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돌아와줘 멀지 않다면 아직 나를 사랑한다면 아직까지 난 그 자리에 널 기다리고 있어” – 2003년, ‘와줘’
“내가 모든 걸 잃어도 내 인기가 떨어져도 더 이상 노랠 못하고 다른 직업을 가져도 나라는 이유만으로 날 계속 사랑해 줄 수 있니” – 2012년, ‘내가 노래를 못해도’
그렇게, 10년.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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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 세븐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양현석에게 소개시켜준 가수이자 댄스팀 스위치의 리더. 가수를 꿈꾸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5살 때부터 MC해머, 마이클 잭슨 등의 노래를 듣던 세븐은 중학교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춤을 배웠고, YG에 들어가기 전에는 JD라는 그룹을 준비했다. 양현석은 세븐의 노래를 듣고 “내일부터 연습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븐은 그 후로 1년 동안 아무 것도 못 배운 채 연습실 마룻바닥을 닦았고, 양현석은 매주 그의 실력을 평가할 뿐이었다. 자신이 다니던 안양예고 교문 앞에는 하교 시간마다 “(학생들을 캐스팅을 하러) 기획사 차들이 10대씩” 와있던 시절. 그리고 자신과 함께 있던 연습생들은 다른 회사와 계약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하이테크: 세븐이 연습생시절 춤을 배운 당시 YG의 댄스팀. 세븐은 연습실을 청소한 뒤 하이테크의 춤을 눈으로 보고 익히며 춤을 연습했다. 일정 기간 동안 매주 평가는 하지만 구체적인 테크닉을 가르쳐주지 않는 YG의 트레이닝 방식은 세븐이 “안 하곤 못 배기게” 만들었고, 스스로 춤과 노래를 배우며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데뷔 전 세븐은 연말 음악 프로그램에서 ‘한 번 단 한 번’을 불렀고, 양현석은 이 무대를 보고 세븐의 데뷔를 앞당겼다. 매 주가 서바이벌 오디션이었던 연습생에게 무대는 뛰어놀 공간이었고, 무대에 오르자 활기차면서도 여유가 넘쳤다. 성공은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경진: 세븐의 데뷔곡 ‘와줘’의 뮤직비디오 감독. 힐리스를 타고 다니는 화사한 분위기의 소년이자, 이별의 아픔에 애절하게 노래하는 뮤직비디오 속 세븐의 모습은 단숨에 그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설명했다. 감미롭게 노래할 수 있고, 무대를 장악하는 춤 실력과 힐리스 등의 아이템으로 그 또래 소년이 보여줄 수 있는 트렌디한 느낌도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여유가 넘쳤다. 당시 세븐의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조세현이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고 춤을 잘 춰서인지 유연한 포즈도 매력적”이라고 말한, 모든 것이 준비된 신인의 등장.

박정아: 세븐과 휴대폰 CF에 함께 출연한 연예인. 세븐은 이 CF에서 복잡한 버스 안에서도 유쾌하게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근심 없이 음악을 즐기며 웃는 남성 아이돌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이미지였고, 그는 단번에 자신의 시장을 가졌다. 노래, 춤, 패션 어느 것 하나 너무 과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스스로도 “너무 긍정적”이라고 말하는 성격이 더해져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다가서는 가수였기에 가능한 결과. 하지만 세븐은 2집 타이틀 곡 ‘열정’, 디지털 싱글 ‘Crazy’ 등 무대 위에서는 보다 강하고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발전을 위한 도전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일이었다. 반면 춤과 노래가 균형을 이룰 때 매력적인 세븐의 장점 대신 춤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세븐은 일본에 진출했다. 인기를 얻은 뒤부터 매번 변화와 과감한 선택이 이어졌다.

허이재: MBC 에서 세븐의 상대역. 세븐은 4집 앨범 < Se7olution > 발표와 맞물려 에 출연했다. 전작인 MBC 의 인기와 세븐의 출연은 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밝은 소년의 모습을 가진 작품 속 캐릭터 역시 세븐과 어울렸다. 그러나 의 완성도는 전작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고, 상업적으로도 실패했다. 일본 활동으로 공백기가 생겼던 그에게 의 실패는 그의 국내 입지를 약화시켰다. 하지만 세븐의 과감한 선택은 계속됐다.

