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과 KBS 는 2010년 토크쇼가 살아 남는 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20명이 넘는 게스트들을 불러 모아 폭로와 감동, 눈물까지 마구 뽑아내거나 명동에서 장구라도 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야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클라이막스를 뽑아낼 요소가 덜한 토크쇼에게 시청률의 벽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같이 주어진 예능 프로그램의 레드 오션 상황에서 과 는 사뭇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수에 의한 토크를 통해 주고 받는 이야기의 맛은 덜해졌지만 일대일 대화에서 나올 수 없는 버라이어티한 사연으로 물량 공세에 나선 . 그리고 매회 주인공이 되는 게스트 위주의 토크와 자잘한 코너들이라는 비교적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 서로 다른 승부수를 띄운 이들 중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강명석, 위근우 기자가 전망했다. /편집자주

아직도 SBS 은 장막을 걷으며 게스트를 소개한다. 조금 요란하다 싶을 정도의 오프닝과 함께 드러나는 것은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 어려운 규모인 20여 명의 게스트다. 이 짧은 순간이 흥미로운 것은 이런 극적인 장치를 통해 ‘20여 명이 모였다’는 정제된 정보가 아닌 어떤 시각적 스펙터클을 전달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수많은 게스트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와 개인기가 소비되기 이전에 이미 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거나 적어도 그러려는 전략을 취한다. 이 거대 토크쇼에서 백화점이 연상되는 것은 그래서다.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스펙터클로 사람들을 매혹하고 이에 소비자는 필요 이상의 것을 소비한다. 필요로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자체에 집중하는 이 과정은 의 진행 방식과 흡사하다.

공허함과 포만감을 동시에 주는 20여명의 토크
<강심장> vs <승승장구>│누가 시청자의 심장에 장구를 울리나
vs <승승장구>│누가 시청자의 심장에 장구를 울리나" />가령 카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승연, 오랜 시간 아버지와 의절하고 지냈던 애프터스쿨 박가희의 사연은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감동적이지만 그 감정은 뒤이은 티파니의 실수담이나 김영철의 버럭 개그와 함께 바로 소멸된다. 감정의 여진을 조용히 붙잡고 있기에는 2회 방영분 안에 둘러봐야 할 매장이 너무나 많다. 실제로 최근의 방영분만 봐도 소녀시대 윤아를 사이에 둔 MC 이승기와 2PM 옥택연의 신경전, 게스트들의 연기 대결, 박진영의 실수에 대한 폭로, 황인영과 옥택연의 퍼포먼스, 2PM 준호 어머니의 모정, 전해빈의 자해 고백, 김혜영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등장했다. 이토록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들은 미처 곱씹어볼 새도 없이 빠르게 소비된다. 남는 것은 거대한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느낌이다. 이것은 과도한 쇼핑을 한 이후의 그것처럼 공허한 포만감에 가깝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감정은 없는 것 없는 이 거대한 토크쇼만의 독특한 성격이다. 만약 기존 토크 버라이어티에 비해 이 불편하다면 단순히 과거 연애사 공개와 지인에 대한 폭로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전에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그 모든 것들은 노골적일 정도로 일회적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공허하다. 토크쇼의 목적이 게스트의 실체에 좀 더 접근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공허함은 참을 수 없이 무의미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토록 많은 걸 보고 즐겼다는 포만감은 분명 만의 쾌감이다.

새로운 토크쇼? 토크쇼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
이특의 실시간 검색어 차트와 중간 중간 화면 밑에 나오는 모 포털의 검색창 등, 인터넷 검색어에 집착하는 구성은 그래서 흥미롭다. 수많은 연관 검색어를 타고 들어가는 웹서핑은 필요한 정보의 검색보다는 수많은 정보의 부담 없는 소비에 가깝다. 자본의 확장으로 만들어진 백화점이 소비의 패턴을 바꾼 것처럼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꿨다. 그리고 연기자와 가수, 개그맨, 심지어 행위예술가와 팝 칼럼니스트까지 집어삼키는 예능의 확장은 이라는 공룡 토크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쇼는 앞선 두 가지 예가 그랬던 것처럼 게스트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꿔가거나 바꾸려 하고 있다. 예능 확장의 풍토 안에서 이 필연적으로 등장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토대 없이 이 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은 호불호를 따지기 이전에 2010년 한국 예능 시장의 어떤 경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또한 축적이나 이해보다는 빠른 소비에 길들여져 가는 이 세대의 생활 패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텍스트다. 즉 이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새로움은 포맷의 새로움이라기보다는 토크쇼를 보고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의 새로움에 가깝다. 물론 새로운 콘텐츠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는 새로운 것이다. 과연 의 야심만만한 도전은 둘 중 무엇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글 위근우

