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대박 행진을 누가 예상했을까. 어쩌면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도 미처 예상치 못했을지 모른다. 민효린은 의 ‘하루’로 연기 데뷔부터 주연을 맡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웠고, 한동안 민효린을 TV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민효린은 화려한 주연보다는 비록 조연이지만 강렬한 캐릭터를 내세운 의 ‘수지’와 의 ‘다겸’으로 다시 차근차근 연기 인생의 한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영화는 400만 관객을 넘어서 500만을 돌파했고, 에서는 때의 연기력 논란을 딛고 호평을 얻고 있다. 화려함과 스포트라이트보다 내실을 선택한 민효린의 맨 얼굴을 들여다보았다.가 첫 영화 출연인데 이렇게 잘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민효린 : 이렇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형철 감독님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었다. 도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더 재밌게 나왔다고 들었다. 도 그럴 거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사실 “흥행이란게 뭘까”, “시청률이 높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어떤걸까” 궁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400만이 넘은 영화에 출연하니 주변 반응부터 달라지더라. 약국 가면 박카스 하나라도 더 주시고, 지나가다가도 날 알아보고 잘 봤다고 말씀해 주신다. 그냥 민효린에서 배우 민효린으로 조금 시각이 변했다고, 좀 비호감이었는데 호감으로 변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신다. 연기에 있어서 흥행이나 시청률만이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의 진정한 일원이 됐었구나’ 하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전에 공백이 있었는데 영화로 컴백하게 된 계기는?
민효린 : 공백이 있었지만, 쉬려고 해서 쉰 건 아니다. 열심히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맡을 수 있는 역이 한계가 있었다. 또래 역할은 많이 없었고, 어려 보인다면서 성인 역할은 맡겨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에게 어려보이는 이미지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에서 노출이 좀 있는 화보를 찍은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면서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의 ‘수지’도 나 뿐만 아니라 수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다. 난 처음부터 ‘수지’ 역을 맡으러 오디션을 준비한건 아니었다. 오디션 신청을 했더니 감독님이 “한번 보자. 그때 보고 생각을 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아무 준비도 못했다. 오디션용 기본 대본이 있어서 그것만 들고 갔는데, 연기하는 걸 보시더니 수지 대본을 주셨다. 그리고 하루 이틀 뒤에 수지를 해보라고 연락이 왔다. 다른 누구보다 수지가 가장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 너무 기뻤다.
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나미나 춘화일 텐데 왜 수지가 탐이 났나?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묻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없었나?
민효린 : 을 할 때 조연의 힘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회가 닿으면 정말 멋있는 조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할만큼. 수지란 인물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뭐라 특별히 말하긴 어렵지만 왠지 모를 매력에 반했었다. 친구를 위해서 다치기도 하는 모습도 멋있어 보였다. 다시 연기에 시동을 걸기엔 좋은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7공주 중 그래도 언니였던 편이라 튀고 싶단 마음보다 한 작품 안에서 잘 녹아들길 원했다. 튀고 싶다는 마음을 하기 시작하면 작품 안에 잘 녹아들어갈 수 없는 것 같다. 영화가 처음이기도 해서 욕심을 내기보다 안에서 내가 잘 융화되길 바랬다.
에선 영화보다 더 분량이 적어졌다. 조연을 제의받고 아쉽진 않았나?
민효린 : 후반부에 내가 극을 이끌어가는 한 축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내가 분량 욕심을 낼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주연도 해보고, 영화도 해보니까 분량이 다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많이 나온다고 의미 있는 것도 아니고, 적게 나온다고 의미 없는 것도 아니였다. 만 하더라도 주연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작품을 한 것 같아서 기쁘다.
‘다겸’이라는 캐릭터가 비중이 작더라도 의미 있는 캐릭터라고 느낀건가?
민효린 : 다겸이 식모 중 막내로 나오지만, 그녀의 삶이 결코 어린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겸은 순수하고, 맹랑한 면도 있지만 그만큼 곡절과 험난함을 간직한 캐릭터다. 그런 점에서 끌렸다. 이젠 분량이나 이미지에 신경 쓰기보다 끌림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에서 서인경 역할을 임수정 선배가 연기하셨는데, 그렇게 양면적인 매력을 한 작품에서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역에 매력을 느낀다.
