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 애듀케이션>│소녀 잔혹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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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대한민국이나 1961년의 영국이나 평범한 17세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대학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쉽게 예상되는 모습일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런던에서도 제니(캐리 멀리건)의 유일한 목표는 옥스퍼드 대학이다. 근검절약을 입에 달고 사는 아버지가 유일하게 돈을 쓰는 곳도 딸의 라틴어 과외나 특별활동을 위한 연주회일 정도로 제니의 옥스퍼드대 진학은 가족에게 신앙과도 같다. 적어도 그들이 데이빗(피터 사스가드)을 만나기 전까지는. 우연한 호의로 만나게 된 중년의 데이빗은 똑똑한 제니도 감탄할 만큼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졌고, 깐깐한 아버지마저 반하게 할 만큼 뛰어난 매력의 소유자다. 잿빛 교복에 청교도적인 식사만을 하던 제니는 그가 이끄는 세련된 유행에 황홀하기만 하다. 멋진 연주회와 근사한 레스토랑, 화려한 드레스와 파리로의 여행. 하루하루가 지루하기만 했던 제니에게 구원과도 같은 데이빗과의 만남은 다니던 학교도 그만 둘만큼 강력하다. 제니는 학교도, 대학도 포기하는 대신 그와 행복한 사랑의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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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녀이거나 혹은 한 때 소녀였던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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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어른들은 제니에게 다양한 종류의 가르침을 얘기한다. 학교에서는 제니의 일탈을 꾸짖거나 징벌함으로서 소녀의 미숙함을 깨우쳐 주려고 하고, 집에서는 끊임없이 옥스퍼드 대학 진학을 주입했다. 그러나 그 교육의 실체가 결국은 누군가의 아집이었다거나 좋은 혼처를 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음이 드러날 때 제니에게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만이 자명해진다. 그럼에도 영화에는 희망의 빛이 가득한데 그 광원은 제니다. 데이빗과의 사랑이 처참한 몰골로 끝이 난 후, 폐허가 된 자신의 세상에 얹을 벽돌 한 장을 집어 드는 제니는 ‘성장’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훌쩍 자랐고, 그 어떤 교육도 그녀에게 주지 못했던 꿈을 꾸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성장도 의미 있지만 모든 것이 허물어진 후에 간신히 힘을 내 집어든 한 개의 주춧돌은 더 절실한 법이니까.

처음으로 자신의 소설이 아닌 작품으로 각본을 쓴 닉 혼비는 그의 소설들에서 드러났던 풍부한 유머와 성찰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원래 12페이지 분량의 에세이였던 린 바버의 회고록 를 성장과 교육이라는 만만치 않은 의미를 가진 풍부한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여기에 제니를 연기한 신예 캐리 멀디건은 매순간 놀라움을 선사하는데 사실 통속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가 특별한 힘을 얻는 것은 그녀의 연기에 빚진 바가 크다. 영화는 3월 18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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