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14시 메가박스 10관
만약 당신이 일을 그만두는 결단이나 전세금을 빼는 경제적인 무리를 떠안지 않고도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가장 이상적 루트는 바로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다. 꼭 유명한 프랑스 칸이나 독일 베를린이 아니라도 세계는 넓고 영화제는 많다. 그리고 그 크고 작은 영화제들은 언제나 ‘게스트’라는 이름의 초대 손님들을 필요로 한다. 물론 세계의 영화제가 앞 다투어 원할 만큼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그 전에 일을 그만두거나 전세금을 탕진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는 바로 스페인의 영화감독 호세 루이스 게인이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유수의 ‘영화제 게스트’로 참여하면서 만들어낸 다큐멘터리다. 그의 영화제 기행은 2007년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파리, 보고타, 콜롬비아, 뉴욕, 칠레, 상파울로, 중국, 쿠바, 홍콩, 예루살렘까지 5대양 6대주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하지만 이 호기심 넘치는 ‘게스트’는 영화제라는 비현실의 섬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진짜 대륙으로의 짧은 탈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에 ‘방문자’로서 질문을 건네거나 ‘방문자’ 다운 관찰을 이어간다. 그렇게 예수천국을 부르짖는 광장의 남자들과 거리의 연설가들, 춤추는 여자들과 시위대들 사이에서 너무나도 흡사한 목소리들과 확연히도 다른 문제점들을 담아내는데 성공한다. 실험영화를 거쳐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운 영화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감독 호세 루이스 게인은 2011년 JIFF 특별전의 주인공이자, 디지털삼인삼색에 참여로 올해 전주를 찾는 ‘게스트’ 중 한 명이다. 언젠가 그의 영화에서 담겨질 전주의 모습은 어떨까. 그의 카메라 앞에 서기 위해선 전주로 가는 수밖에. 5월 6일 14시 CGV 전주 4관
는 이상함을 너머 괴상하게 아름다운 영화다. 어느 비 오던 밤, 사진사 이삭은 “매우 중요한 분”의 부름을 받고 한 저택을 방문한다. 바로 젊은 나이에 결혼식 직후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딸 앙젤리카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이다. 눈을 감은 채 관에 누워있는 앙젤리카는 죽었다기 보다는 잠깐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여전히 싱싱하게 아름다운 여인이다.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갑자기 이 죽은 여인이 눈을 떠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날 이후 인화한 사진 속의 앙젤리카는 자꾸만 그 앞에 나타나고 급기야 이삭은 이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를 앙젤리카에 대한 지독한 상사병으로 젊은 육체는 점점 시들어가고 결국 이삭은 창문 앞에 나타난 그녀를 따라 떠난다. 판타지, 우화 혹은 장렬한 멜로드라마인 는 어떤 세대들에게는 분명 생경한 영화경험일 것이다. 20세기의 시작과 함께 태어난, 그러나 여전히 현재를 살고 있는 감독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의 이상하고도 달콤한 고집, 4D의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나르는 연인의 모습을 소박한 합성만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감독의 진심은 “나는 옛날방식이 좋아요”라고 말하던 영화 속 이삭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이제 영화 안 찍는다”는 올리베이라의 은퇴선언은 세계 영화계의 몇 대 거짓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1908년생, 올해로 103살이 된 포르투갈의 영화 거장은 언제나 그렇게 생의 마지막 영화를 찍고 있다.
글. 전주=백은하 기자 one@
만약 당신이 일을 그만두는 결단이나 전세금을 빼는 경제적인 무리를 떠안지 않고도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가장 이상적 루트는 바로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다. 꼭 유명한 프랑스 칸이나 독일 베를린이 아니라도 세계는 넓고 영화제는 많다. 그리고 그 크고 작은 영화제들은 언제나 ‘게스트’라는 이름의 초대 손님들을 필요로 한다. 물론 세계의 영화제가 앞 다투어 원할 만큼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그 전에 일을 그만두거나 전세금을 탕진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는 바로 스페인의 영화감독 호세 루이스 게인이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유수의 ‘영화제 게스트’로 참여하면서 만들어낸 다큐멘터리다. 그의 영화제 기행은 2007년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파리, 보고타, 콜롬비아, 뉴욕, 칠레, 상파울로, 중국, 쿠바, 홍콩, 예루살렘까지 5대양 6대주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하지만 이 호기심 넘치는 ‘게스트’는 영화제라는 비현실의 섬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진짜 대륙으로의 짧은 탈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에 ‘방문자’로서 질문을 건네거나 ‘방문자’ 다운 관찰을 이어간다. 그렇게 예수천국을 부르짖는 광장의 남자들과 거리의 연설가들, 춤추는 여자들과 시위대들 사이에서 너무나도 흡사한 목소리들과 확연히도 다른 문제점들을 담아내는데 성공한다. 실험영화를 거쳐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운 영화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감독 호세 루이스 게인은 2011년 JIFF 특별전의 주인공이자, 디지털삼인삼색에 참여로 올해 전주를 찾는 ‘게스트’ 중 한 명이다. 언젠가 그의 영화에서 담겨질 전주의 모습은 어떨까. 그의 카메라 앞에 서기 위해선 전주로 가는 수밖에. 5월 6일 14시 CGV 전주 4관
는 이상함을 너머 괴상하게 아름다운 영화다. 어느 비 오던 밤, 사진사 이삭은 “매우 중요한 분”의 부름을 받고 한 저택을 방문한다. 바로 젊은 나이에 결혼식 직후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딸 앙젤리카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이다. 눈을 감은 채 관에 누워있는 앙젤리카는 죽었다기 보다는 잠깐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여전히 싱싱하게 아름다운 여인이다.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갑자기 이 죽은 여인이 눈을 떠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날 이후 인화한 사진 속의 앙젤리카는 자꾸만 그 앞에 나타나고 급기야 이삭은 이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를 앙젤리카에 대한 지독한 상사병으로 젊은 육체는 점점 시들어가고 결국 이삭은 창문 앞에 나타난 그녀를 따라 떠난다. 판타지, 우화 혹은 장렬한 멜로드라마인 는 어떤 세대들에게는 분명 생경한 영화경험일 것이다. 20세기의 시작과 함께 태어난, 그러나 여전히 현재를 살고 있는 감독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의 이상하고도 달콤한 고집, 4D의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나르는 연인의 모습을 소박한 합성만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감독의 진심은 “나는 옛날방식이 좋아요”라고 말하던 영화 속 이삭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이제 영화 안 찍는다”는 올리베이라의 은퇴선언은 세계 영화계의 몇 대 거짓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1908년생, 올해로 103살이 된 포르투갈의 영화 거장은 언제나 그렇게 생의 마지막 영화를 찍고 있다.
글. 전주=백은하 기자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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