첫 영화가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졌다. 로 첫 연기 데뷔할 때도 대뜸 주연을 맡았다. 그래서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민효린 : 운이 좋았는진 잘 모르겠다(웃음). 남들처럼 나도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이 된 거라서. 때 이윤정 감독님이 의 ‘하루’와 내가 닮아 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하신 것 같긴 하다. ‘하루’는 대구에서 스케이트를 타려고 올라온 아이고, 나는 대구에서 연예인이 되려고 서울로 올라온 아이니까. 그래서 감정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점을 집중적으로 보셨다고 나중에 말씀하셨다. 이윤정 감독님을 처음 까페에서 만났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2~3시간이 넘게 이런저런 연기를 시키셨다. 대본 리딩도 시키시고. 만약 그때 마음에 안 드셨으면 ‘하루’가 되지 못했을거다. 운이 좋았긴 했지만, 운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아프지만 말자. 쓰러지지만 말자”
관계도 복잡하고, 피겨 스케이팅 선수라는 점에서 ‘하루’라는 캐릭터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민효린 : 캐스팅이 되고 나서 방송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1년 반이 넘도록 방송이 불투명했었다. 그동안은 그저 스케이트를 연습하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부상도 많이 입었다. 심지어 인대 파열에 근육이 찢기기도 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오래 걸을 수가 없다.
방송이 불투명했다면 이제 막 연기 데뷔를 하려는 처지에서 불안하지 않았나?
민효린 : 연습할 빙상장을 구하는게 힘들어서 불안한 마음이 들 새도 없었다. 그리고 그땐 이윤정 감독님만 믿었기 때문에 크게 불안하진 않았다. 이윤정 감독님이 많이 내 방패막이가 많이 되어주셨다고 들었다. 지금도 이윤정 감독님껜 정말 감사드린다. 나를 처음으로 믿어주신 분이다.
당시 첫 작품인데다가 감정선도 복잡한 캐릭터라서 그런지 연기력 논란이 꽤 있었다.
민효린 :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다시 돌려보곤 하는데, 마음만 앞선 것이 보여서 부끄럽다. 뒤로 갈수록 감정 신이 많아지는데 ‘무엇보다 연기자로서 가진 게 많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연기는 “자기 것이 많이 쌓여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땐 처음이라 의욕밖에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내가 연기하는 ‘하루’라는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처럼 보여지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사실 내 연기력에 대한 비판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하루에 한 시간도 잠을 못 잤었다. 스케이트를 타면서 연기한다는 게 정말 몸이 너무 힘들었다. 부상도 심했고. 그래도 머릿속에 쓰러지면 안 된다,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주연이라 내가 아프면 모든 게 다 멈추게 되니까. 내가 연기자로서 최고도 아닌데, 스태프 분들께 폐까지 끼치면 안 되니까 나중에는 ‘절대 쓰러지지만 말자’, ‘아프지 말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연기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원래는 가수로 데뷔했었다. 어떻게 연기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나.
민효린 : 원래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게 서태지와 아이들을 처음 보고 나서였다. 7살 무렵일 때였는데, 그 이후로도 가수들을 너무 좋아했었다. 신승훈, 룰라, 투투의 팬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길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집안이 많이 힘들기도 해서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길을 가는데 대구 동성로에서 JYP의 길거리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3차 오디션까지 보고 들어가서 가수 준비를 했었는데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이 많아서 중간에 나오게 됐다. 그 뒤로 다른 회사에서 데뷔를 준비하다 가수로 먼저 데뷔하게 됐다. 하지만 그때부터 연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었고, 배우에 도전하고 싶은 꿈이 생겼었다.
JYP 시절엔 고향 대구에서 서울을 오가면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민효린 : 쉽진 않았다. 몸이 피곤한 것보다 더 힘든 건 경제적 문제였다. 부모님이 엄하셔서 서울에 올라와 살 수가 없었고, 7개월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서울로 트레이닝을 받으러 통학했다. 그러니 차비만 하더라도 한 달에 수십 만 원이 넘었다. 이제 학생도 아닌데 부모님께 손 벌리기가 너무 죄송했고, 그렇게 생활해도 데뷔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지금은 두 사람 다 잘 됐지만, 2AM의 조권 씨도, 원더걸스의 선예 씨도 같이 연습생 생활을 했었다. 그 분들은 나보다 더 힘드셨겠지만, 나도 참 막막했다. 트레이닝을 마치고 대구에 도착하면 새벽 3~4시쯤 됐는데, 그때 집에 혼자 돌아오는 길이 참 외롭고 쓸쓸했었던 기억이 난다.
연습생을 그만둔다는 건 꿈에서 한 발 멀어진다는 얘기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민효린 : 섭섭하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곧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내 힘으로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돈을 모아 내 꿈을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액세서리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물건을 팔고, 장사를 하는 일이 적성에 맞아서 꽤 재미있게 일했었다.
결국 어느 정도 꿈을 이룬 셈이다. 앞으로 다른 꿈이 있나?
민효린 : 아직 완전히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제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거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도 많고 아직 보여드리고 싶은 것도 많다. 같은 첩보물에서 첩보원 역할이나 수사물에서 여형사 역할도 해보고 싶다. 하지만 일단 차근차근 한발 내딛으면서 조바심 내지 않으려 한다. 제 연기를 보신 분들이 “얘는 정말 진심으로 연기하는구나” 하고 느끼셨으면 좋겠다.
사진 제공. 스타 폭스 미디어, CJ E&M, KBS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