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한 로맨스>, 끝내 터지지 않은 적시타
, 끝내 터지지 않은 적시타" /> KBS2 밤 9시 55분
재치 있는 번트, 인상적인 도루가 있었다고 해서 좋은 경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는 순간순간 환호 했으나 적시타 한번 볼 수 없었던 기묘한 경기 같은 드라마였다. 작품의 가장 중심축이 되었던 스토커 사건은 끝까지 긴장을 이어가지 못했고,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더욱이 중반 이후 주변 인물들이 사건 해결을 주도하면서 박무열(이동욱)과 유은재(이시영)가 정작 이야기 밖으로 밀려나 버린 점은 이 드라마가 놓친 가장 큰 조각이다. 중반 이후 내내 속앓이를 하느라 본연의 성격을 잃은 유은재와 그녀를 향한 애정을 각성한 박무열의 심리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좀처럼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아무리 많은 선수들이 경기를 만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결국 야구의 점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마운드에 오른 투수와 타석의 타자, 두 사람의 긴장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잊은 듯한 구성인 셈이다.

그래서 대부분 등장인물들의 후일담을 보여준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다정하기보다는 잔인한 시간에 가까웠다. 본의가 아닐지라도 진동수(오만석)가 어렵게 꺼낸 열등의식은 박무열의 너그러움에 덮여 사라졌고, 고재효(이희준)는 끝내 박무열로부터 독립된 자신의 이야기를 갖지 못했다. 가장 오랫동안 열등감에 시달려 온 오수영(황선희)과 양선희(이보희)에 대한 결론은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방식의 안이함을 차치하더라도 그 내용조차 달갑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 바깥의 사람들, 사실상 다수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그늘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던 드라마가 결국 그 응달을 광기로 정의해 버린 것은 폭투에 다름 아니다. 믿음직한 싸인 한번 주지 않고 “왜 나를 믿지 못하냐”고 화를 낸 채 전지훈련을 가 버린 박무열의 난폭함이 로맨스라는 결론을 통해 용인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상 드라마는 유은재를 구원하지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했다. 블루 시걸즈의 응원복 안에 레드 드리머즈의 옷을 입은 그녀는 결국 자신의 진심을 완벽히 드러내지도, 자신을 구한 야구를 당당하게 사랑하지도 못한 것이다. 케빈 장, 아빠, 그리고 남자친구의 눈치를 봐야 하는 변함없는 세상에서 로맨스가 난폭함을 잠시 망각하게 만드는 당의정이라면, 유은재의 마지막을 축하하기 어려울 것 같다. 쓴맛을 쓰다고 말하기 때문에, 유은재를 사랑했었던 사람이라면 더욱 더.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