“재범 씨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못 드리는 점은 시청자 여러분들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KBS 는 시청자의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3-4회에 출연한 2PM에게 시청자들이 재범 복귀의 문제를 묻자 MC 김승우는 사과만 해야 했다. KBS 는 게스트에게 민감한 질문을 하지 않았고, MBC 의 ‘무릎 팍 도사‘는 강호동이 물으면 게스트가 답해야 한다. 그리고 는 질문은 받지만 게스트가 답하기 어려운 것은 잘라낸다. 그래서 에서 시청자와 게스트의 관계는 수평적인 듯하지만 수직적이다. 시청자들은 게스트에게 질문도 하고, 삼성동에서 우영이 부채춤을 추면 옆에서 김밥을 말 수도 있다. 쇼의 마지막에는 방청객이 게스트에게 직접 질문도 한다. 하지만 시청자의 질문 중 대부분은 패널들의 ‘빨리 읽기’로 소개될 뿐이고, 방청객은 “당신에게 보석은 무엇입니까?” 같은 질문만 할 수 있다.

2PM과의 토크가 재미있었던 이유
<강심장> vs <승승장구>│누가 시청자의 심장에 장구를 울리나
vs <승승장구>│누가 시청자의 심장에 장구를 울리나" />에서 시청자의 참여란 게스트를 위한 장식일 뿐이다. 김승우가 명동에서 장구를 치는 것은 스타가 대중 앞에서 팬 서비스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작 부끄러움을 무릅쓰는 건 ‘베플’(베스트 리플)이 됐다는 이유로 그 옆에서 희한한 행동을 해야 하는 일반 시청자다. 그리고 는 그들 몇 명 외의 사람들은 일정한 거리 바깥에서만 그들을 구경하게 한다. 그 점에서 는 와 닮았다.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시청자가 필요하지만, 시청자는 게스트에게 원하는 것을 직접 요구할 수 없다. 대신 제작진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청자를 유도하려 애쓴다. 출연자의 멘트마다 “띠용~”하는 식의 효과음을 집어넣으며 웃음의 포인트를 강요하고, 대화의 흐름에 상관없이 ‘몰래 온 손님’이 등장하면 토크를 끊은 채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게스트는 ‘몰래 온 손님’들을 통해 품위를 유지하며 자신에 대한 웃기는 에피소드나 좋은 말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게스트가 직접 말할 시간은 줄어들고, ‘몰래 온 손님’은 게스트와의 사연을 말한 뒤 할 역할이 없다.

황정민 편에서 김현철이 ‘몰래 온 손님’으로 등장했을 때, 의 주인공은 황정민이 아니라 ‘황정민 이야기를 하는 김현철’이었고, 반대로 리쌍의 개리는 황정민과의 인연만 언급된 채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시청자를 비롯한 외부인의 참여를 과시하려는 강박은 토크의 흐름을 끊고, 반대로 제작진이 전달하려는 내용은 시청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에서 2PM이 출연한 3-4회가 비교적 토크의 재미가 살아났다는 점은 중요하다. 2PM의 출연분이 2회 동안 방송되면서 다른 코너들의 시간은 줄어들었고, 2PM과 MC들은 코너에 신경 쓰지 않고 그들끼리 온갖 소동을 일으키며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몰래 온 손님’으로 2PM과 친밀한 소통이 가능한 2AM이 출연하면서 2PM에 대한 단편적인 폭로나 칭찬 대신 상호 대화가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상황이 벌어졌다.

과 진검승부를 펼치기 위한 전제조건
여기에 김신영은 게스트에게 메인 MC 김승우가 하기 어려운 직설적인 질문을 하거나 개인기를 시켰고, 최화정은 선배 입장에서 MC와 게스트들을 놀리는 멘트를 던졌으며, 태연은 아이돌의 입장에서 게스트에게 환호하거나 개인기를 보여주는 등 자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우영은 김승우와 티격태격하며 너무 점잖을 수도 있었던 김승우의 이미지를 빠르게 바꿨고, 김승우는 자기 위주의 진행 대신 대화의 맥이 끊길 때 소소한 멘트들을 던지거나, 스스로 망가지면서 토크의 흐름을 이어간다. 의 아이러니는 제작진보다 MC들이 이 토크쇼의 재미가 어디서 나올 수 있는지 먼저 감을 잡았다는 것이고, 이 MC들이 잘 통할 수 있는 게스트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지금 가 보여줄 수 있는 재미다. 시청자들이 토크쇼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이 참여만 하는 토크쇼는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의 제작진이 그걸 언제 인정할까. 그 때가 돼야 는 SBS 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강명석

글. 강명석 two@10asia.co.kr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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