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술에 배부른 일도 있는가 보다. MBC 으로 처음 시청자를 만난 윤시윤은 ‘준혁학생’의 첫사랑을 실감 나게 연기하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오빠의 모습에 마음이 설레는 어린 소녀들부터, 아들처럼 예뻐해 주시는 어머니들까지 광범위한 세대의 애정을 받고 있는 그는 관심에 대해 배가 부를 만큼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여전히 배우로서 배우는 일에 목말라 있다. 달리기의 속도보다는 다음 한 걸음의 정확함을 생각하는 윤시윤의 목소리가 준혁학생과 달리 어른스러운 것은 아마 그런 마음가짐 때문이었을 것이다.작품 시작 무렵과 비교하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실감하는지? (wmk3737)
윤시윤 : 늘 촬영장에만 있으니까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야외 촬영을 할 때는 어린 친구들이 가끔 찾아와 주는데, 최근에는 아주머니들이 알아보고 인사해 주시기도 하더라. 그럴 땐 얼굴이 좀 알려졌구나 싶어진다.
“나를 믿는 사람들, 아주 아주 예쁜 수갑을 찬 것 같다” 팬 카페도 생겼는데, 자주 확인해 보나? (이클립스)
윤시윤 : 촬영이 끝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 참 외로울 때가 있다. 사람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도 있는데 새벽 3시에 누굴 만날 수도 없다. 그래서 초반에는 전화로 주변 사람들을 좀 괴롭혔는데, 지금은 그럴 때 팬 카페에 들어가 본다. 팬레터를 읽기도 하고. 어떤 것보다도 마음을 채워주고 믿음을 준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는데, 누군가를 믿어 본 사람으로서 다수의 믿음을 받는 일이 조심스럽지는 않나?
윤시윤 : 아주아주 예쁜 수갑이라고 생각한다. 넘어지지 않게, 꿋꿋하게 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다. 사실 나는 마냥 풀려 있는 상태를 두려워해서 스스로 채찍질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럴 때 부정적으로 다그치는 게 아니라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힘을 낸다면 그건 분명 긍정적인 효과 아닐까.
극 중에서 ‘내게 오는 길’을 부른 장면이 특이 화제가 되었다. 본인이 직접 부른 것인지 궁금해하는 팬들도 있던데. (한동우 cic***)
윤시윤 : 직접 부르기는 했는데, 목 상태가 워낙 좋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는 바람에 연습을 거의 못했다. 마침 몸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느라 촬영 한 시간 전에서야 연습할 짬이 잠깐 생기더라.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원래 발라드를 좋아하는 취향이었을 것 같다고들 하더라. (메롱)
윤시윤 : 발라드를 좋아하기도 하고, 성시경 씨의 목소리를 워낙 좋아해서 애창곡이기도 했던 곡이다. 기본적으로 조용한 노래를 즐겨 듣는 편이다.
혹시 이 여세를 몰아서 음반 활동을 할 생각이 있는 건 아닌지? (khm220)
윤시윤 : 음반을 취입한다면 아무도 모르게 하겠지. 몰래 혼자 듣거나 친한 사람들 가방에 몰래 넣어 두거나. 하하하.
“멜로 신 촬영, 심할때는 연애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준혁이라는 캐릭터에 익숙해질수록 팬들은 윤시윤과 정준혁의 공통점을 찾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준혁과 비슷했는지? (신소영 se****)
윤시윤 : 평범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어르신들을 좋아해서 선생님들께 애교가 많았던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해서 반장도 많이 했는데, 통솔한다기보다는 그저 앞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오락부장 겸 반장이었지. 하하.
그렇다면 세호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윤시윤 : 음, 그럴 수도 있겠다. 어른들에게 친근한 성격이니까. 분명한 건, 준혁이처럼 싸움을 잘하지는 못했다는 거다. 하하.
초반의 준혁은 가족에게 투덜대고, 세경 앞에서는 어색해하는 단순한 캐릭터였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감정을 감춰야 한다거나, 반전을 연출한다거나 점점 감정적으로 연기하기가 어려운 순간들이 왔을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나?
