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두 구름을 벗어난 달을 꿈꿨다. 이몽학(차승원)은 썩어빠진 조선을 쓸어버리고 왕이 되어 빛나기를, 황정학(황정민)은 자신의 신념과 친구를 앗아간 이몽학을 막아 구름이 걷히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견자(백성현)는 아비를 죽인 이몽학을 없애 자기 안의 울분을 걷고자 했다. 백지(한지혜)는 그저 사랑하는 이와 달빛 아래서 함께 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그런 세상을 본 적 있느냐”는 견자의 외침처럼 그들은 끝내 살아서 찬란한 달빛 안에 들지 못한다.
의 전쟁과 웃음, 의 사랑과 비극을 담았다는 에선 이준익 감독의 지나간 작품들의 흔적이 쉽게 발견된다. 왜구들이 쳐들어 오는 상황에서도 동인과 서인으로 나눠 당파싸움을 벌이는 조정에서는 가장 심각한 상황과 비극마저 웃음으로 녹이는 이 보인다. 궁궐에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일갈하는 견자의 모습에는 가 겹쳐진다. 그러나 장점만을 모아 놓는다고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이준익 감독의 최종적인 마스터 피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인물들의 갈등은 단조롭다 느껴질 만큼 전형적이고, 그것은 아름다운 영상이나 서정적인 음악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이미 라는 걸출한 작품으로 사극이 줄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과 메시지를 경험한 바 있는 관객에게 은 또 다른 달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4월 29일 개봉한다.
황정민은 맹인을 흉내 낸다기보다는 그 자체로 맹인 검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황정학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황정민: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열심히 했다. 맹인학교에 가서 수업도 듣고, 승인 하에 캠코더로 그분들의 동작과 눈의 느낌 같은 것도 찍어서 보고. 그래도 뭐 흉내 낸 거지. 다행히 그런 것들이 다른 배우들이랑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다듬어진 거 같다.
“처음 찍었던 건 연기를 못해서 다 편집됐다” 백성현은 극중에서 황정민에게 유독 머리를 많이 맞던데 괜찮은지?
황정민: 성현이 머리 때리는 건 음향효과가 좋아서 실감나 보이는 거다. (웃음)
백성현: 역할에 몰입하고 있어서 그런지 맞아도 아픈 거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맞는 장면들은 합을 다 짜놓고 한 게 아니라 형님의 컨디션에 따라 그 때 그 때 맞는 부위가 달랐다. (웃음)
황정민: 그래서 아팠다는 거야 뭐야? (웃음)
백성현: 조금 아팠다. (웃음)
한지혜는 종전에 맡았던 역할에 비해 백지라는 역할로 보여줄 것이 많았을 것 같다. 강인한 기생이면서 지고지순하기까지 하다. 거기다가 영화에 삽입된 ‘사랑가’를 직접 부르기도 했는데.
한지혜: 처음 찍었던 건 연기를 못해서 다 편집됐다. 감독님과 대화하고 작업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나중엔 감독님도 진짜 백지가 된 거 같다고 하시더라. 나도 점점 백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웃음) 노래는 김수철 음악감독님이 날 붙잡고 연습을 많이 시켰다. 그런데 처음 녹음한 게 좋다고 하셔서 의외로 수월하게 끝났다.
“감독님과의 대화가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동명의 원작만화를 보면 이몽학 캐릭터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영화에서는 이몽학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차승원: 원작에서 이몽학은 굉장히 추상적인 인물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이몽학이라는 인물의 태생적인 문제점에서부터 가벼운 얘기까지. 근데 사실 감독님하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열 마디를 하면 두 마디만 캐릭터에 관한 거고, 나머지는 사는 얘기였다. (웃음) 이몽학은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는 와중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캐릭터다. 노력이라고 하면 감독님이랑 자주 연락하고 얘기한 거 밖에 없다. (웃음)
줄곧 자신의 꿈을 위해 사랑도 친구도 모두 버린 비정했던 이몽학이 엔딩 신에선 눈물을 흘리더라. 극의 결말을 더 인상깊게 한 장치였는데.
