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이재하의 심복 vs 왕세자 이각의 심복들
왕자 이재하의 심복 vs 왕세자 이각의 심복들
왕자 이재하의 심복
로맨티스트는 아닐지 몰라도 듬직한 심복임에는 틀림없다. 어떻게든 위기상황을 요리조리 피해보려는 능구렁이 왕자 이재하(이승기)에게 이성적이고 과묵한 성격의 은시경(조정석) 대위는 마치 제복처럼 몸에 꼭 맞는 부하다. 왕자님이 겁도 없이 소녀시대의 삼촌팬인 리강석 동무를 자극하면 은시경 대위는 수습하고, 왕자님이 요즘 초등학생도 안 한다는 ‘의자 뒤로 빼기’ 장난을 쳐도 화 한 번 내지 않는다. 심지어 “넌 왜 만날 웃자고 한 얘기에 정색하고 지랄이냐”는 왕자님의 막말도 꾹 참아낸다. 물론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눈덩이를 세게 던지는 김항아(하지원)에게 “힘이 정말 장사시네요”라고 말할 만큼 융통성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눈치 없는 왕자님보다는 백 배 낫다. 겨우 겨우 어르고 달래서 은시경 대위에게 노래를 시켰건만, 그새를 못 참고 은시경 대위에게 전화를 건 샘 많은 왕자님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 됐다. 고작 도넛의 행방을 물어보겠다고 은시경 대위의 노래를 똑 끊어버린 왕자님, 어떡하지 너? 난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데?

왕세자 이각의 심복들
조선에서는 능력이 출중한 심복들이었을지 몰라도 서울에서는 그저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그림을 한 번에 외워버리는 능력을 지닌 송만보(이민호)는 자동차 번호판을 실사판으로 그려 경찰서를 탈출했지만, 결국 왕세자 저하(박유천)를 편의점 앞 꽃거지왕으로 방치했다. 생각보다 말, 말보다 칼이 앞서는 우용술(정석원)은 TV 속 활을 쏘는 사람에게 칼을 겨누는 것도 모자라 기물파손까지 감행하면서 왕세자 저하를 막노동의 세계로 내몰았다. 결국 왕세자 저하의 허기진 배를 채운 것은 송만보의 기억력도, 우용술의 검술도 아닌 도치산(최우식)의 명품 연기력이었다. 두 다리와 동공을 동시에 무장 해제시킨 결과 ‘오무라이수’를 얻어냈고, 사과머리를 흩날리며 헌옷수거함에서 검정 어그부츠를 발견한 덕분에 왕세자 저하의 블링블링한 킹룩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왕세자 저하를 ‘오무라이수’요구르트만 좋아하는 바보로 내버려둘 수 없는 노릇이다. 평소 생크림을 즐겨드시는 왕세자 저하의 입맛을 고려해 빛깔이 하얗디하얀 국수를 추천하니, 심복들은 지금 당장 편의점으로 달려가 주문을 외길 바란다. 기수면다린 기수면 기수면두나익♬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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