계약금 갈취(?) 사건 전모였어요. 아들이 자칫 허튼 곳으로 눈을 돌릴까 봐 걱정이 되셨던지 조준호 선수의 아버지께서는 문제의 계약금 사건 말고도 집안 형편이 안 좋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시며 아들을 근검절약의 길로 이끄셨다고 하죠? 그래서 남들이 야식을 먹을 때마다 얻어먹는 것도 눈치가 보여 물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는 조준호 선수. 파장 무렵 막내 MC 규현 씨가 대담무쌍 하게도 “조준호 선수에게 아버지란?”이라는 공식 질문을 던졌고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조준호 선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기꾼?”이라고 호응했지만 당신들 부자지간의 끈끈한 정을 의심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천지에 아마 단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갑자기 조준호 선수의 아버님이 궁금해집니다. 조준호 선수를 이처럼 잘 길러 낸 아버님은 얼마나 유쾌! 상쾌! 통쾌한 분일까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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