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야구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도, 야구와 연애가 따로 노는 이야기도 아니다. 남녀 주인공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되는 이유, 그 안에서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는 도구는 모두 야구다. 야구팀 ‘블루 시걸즈’ 극성팬이자 ‘레드 드리머즈’의 선수 박무열(이동욱)의 안티팬인 유은재(이시영)는 박무열 때문에 ‘블루 시걸즈’가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고 생각하고, 노래방에서 우연히 마주친 박무열을 업어 메친다. 여자 경호원이 술 먹고 싸웠다거나 야구선수가 여자와 싸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곤란한 상황에서 양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은재가 박무열의 사설 경호원이었다고 발표한다. 달콤한 스킨십 대신 치열한 몸싸움으로 엮인 두 사람은 야구 선수와 경호원의 관계가 되어서도 서로를 “야구하는 깡패”와 “꼴통”으로 부르고, 각자의 집에 돌아가서는 다시 야구 선수와 안티팬의 관계로 돌아가 서로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채팅을 한다.

유은재가 얼마나 내숭 없는 여자고 박무열이 얼마나 배려심 없는 남자인가에 대해 대부분의 장면을 할애한 첫 회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는 다른 타입의 남녀 주인공을 제시한다. 허투루 낭비하는 장면이 없다는 것도 칭찬할 만한데 심지어 매 순간 웃기기까지 하다. 결국 야구는 없는 로맨스를 급하게 만들어내기 위한 희생양이 아니라, 언젠가 벌어질 로맨스를 더욱 쫀득하게 만들어 줄 재료인 셈이다. “비록 몸은 놈(박무열)의 옆에 있더라도 네 영혼은 파랗다”는 유은재 아버지(이원종)의 경고처럼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한 상황은 도리어 웃음을 유발하고, 야구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들끓는 에너지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팔딱팔딱 뛰게 만든다. 공은 이미 시원하게 던져졌다. 남은 건 공의 방향이다. 야구로 엮인 악연이 로맨스를 거쳐 인연으로 바뀌는 과정을, 웃음의 농도를 지금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그려내는 것이 앞으로의 에게 주어진 과제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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