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나도 그런데!” KBS 에 나온 차태현 씨의 얘기를 듣고 처음엔 저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며 반색을 했습니다. 여행을 다니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거나, 식탐이 없어 먹을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거나, 또 애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거나, 뭐 그런 소소한 일상들 말이에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가 있더군요. 부모님, 특히나 아버님과 평생을 친구처럼 지내셨다면서요? 장가를 들어 아이를 둘씩이나 얻은 지금도 부자지간에 한 번씩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하니, 저로서는 어찌나 부러운지 모르겠어요.
저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가며 애를 써 봐도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그래도 진로 결정이라든가 혼인 문제 같은 인생의 중대사는 허락을 얻는 절차를 거쳤을 법도 한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그조차 단답식 대화에 그쳤던 모양이에요. 우리 아버지는 당신은 휘적휘적 앞서 가시고 저를 업은 어머니는 보따리를 들고 종종 걸음으로 뒤따르는, 전형적인 옛날 남자였거든요. 예전 우리네 아버지들은 왜 겉으로 자식 사랑을 드러내는 걸 점잖지 못하게 여기셨던 걸까요? 알고 보니 저희 시아버님도 다를 바 없으셨더라고요. 그러니 뭘 보고 듣고 배웠어야지 저나 남편이나 우리 애들에게 애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요. 마음은 굴뚝 같아도 쑥스러워서 변변한 스킨십 한번을 제대로 한 적이 없이 데면데면 살아온 우리 가족, 그 댁과는 참 비교가 됩니다.
차태현 씨 가족을 보며 저를 돌아보았답니다 게다가 차태현 씨에겐 친구 같은 부모님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친구 같은 아내도 있죠. 아내 최석은 씨에게 “좋은 아빠로는 용산구에서 만큼은 탑일 것”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차태현 씨를 보고 있노라니 부러움이 물 밀 듯 밀려오더군요. 사실 제가 다른 사람이 가진 뭔가를 부러워할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자동차며 보석은 탐나지 않지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연애는 다른 사람들하고 할지언정 결혼은 차태현 씨와 꼭 하고 싶다”는 아내 최석은 씨의 고백만큼은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샘이 난다는 건 아니고, 대를 잇는 가족 사랑이 지켜보는 이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더라는 얘기에요. 가족의 의미, 달랑 내 식구들만이 아니라 시집이며 친정까지, 두루 모든 가족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지난 해 차태현 씨가 SBS 에 출연해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을 때 모두들 깜짝 놀랐죠. 담담한 어조로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너털웃음을 지어가며 얘기하는 고통의 시간들이 너무 엄청나서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언제 봐도 밝고 유유자적한 모습들이 그런 심적 고통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일 거예요. 힘들어도 워낙 표를 안내는 성품인지라 최측근만이 힘든 나날을 함께 했지 싶네요. 하지만 사는 동안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 되는 위기의 순간, 묵묵히 뒤에서 지켜주신 부모님이 많이 의지가 되었을 테죠? 아버님께서 말씀은 농담 삼아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알지. 하지만 교양 있는 부모 노릇을 하려면 표현 않고 기다려야지. 그게 참 어렵지”라고 하셨지만 그 아끼시는 아들이 마음의 병을 얻어 고생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요. 그러나 아버님은 한결같은 유쾌한 웃음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어머님은 홀로 새벽 기도를 올리며 아들의 쾌유를 기원하고 계셨던 거죠.