테디: 세븐의 새 앨범 수록곡 ‘Somebody else’까지, 세븐의 많은 곡들을 만든 뮤지션. 특히 테디가 타이틀곡에서 작곡 또는 편곡에 참여한 3집 와 4집 < Se7olution >은 세븐의 최고작들이다. 3집의 타이틀 곡 ‘난 알아요’는 댄스음악이되 빠른 속도 대신 누구나 몸을 흔들 수 있는 흥겨움에 집중했고, ‘밤새도록’은 클럽의 공기마저 그대로 재현한 진정한 클럽용 음악이었으며, ‘Love story’는 힙합비트-팝 멜로디-댄스의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힙합을 베이스로 두되 R&B와 팝의 멜로디를 얹고, 클럽튠이라 할 만한 사운드가 세븐의 여유 있는 무대와 결합하면서, 3집은 세븐이 당시 한국 메이저 신에서 가장 앞서가는 스타일을 제시하는 가수임을 증명했다. 또한 ‘와줘’를 더 짙고, 더 깊고, 더 R&B적으로 발전시킨 듯한 4집 타이틀 곡 ‘라라라’는 춤, 노래, 스타일이 결합할 때 가장 멋진 모습을 만들어내는 세븐의 장점을 극대화 시켰다. 다만, 당시 가요계는 아직 기분 좋게 몸을 흔들 수 있는 댄스곡에 적응되지 않았고, 깔끔한 보컬 보다 ‘소몰이’로 불렸던 진한 목소리가 선호됐으며, 남자 솔로보다는 남자 그룹이 대세였다. 진화가 늘 인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양현석: 연습생 최동욱에게 세븐이라는 이름을 주고, 세븐을 데뷔시키고, 세븐을 일본에 보내고, ‘Crazy’를 앨범이 아닌 디지털 싱글로 발표하는 것을 결정한 사람. 그리고, 세븐의 미국 진출을 결정했다. 양현석은 이전의 YG에서는 볼 수 없었던 대대적인 투자를 세븐에게 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하지만 이는 의도와 다르게 한 가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한 셈이 됐다. 세븐의 일본 진출은 한국에서 공백기가 생기도록 했고, 미국 진출은 일본 활동의 성과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었다. 세븐은 3년간 미국에서 음반을 준비하며 “내가 미국에 있는 것도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했고, 결국 싱글 ‘Girls’를 발표한 뒤, “5년 전속계약”을 조건으로 내건 미국 레코드사의 제안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제작자와 가수 모두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실패로 돌아온 셈. 이후 YG가 해외 진출 시 한국을 기점으로 삼고 천천히 진행하는 데는 세븐의 미국진출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돌아온 한국에는 다른 후배들이 인기를 얻고 있었다.

박한별: 세븐의 여자친구. 세븐은 토크쇼 등에서 “여자친구가 있어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박한별과의 교제를 인정했다. 교제를 인정하면서 그는 여자친구와 편하게 데이트를 하게 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의 존재는 늘 여유 있는 모습으로 무대를 장악하던 스타를 여자친구가 있는 현실의 존재로 만들었다. 미국 활동으로 생긴 공백까지 겹쳐지면서 세븐만이 가질 수 있던 이미지가 약해진 셈. 또한 복귀작이었던 ‘Digital bounce’와 ‘Better together’는 춤-노래-스타일의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세븐만이 만들어냈던 독특한 느낌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여전히 무대 위에서는 잘한다. 하지만 힐리스를 타고 무대 위를 누비던 소년이 YG의 중진이자 여자친구가 있고, 음식점을 경영하는 남자가 됐다.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달라지기는 했다.

박진영: ‘내가 노래를 못해도’를 작곡한 뮤지션. 세븐은 이전처럼 미디엄 템포 위에서 감성적인 멜로디를 노래하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과거보다 거칠어진 그의 목소리는 ‘와줘’ 시절보다 더 절절하게 들리고, “내가 모든 걸 잃어도 내 인기가 떨어져도 더 이상 노랠 못하고 다른 직업을 가져도 나라는 이유만으로 날 계속 사랑해 줄 수 있니”라는 가사는 자조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이 노래에서 세븐은 자신이 무엇을 가진 가수인지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내 인기가 떨어져도 더 이상 노랠 못하고’라는 순간을 부를 때마저 세븐은 유연하게 리듬을 타고, 목 놓아 노래하지 않아도 멜로디에 애절함을 실을 수 있는 감성은 여전하다. 또한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독무를 추며 무대를 장악할 수 있다.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내가 노래를 못해도’라고 노래 할 만큼 자신의 현실을 자조한다. 그러나 잃어버린 것은 인기이지 감각이 아니다. 시간은 지나갔지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더 깊어졌다. 세븐이 보여줘야 할 건 자조가 아니라, 의지다.

Who is next
세븐과 같은 소속사인 강혜정과 함께 영화 에서 연기한 오광록의 출연작 의 원작자 공지영.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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