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쾌속질주만이 남았다
, 쾌속질주만이 남았다" /> 26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차수혁(이필모)이 강기태(안재욱)를 잡기위해 찾아낸 빛나라 기획의 허점은 바로 대마초였다. 당시 가수들이 ‘해피 스모크’라는 이름으로 담배처럼 피웠다는 대마초는 당시에도 물론 불법이었다. 그리고 빛나라 기획과 계약한 톱스타들 중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가수들로 지목된 것은 바로 “최근에 계약한 쎄씨봉 가수들”이다. 가 현실을 구성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주연들을 비롯해 주요 이야기를 만드는 인물들은 분명히 허구의 존재들이다. 하지만 자주 실명으로 소환되는 가수들이나 배우, 감독들의 이름은 이 드라마가 공유하는 시대와 배경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대마초 사건에 실제로 연루되었던 쎄씨봉 출신 가수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오는 식으로, 허구의 인물들이 실제의 사건에 말려들게 하면서 가 만든 70년대는 더 견고해진다. 이렇게 허구 속에 실화를 첨가한 배경 속에서 장철환(전광렬)과 김재욱(김병기)이 당시 어떤 정치인들을 모델로 한 것인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가 실은 강기태의 성공신화라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과정과 장애물들이 억지스럽거나 뻔하지 않은 것은 이런 식으로 잘 구축된 배경 때문이다. 당 시대의 복식이나 풍속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과는 달리, 시대극으로서 현실과 좀 더 밀착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낸 덕에 쇼 비즈니스의 세계를 그리면서 정치적 상황이나 알력싸움까지 녹여낼 수 있었다. 최성원(이세창)의 영화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 극중극이나 쇼 장면도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며 적재적소에 활용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기태의 성공기가 시작되면서 수혁의 열등감과 복수심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정혜(남상미)와 채영(손담비)의 갈등도 본격화 되면서 이제 막 중반을 지난 에는 속력이 붙기 시작했다. 방향을 잘못 잡지만 않는다면 쾌속질주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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