차승원: 감독님이 영화가 처음부터 뜨겁고 마지막은 더 뜨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그 장면은 거의 마지막 촬영이라 더 그랬고. 그 신에 대해서 특별히 이야기를 많이 나눈 건 아니었지만 감독님과 이래저래 사적인 이야기까지 많이 나눈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이몽학을 연기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유난히 뾰족한 치아가 눈에 띄던데.
차승원: 원작만화를 봤을 때 이몽학은 내적인 요소에 야수성이나 아만성이 깃든 인물이었다. 물론 영화에선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순애보적인 면도 있었지만 야수 같은 내음을 풍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이에 장치를 했다. 칼을 쓸 때도 이가 보임으로 인해 그의 성격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왕은 왕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 전작 나 처럼 도 왕이 비이상적이고 유약하게 그려졌다.
이준익 감독: 왕이라는 존재는 어떤 표상이다. 그러나 왕은 왕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가 왕이라는 인물을 표현할 때 인물이 처해지는 상황에 따라 개인이 반응하는 걸 담으려다보니 유약하거나 나약할 때도 있고 일반적으로 극에서 보는 왕의 형태에서 비껴나가는 모습으로 그리게 되더라.
원작만화에선 견자를 중심으로 그를 따라가는 이야기였다. 영화로 각색하면서 네 명의 인물이 모두 부각됐는데.
이준익 감독: 원작은 견자에 의한 일인칭 시점의 드라마에 황정학이 동반하는 버디 스토리고, 이몽학은 시대의 배경에 있는 대상이다. 하지만 만화가 영화로 건너오면서 두 시간 동안 그 시대와 관계를 총체적으로 다루다보면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 충분히 존재감 있게 포지션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다른 인물들도 부각시켰다. 게다가 몇 십억 원을 들여서 찍는 영화인데 한 청년의 성장 드라마로 그치기엔 부족하다. 그럼에도 험악한 시대에 겪는 견자의 성장통을 관객에게 심어주기 위해 다른 인물도 견자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쓴 측면도 있다.
사진제공. 영화사 하늘
글. 이지혜 seven@
의 전쟁과 웃음, 의 사랑과 비극을 담았다는 에선 이준익 감독의 지나간 작품들의 흔적이 쉽게 발견된다. 왜구들이 쳐들어 오는 상황에서도 동인과 서인으로 나눠 당파싸움을 벌이는 조정에서는 가장 심각한 상황과 비극마저 웃음으로 녹이는 이 보인다. 궁궐에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일갈하는 견자의 모습에는 가 겹쳐진다. 그러나 장점만을 모아 놓는다고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이준익 감독의 최종적인 마스터 피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인물들의 갈등은 단조롭다 느껴질 만큼 전형적이고, 그것은 아름다운 영상이나 서정적인 음악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이미 라는 걸출한 작품으로 사극이 줄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과 메시지를 경험한 바 있는 관객에게 은 또 다른 달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4월 29일 개봉한다.
황정민은 맹인을 흉내 낸다기보다는 그 자체로 맹인 검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황정학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황정민: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열심히 했다. 맹인학교에 가서 수업도 듣고, 승인 하에 캠코더로 그분들의 동작과 눈의 느낌 같은 것도 찍어서 보고. 그래도 뭐 흉내 낸 거지. 다행히 그런 것들이 다른 배우들이랑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다듬어진 거 같다.
“처음 찍었던 건 연기를 못해서 다 편집됐다” 백성현은 극중에서 황정민에게 유독 머리를 많이 맞던데 괜찮은지?