윤시윤 :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차이를 직접 느끼지는 못한다. 극 중의 감정을 진짜라고 느끼면 느낌이 자연스럽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경 누나가 준혁이의 팬티를 세탁하는 에피소드도 초반의 준혁이라면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상황에 계속 몰입해 왔고, 준혁이에 퐁당 빠져 있다 보면 진짜로 부끄러워진다. 목소리도 기어들어가고. 게다가 세경 누나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이야기하니까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
지금처럼 역할에 진심으로 합치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극 중의 감정이 실제 배우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나? 준혁과 세경이 아니라 윤시윤과 신세경의 사이를 궁금해하는 팬들이 정말 많다. (최원희 j54321***)
윤시윤 : 꽤 오랫동안 연애를 못했다. 그래서 멜로 신을 촬영하고 나면 진짜 데이트를 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에 잠깐 나오는 장면이라도 실제 촬영은 몇 시간씩 한다. 그러다 보면 꼭 누구와 함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이 주는 설렘이나 두근거림의 여운이 오래 남는 거다. 심할 때는 연애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다만, 세경 씨가 실제로도 워낙 매력이 있고 주변 동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보니까 더욱 빠져드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품이 진행될수록 멜로라인이 중심축이 되어가고 있지만, 작품 전반적으로 준혁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따로 있을 것 같다.
윤시윤 : 성장이다. 누구랑 결국 잘 되어서 어떻게 결말이 나는 것이 아니라 준혁이의 멜로는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에 대한 것일 뿐이다. 처음에는 안하무인이고 사교성도 없던 아이가 세경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마음을 열고 호의를 베풀 줄 알게 되지 않나. 정음 누나와도 티격태격 싸우지만 그 이후에 우정을 쌓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이게 된다. 사람을 믿고, 믿음을 주는 과정에서 준혁이는 점점 커 나가고, 어른이 되고, 남자가 되는 거다.
“성장의 이미지를 좀 더 연기하고 싶다” 다른 작품에서 또 고등학생을 연기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의 종영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후속작을 고르는 최우선의 기준은 무엇인가? (corb)
윤시윤 :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다. 사실 시트콤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거나 인지도를 올려야 한다고 조언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일 본질적인 건 나는 아직도 배워야 하는 입장이라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나는 막내로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심지어 해리나 신애로부터도 배우는 마음가짐이다. 작품이 하나 끝났다고 해서 상황을 계산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 되는 부분은 아니다. 어떤 역할이든 지금처럼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가르쳐 주시고,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감독님과 스태프를 만나서 좀 더 성장하고 싶다.
김병욱 감독이 잘 이끌어 주신 것에 늘 감사하는 것 같다.
윤시윤 : 사실이다. 감독님은 10개 중에 9개 이상이 부족하더라도 잘한 0.5개를 놓치지 않고 칭찬해 주시는 분이다. 다음에는 그걸 1로 만들어 보라고 격려해 주신다. 그러면 잘못했던 것에 주눅들기보다는 칭찬받은 기쁨 속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감독님 외에도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 같은데,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인가? (김수현 xkqsy***)
윤시윤 : 이순재 선생님을 비롯해서 많은 선배님께서 항상 잘 지도해 주시고 챙겨주신다. 또래 연기자들이 많아서 대기 시간마다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광수 형은 신앙이 같은 덕분에 조금 더 각별한데, 연기자로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정말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줬다. 신인 배우로서의 마음가짐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다면 신인으로서 지금 갖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
윤시윤 : 스스로를 ‘배우’라고 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배우란 연기를 책임지는 사람이고, 사람들이 신뢰하고 볼 수 있도록 역할을 소화하는 사람이다. 금방 목표를 이루기에는 내 능력도 아직 부족하고, 배우라는 것이 그렇게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꾸준히 노력할 작정이다.
좀 더 단기적인 계획은 어떤가? 당장 욕심나는 장르 같은 것 말이다. (김지상 na***)
윤시윤 : 아무래도 성장의 이미지를 좀 더 연기하고 싶다. 나이에 맞는 역할은 때가 있는 법이니까. 20대의 에너지 넘치는 느낌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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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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