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밧데리
사랑의 밧데리
지문 다가가기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 스페라’의 막내 요리사다. “홀로 유일하게 나가는 내 접시가 3년간 피클뿐”이던 보조 시절과 두 번의 쫓겨남, 한 번의 동사 위기, 셀 수 없이 많은 구박과 핍박을 거쳐 “죽으라면 죽을 거고 바닥이 되라면 바닥이 될 거고”라 매달린 끝에 지옥에서 방금 귀국한 듯한 ㅅㅞㅂ의 여자친구가 되었다.

연애 한 번 안 해본 숙맥인 줄 알았는데 “제가 쉐프를 어떻게 이겨요?”라는 일차원적 칭찬에서 시작해 “내가 쉐프님 좋아한다고 우스워 보여요? 내가 쉐프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제가 만만해 보여요?” 같은 이차원적 도발, “저는 그냥 좋아지는 이유만 생각하겠습니다. 쉐프나 그 반대의 이유 많이 생각하십시오”라는 고강도 선전포고 등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술전략으로 ㅅㅞㅂ을 쥐락펴락하니 이는 고스톱 초보가 첫판에 대박 내는 것과 같은 이치인 듯하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는 간, 쓸개, 자존심 따위는 모두 버리고 “파스타가 좋냐, 내가 좋냐?”라는 질문에 1초의 의심 없이 “ㅅㅞㅂ!”이라 외치며 “나는 내 ㅅㅞㅂ하고 있을 때가 제일 좋은데”라는 말을 눈알 한 번 안 굴리고 뱉을 수 있을 정도의 담대함이 필수다. 결국 그로 인해 ㅅㅞㅂ으로부터 “나 니가 점점 더 좋아진다”는 고백까지 받아냈으니, 재벌 2세에게 다가가 따귀를 때리는 것 같은 유혹법은 이제 하수일 뿐이며 다가오는 화이트 데이를 맞아 전국의 솔로 여성들은 서유경처럼 분발하길 권한다. 잘 안된다고? 뽀쏘 퐈레~

갈래 : 칭찬은 ㅅㅞㅂ도 춤추게 한다. 일하는 토끼가 사랑도 하고 뭐 그런 거 아닐까요. ㅅㅞㅂ이 ㅅㅞㅂ이어서 너무 좋으니까.

[1점 문제] Q. 다음 두 사람의 대화 양상에서 드러나는 소통의 오류를 가장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현욱 : 나는 내 주방 식구한테 누가, 나보다 더 잘 해주는 것도 싫고, 누가, 나보다 더 구박하는 것도 싫다. 잘해줘도 내가 더 잘해줄 꺼야. 구박도 내가 더 할 거고. 왜?
유경 : 좋아서요.
현욱 : 구박도 더 한다니까?
유경 : 어떻게 잘 해줄 건데요?
현욱 : 구박도 더 한다니까?
유경 : 아 글쎄 어떻게 잘 해줄 건데요?
현욱 : 너는 어떻게 너 좋은 소리만 듣냐?
유경 : 사장님보다 내일부터 나한테 더 잘해준다 그 소리잖아요. 그죠 ㅅㅞㅂ? 사장님보다 잘해주기 진짜 힘든데?

1) 은수 : 유경 누나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어.
2) 김산 : 제가 생각해도 저보다 ㅅㅞㅂ이 더 요리사님에게 잘해줄 것 같지는 않군요.
3) 호남 : 지금 최ㅅㅞㅂ이 서유경한테만 특별히 더 잘해주겠다는 얘기 아니야?
4) 석호 : ㅅㅞㅂ이 주방 식구들을 지나치게 구박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5) 설사장 : 주방에서 남녀상열지사 벌였으니 최현욱 너는 해고야. 유! 퐈이어드!
[2점 문제] Q. 다음 대사 가운데 서유경이 최현욱에게 항의하며 말한 ‘비겁한 맛’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고르시오.

1) 맛은 있으나 뒤끝이 개운치 않은 겁니다.
2) 맛은 있으나 첫맛과 끝 맛이 다른 것이죠.
3) 맛은 있으나 양이 턱없이 적은 겁니다.
4) 맛은 있으나 머리카락 나오는 것입니다.
5) 맛은 있으나 소화가 안 되는 것이죠.
[3점 문제] (주관식) Q. 다음 두 사람의 대화를 읽으며 떠오르는 심상을 가차 없이 솔직하게 20자 이내로 쓰시오.

현욱 : 너는 낮에 나한테 뒤지게 혼나도, 절인 배추 되지 말고. 혼자 냉장실 들어가서 몰래 웃어. 아 이건 ㅅㅞㅂ의 애정표현이다. 그렇게. OK?
유경 : 애정표현?
현욱 : 응.
유경 : 그럼 심하게 혼날수록 심한 애정표현?
현욱 : 응.
유경 : 예 ㅅㅞㅂ. 그럼 잘해주는 거는 반대에요? 나 싫다 소린가?
현욱 : 아니 거는 그냥 그대로. 것도 애정표현.
유경 : 우와 그럼 종일 애정표현?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4)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랴.
2점 문제 – 1) 해줄 수 있지?
3점 문제 – 5) 황후암 육대 직손이니 그래 남의 가문에 출가했던 여자한테 장가들다니 당하기나 한 소리요……선생도 너무나 과도한 말씀이유. – 김동리 ‘화랑의 후예’

[실전! 간도 쓸개도 멸치 똥도 없는 말하기 전략]* 제 눈에 안경이라잖아요.
님 밑에서 더 있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닮고 싶은 사부를 만났는데, 죽으라면 죽을 거고 바닥이 되라면 바닥이 될 거고.

* 양단간에 결정을 하라니요.
뭐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당분간은 양다리 걸칠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 일하고 싶단 말이에요.
저는 그냥 저 좋은 이유만 생각하겠습니다. 남들이나 그 반대의 이유, 많이 생각하십시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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