토크쇼에서 급의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흔들리는 차태현 씨를 바로 설 수 있게 잡아준 아내가 있었고요. 가장 속내를 잘 아는 오랜 친구가 배우자가 되고,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상적인 부부지간, 어떤 드라마며 영화에 나오는 커플이 이보다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요. 게다가 차태현 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아이들 또한 훗날 어떠한 난관이 닥친다 해도 아빠처럼, 엄마처럼 긍정의 힘으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차태현 씨가 초대된 는 왠지 예능 프로그램이라기 보다 KBS 처럼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하도 감정이입이 되어서 몰입하다 보니 뭐랄까. 마치 내 식구 같은, 챙겨주고 싶은 친근함이 생겼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지난 주 KBS ‘1박 2일’에서 평소에는 심하다 싶게 지지리 운이 없던 차태현 씨가 저녁 복불복에서 이겨 푸짐한 조개 구이 한 상을 받는가 하면, 잠자리 복불복에서도 승리하고, 거기에 기상 미션에도 성공해 아침상까지 받는 모습을 보고 나니 마치 제 배가 부른 양 흐뭇하던 걸요. 아직도 완쾌를 위해 여러모로 노력 중이라는 차태현 씨, 이미 가족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으시겠지만 제 마음도 살짝 보태봅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저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가며 애를 써 봐도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그래도 진로 결정이라든가 혼인 문제 같은 인생의 중대사는 허락을 얻는 절차를 거쳤을 법도 한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그조차 단답식 대화에 그쳤던 모양이에요. 우리 아버지는 당신은 휘적휘적 앞서 가시고 저를 업은 어머니는 보따리를 들고 종종 걸음으로 뒤따르는, 전형적인 옛날 남자였거든요. 예전 우리네 아버지들은 왜 겉으로 자식 사랑을 드러내는 걸 점잖지 못하게 여기셨던 걸까요? 알고 보니 저희 시아버님도 다를 바 없으셨더라고요. 그러니 뭘 보고 듣고 배웠어야지 저나 남편이나 우리 애들에게 애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요. 마음은 굴뚝 같아도 쑥스러워서 변변한 스킨십 한번을 제대로 한 적이 없이 데면데면 살아온 우리 가족, 그 댁과는 참 비교가 됩니다.
차태현 씨 가족을 보며 저를 돌아보았답니다 게다가 차태현 씨에겐 친구 같은 부모님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친구 같은 아내도 있죠. 아내 최석은 씨에게 “좋은 아빠로는 용산구에서 만큼은 탑일 것”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차태현 씨를 보고 있노라니 부러움이 물 밀 듯 밀려오더군요. 사실 제가 다른 사람이 가진 뭔가를 부러워할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자동차며 보석은 탐나지 않지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연애는 다른 사람들하고 할지언정 결혼은 차태현 씨와 꼭 하고 싶다”는 아내 최석은 씨의 고백만큼은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샘이 난다는 건 아니고, 대를 잇는 가족 사랑이 지켜보는 이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더라는 얘기에요. 가족의 의미, 달랑 내 식구들만이 아니라 시집이며 친정까지, 두루 모든 가족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지난 해 차태현 씨가 SBS 에 출연해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을 때 모두들 깜짝 놀랐죠. 담담한 어조로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너털웃음을 지어가며 얘기하는 고통의 시간들이 너무 엄청나서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언제 봐도 밝고 유유자적한 모습들이 그런 심적 고통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일 거예요. 힘들어도 워낙 표를 안내는 성품인지라 최측근만이 힘든 나날을 함께 했지 싶네요. 하지만 사는 동안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 되는 위기의 순간, 묵묵히 뒤에서 지켜주신 부모님이 많이 의지가 되었을 테죠? 아버님께서 말씀은 농담 삼아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알지. 하지만 교양 있는 부모 노릇을 하려면 표현 않고 기다려야지. 그게 참 어렵지”라고 하셨지만 그 아끼시는 아들이 마음의 병을 얻어 고생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요. 그러나 아버님은 한결같은 유쾌한 웃음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어머님은 홀로 새벽 기도를 올리며 아들의 쾌유를 기원하고 계셨던 거죠.
토크쇼에서 급의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흔들리는 차태현 씨를 바로 설 수 있게 잡아준 아내가 있었고요. 가장 속내를 잘 아는 오랜 친구가 배우자가 되고,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상적인 부부지간, 어떤 드라마며 영화에 나오는 커플이 이보다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요. 게다가 차태현 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아이들 또한 훗날 어떠한 난관이 닥친다 해도 아빠처럼, 엄마처럼 긍정의 힘으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차태현 씨가 초대된 는 왠지 예능 프로그램이라기 보다 KBS 처럼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하도 감정이입이 되어서 몰입하다 보니 뭐랄까. 마치 내 식구 같은, 챙겨주고 싶은 친근함이 생겼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지난 주 KBS ‘1박 2일’에서 평소에는 심하다 싶게 지지리 운이 없던 차태현 씨가 저녁 복불복에서 이겨 푸짐한 조개 구이 한 상을 받는가 하면, 잠자리 복불복에서도 승리하고, 거기에 기상 미션에도 성공해 아침상까지 받는 모습을 보고 나니 마치 제 배가 부른 양 흐뭇하던 걸요. 아직도 완쾌를 위해 여러모로 노력 중이라는 차태현 씨, 이미 가족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으시겠지만 제 마음도 살짝 보태봅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