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신데렐라 성공기 그 이후
, 신데렐라 성공기 그 이후" /> 첫 회 SBS 월-화 밤 8시 50분
신데렐라도 아줌마가 되면 별 수 없다. 남편은 다른 능력 있는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시어머니는 “어서 애나 낳아. 네가 우리 집에 해줄 게 그거밖에 더 있겠니?”라며 대놓고 멸시한다. 는 여상 시절 왕십리를 주름잡던 일진 짱 출신의 설희(김정은)가 유능한 변호사 지욱(김승수)과 결혼하면서 명문가에 입성한 뒤 벌어지는 신데렐라 후일담으로부터 출발한다. 순종적인 아내와 며느리로 살아가던 설희가 시댁의 위선과 억압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선언하면서 거대 법조가문을 상대로 벌이는 이혼 소송기와 과거의 꿈이었던 밴드 활동 성공기라는 두 개의 플롯이 중심이 되는 전형적인 아줌마 자아 찾기 드라마다. 하지만 최상류층 사회의 불순물처럼 취급받는 하층 계급 여성의 현실과 판타지를 통해 동화에 은폐된 계급의 문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단순한 아줌마 성공기 이상의 울림을 전해준다. MBC 이 아줌마 로맨스 안에 후기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담아낸 수작이었다면, 역시 분명 아줌마 드라마의 한 진일보를 증명할만한 흥미로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원톱 주인공 캐릭터인 설희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마돈나 밴드의 일원인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에서도 같은 울림을 전할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은 한층 희망적인 전망이 될 것 같다. 첫 회에서 드라마의 가능성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현식의 이나 산울림의 처럼 인물의 상황과 심리를 대변하는 적절한 삽입곡들이었다. 앞으로도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코드에 머물지 않고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보완해줄 밴드 드라마다운 음악의 활약을 기대한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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