황정민: 성현이 머리 때리는 건 음향효과가 좋아서 실감나 보이는 거다. (웃음)
백성현: 역할에 몰입하고 있어서 그런지 맞아도 아픈 거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맞는 장면들은 합을 다 짜놓고 한 게 아니라 형님의 컨디션에 따라 그 때 그 때 맞는 부위가 달랐다. (웃음)
황정민: 그래서 아팠다는 거야 뭐야? (웃음)
백성현: 조금 아팠다. (웃음)
한지혜는 종전에 맡았던 역할에 비해 백지라는 역할로 보여줄 것이 많았을 것 같다. 강인한 기생이면서 지고지순하기까지 하다. 거기다가 영화에 삽입된 ‘사랑가’를 직접 부르기도 했는데.
한지혜: 처음 찍었던 건 연기를 못해서 다 편집됐다. 감독님과 대화하고 작업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나중엔 감독님도 진짜 백지가 된 거 같다고 하시더라. 나도 점점 백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웃음) 노래는 김수철 음악감독님이 날 붙잡고 연습을 많이 시켰다. 그런데 처음 녹음한 게 좋다고 하셔서 의외로 수월하게 끝났다.
“감독님과의 대화가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동명의 원작만화를 보면 이몽학 캐릭터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영화에서는 이몽학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차승원: 원작에서 이몽학은 굉장히 추상적인 인물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이몽학이라는 인물의 태생적인 문제점에서부터 가벼운 얘기까지. 근데 사실 감독님하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열 마디를 하면 두 마디만 캐릭터에 관한 거고, 나머지는 사는 얘기였다. (웃음) 이몽학은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는 와중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캐릭터다. 노력이라고 하면 감독님이랑 자주 연락하고 얘기한 거 밖에 없다. (웃음)
줄곧 자신의 꿈을 위해 사랑도 친구도 모두 버린 비정했던 이몽학이 엔딩 신에선 눈물을 흘리더라. 극의 결말을 더 인상깊게 한 장치였는데.
차승원: 감독님이 영화가 처음부터 뜨겁고 마지막은 더 뜨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그 장면은 거의 마지막 촬영이라 더 그랬고. 그 신에 대해서 특별히 이야기를 많이 나눈 건 아니었지만 감독님과 이래저래 사적인 이야기까지 많이 나눈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이몽학을 연기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유난히 뾰족한 치아가 눈에 띄던데.
차승원: 원작만화를 봤을 때 이몽학은 내적인 요소에 야수성이나 아만성이 깃든 인물이었다. 물론 영화에선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순애보적인 면도 있었지만 야수 같은 내음을 풍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이에 장치를 했다. 칼을 쓸 때도 이가 보임으로 인해 그의 성격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왕은 왕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 전작 나 처럼 도 왕이 비이상적이고 유약하게 그려졌다.
이준익 감독: 왕이라는 존재는 어떤 표상이다. 그러나 왕은 왕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가 왕이라는 인물을 표현할 때 인물이 처해지는 상황에 따라 개인이 반응하는 걸 담으려다보니 유약하거나 나약할 때도 있고 일반적으로 극에서 보는 왕의 형태에서 비껴나가는 모습으로 그리게 되더라.
원작만화에선 견자를 중심으로 그를 따라가는 이야기였다. 영화로 각색하면서 네 명의 인물이 모두 부각됐는데.
이준익 감독: 원작은 견자에 의한 일인칭 시점의 드라마에 황정학이 동반하는 버디 스토리고, 이몽학은 시대의 배경에 있는 대상이다. 하지만 만화가 영화로 건너오면서 두 시간 동안 그 시대와 관계를 총체적으로 다루다보면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 충분히 존재감 있게 포지션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다른 인물들도 부각시켰다. 게다가 몇 십억 원을 들여서 찍는 영화인데 한 청년의 성장 드라마로 그치기엔 부족하다. 그럼에도 험악한 시대에 겪는 견자의 성장통을 관객에게 심어주기 위해 다른 인물도 견자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쓴 측면도 있다.
사진제공. 영화사 하늘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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