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얼음물이 들어 있는 유리컵을 들고 가던 여고생이 교실에서 나오던 ‘훈남’ 교생과 부딪힌다. 엎질러진 물로 셔츠가 비치자 당황한 여고생은 들고 있던 컵을 밀어붙여 교생 선생님의 가슴 부분을 가려주려 하고, 차가운 컵 때문에 화들짝 놀란 교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빠진다.

일상 속 코믹한 순간을 절묘하게 잡아낸 아이스티 티오 광고 속 ‘교생 선생님’은 JYJ의 박유천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동방신기의 멤버로 활동하며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KBS 을 통해 연기자로서도 주목받은 빅 모델이다. 그러나 빅 스타를 내세웠음에도 이 광고는 박유천의 인지도를 앞세우지 않는다. TV 광고가 온에어 되기 1주일 전 온라인상에만 공개되었던 티저 광고에는 박유천의 클로즈업조차 없다.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며 어머니에게 전화해 교생의 애환을 토로하던 중 고참 선생님에게 들켜 당황하는 해프닝을 통해 흥미를 자아낸다. 모델 대신 스토리에 집중한 것이다.

박유천, 우상화의 극대화를 노린 캐스팅
박유천은 왜 교생 선생님이 되었을까
박유천은 왜 교생 선생님이 되었을까
이 제품은 지난해에도 브랜드 런칭을 하며 비스트의 이기광을 내세워 비슷한 효과를 거둔바 있다. 광고는 이기광의 매력을 앞세우는 대신 샤워 후 허리에 수건만 두르고 나온 소년이 거실에 모인 여자 손님들과 마주쳐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잠겨 버린 문 때문에 숨지도 못하고 어색한 미소만 짓는다. “선풍기 에어컨도 소용없어 / 내 마음 완전히 진땀나네” 라는 CM송의 가사가 상황을 더욱 코믹하게 만든다. 이 광고 후 티오는 런칭 첫 해 두 자리 수 시장 점유율을 획득했다. 이 광고 시리즈를 제작한 메이트 커뮤니케이션의 문수희 대리는 “모델의 기존 이미지를 브랜드에 투영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모델 의존도가 높을 수록 브랜드에는 위험성이 크다. 이기광이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캐스팅한 모델이었다면, 박유천은 우상화의 극대화를 노린 캐스팅”이라고 밝혔다.

박유천의 ‘우상화’에 왜 교생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필요했을까. 문수희 대리는 “제품의 주요 소비층인 여중, 여고생들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이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다 보니 약간은 조심스러운 대상이면서도 연령대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포지션이 설정되었다”고 설명했다. 노골적인 섹슈얼 코드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이기광의 상반신 노출이나 박유천의 젖은 셔츠 등 젊은 남성의 몸이 주는 미묘한 집중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 시리즈의 눈에 띄는 지점이다. 모델의 기존 이미지를 CF에 반영하되, 그들을 재치있는 스토리 속에 녹여 스타의 이미지를 남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제품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모델의 이미지만큼 중요해진 CF의 스토리
박유천은 왜 교생 선생님이 되었을까
박유천은 왜 교생 선생님이 되었을까
여름 음료인 아이스티와 대비되는 겨울 음료 광고의 간판 격으로는 지난 2009년 김태원이 CF에 출연한 핫초코 미떼 시리즈가 있다. 이 두가지 계절 음료가 모두 동서식품의 제품이고, 같은 광고대행사에서 광고를 제작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두 제품의 CF는 각각의 시리즈로 특징을 가지면서도 ‘마음이 더울 때’와 ‘찬바람 불 때’ 라는 하나의 콘셉트로 수렴된다. 당시 기존의 모델들에 비해 이질적인 캐릭터였던 김태원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광고 관계자는 “이슈 업을 최대 목표로 한 노림수였다. ‘찬바람 불 때’의 중의적인 느낌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지난 겨울 어린 아들이 아빠(정재영)에게 “회사 가서 친구랑 나눠 먹어”라는 당부와 함께 핫초코 스틱을 건네는 광고 역시 7년에 걸쳐 방송된 6편의 시리즈가 ‘가족’을 그리는 방식을 보여준다. “아이스티와 주된 소비층은 비슷하지만 핫초코는 보다 전략적으로 가족이 함께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포지셔닝을 통해 타겟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모델이 제품에 대해 광고를 하지만, 그것들을 스토리 안에 녹여 자연스럽게 구매를 권하는 것이다. 뻔하지 않은 상상력이 한 스푼 더해진 광고는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든다. 그리고 마음이 더울 때, 찬바람 불 때 우리의 지갑을 여는 힘도 그 즐거움에 있다.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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