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지 패밀리’, 진짜 사람을 보여준 극장
‘조은지 패밀리’, 진짜 사람을 보여준 극장
‘조은지 패밀리’ MBC 일 밤 11시 35분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고, 착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을까. 여기 여덟 살 조은지(김환희)가 있다. 엄마는 일찍 죽어 세상에 없지만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아빠 태평(안내상)이 있고, 예쁜 외모와 뛰어난 춤 실력으로 언젠가는 가수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은지가 가진 모습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은지는 “펑퍼짐 한” 학원 아줌마 미애(이혜은)가 아빠와 결혼하려는 게 싫다. 그 결혼을 막기 위해 은지는 가출을 하고, 태연하게 미애와 마주 앉아 “아줌마가 못나 아줌마 남편이 떠난 게 아니냐”며 아무렇지 않게 어른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그렇다. 아이는 어른의 사정을 몰라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상처 줄 수 있는 존재다. 이렇듯 ‘조은지 패밀리’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사랑을 위한 도구나 전형적인 방식으로 그리지 않는다. 은지의 시점에서 내레이션과 함께 진행되는 ‘조은지 패밀리’는 그래서 이혼 가정과 재혼이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과하게 진지하거나 어두운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처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한바탕 앓고 일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결국 “예쁜 만큼 아픈” 것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아이는 자란다. 이 사랑스럽지만 눈물 나는 가족극 ‘조은지 패밀리’를 끝으로 MBC 은 끝이 났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아줌마, 할머니와 손녀, 상처입고 간이역에 모인 사람들, 진짜 사랑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작고 어린 아이. TV 속에서 진짜 모습을 찾아주려 하지 않았던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려 했던 의 자리에서 이제 어떤 프로그램을 만나게 될까. 이 다시 으로 돌아온 것처럼, 언젠가 또 단막극을 볼 수 있는 ‘극장’이 MBC에 다시 열릴 수 있을까.

글. 윤이나(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