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수 MBC 밤 11시 5분
신정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객원MC 체제의 첫 주자로 김태원을 내세운 ‘라디오 스타’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그간 신정환을 대체할만한 MC로 거론된 후보군들은 대개 치고 빠지는 순발력과 애드리브가 장기인 그의 스타일과 유사한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엄친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대본의 속도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김태원 고유의 느린 까막귀 캐릭터는 신정환과 정반대의 지점에서 재미를 선사했다. 그를 예능인으로 발굴한 김구라는 물론이고 KBS ‘남자의 자격’으로 호흡을 맞춰온 김국진 등 기존 MC와의 조화에서도 무리가 없었으며, 윤종신조차 대본이 잘 안 보인다는 김태원의 말에 제작진에게 “글씨를 할머니들 찬송가처럼 크게 확대해” 달라는 멘트로 그의 캐릭터에 대한 재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김태원이 MC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결연한 게스트 소개를 마친 뒤 까칠한 김구라가 “대본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이 그냥 읽기에 급급”하다고 정곡을 찌르는 순간, 네 명 MC의 물고 물리는 ‘라디오 스타’ 특유의 캐릭터쇼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심지어 김태원이 프로그램의 빠른 호흡에 합류하지 못하고 외떨어져있어도 그 모습 자체가 그의 캐릭터로 보이니 이쯤 되면 그냥 앉아만 있어도 존재감은 확보한 셈이다. 그의 세대와 공감대 형성의 여지가 큰 추억의 아역배우로 채운 이날의 게스트 역시 토크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어주었을 것이다. 김민희가 ‘클레멘타인’을 부르지 않았다면 증산동 출신의 김태원으로부터 “연탄 속에 묻어줘”라는 노랫말을 어떻게 들을 수 있었겠는가. 물론 그의 “MC 수난기”가 토크 소재의 유효기간을 다한 이후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라디오 스타’ 첫 객원MC 김태원은 적어도 신정환의 공백을 떠오르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꽤 성공적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신정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객원MC 체제의 첫 주자로 김태원을 내세운 ‘라디오 스타’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그간 신정환을 대체할만한 MC로 거론된 후보군들은 대개 치고 빠지는 순발력과 애드리브가 장기인 그의 스타일과 유사한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엄친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대본의 속도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김태원 고유의 느린 까막귀 캐릭터는 신정환과 정반대의 지점에서 재미를 선사했다. 그를 예능인으로 발굴한 김구라는 물론이고 KBS ‘남자의 자격’으로 호흡을 맞춰온 김국진 등 기존 MC와의 조화에서도 무리가 없었으며, 윤종신조차 대본이 잘 안 보인다는 김태원의 말에 제작진에게 “글씨를 할머니들 찬송가처럼 크게 확대해” 달라는 멘트로 그의 캐릭터에 대한 재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김태원이 MC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결연한 게스트 소개를 마친 뒤 까칠한 김구라가 “대본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이 그냥 읽기에 급급”하다고 정곡을 찌르는 순간, 네 명 MC의 물고 물리는 ‘라디오 스타’ 특유의 캐릭터쇼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심지어 김태원이 프로그램의 빠른 호흡에 합류하지 못하고 외떨어져있어도 그 모습 자체가 그의 캐릭터로 보이니 이쯤 되면 그냥 앉아만 있어도 존재감은 확보한 셈이다. 그의 세대와 공감대 형성의 여지가 큰 추억의 아역배우로 채운 이날의 게스트 역시 토크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어주었을 것이다. 김민희가 ‘클레멘타인’을 부르지 않았다면 증산동 출신의 김태원으로부터 “연탄 속에 묻어줘”라는 노랫말을 어떻게 들을 수 있었겠는가. 물론 그의 “MC 수난기”가 토크 소재의 유효기간을 다한 이후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라디오 스타’ 첫 객원MC 김태원은 적어도 신정환의 공백을 떠오르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꽤 성공적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