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 최대의 흥행작은 <박쥐>도, <마더>도 아닌 400만 관객을 돌파한 <7급 공무원>이다.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하면서도 흥행 배우의 아레나에는 입성하지 못했던 강지환은 이것으로 <영화는 영화다>의 작품성과 <7급 공무원>의 상업성을 동시에 거머쥐게 되었다. 때문에 최근 도쿄에서 5000석 규모의 팬미팅을 진행하고 한일 거대 프로젝트인 텔레시네마 중 <내 사랑 못난이>를 찍으며 한류 스타로 분류되는 것은 개별 활동이라기보다는 이러한 인기 상승세의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미 큰 작품을 하나 끝내고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 않은 그의 다음 행보와 마음가짐이 궁금한 건 그래서다. 고베와 도쿄를 거치며 일본 팬들과 3박 4일을 함께 한 강지환을 <10 아시아>가 만났다.

<7급 공무원>도 흥행했고 일본에서 한류 스타로 분류되고 있다.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나.
강지환
: 예전에는 날 보면 ‘어, 누구였더라? 금순이 남편?’ 이런 식이었다. 내가 <90일 사랑할 시간>이나 <쾌도 홍길동>처럼 작품 했던 게 몇 개인데. 그런데 이번 영화 이후부터 사람들이 나를 금순이 남편이 아닌 강지환으로 봐준다. 이게 7년만이다. 하하하.

“연속으로 시청률이 안 나왔다, 내가 좀 더 스타였다면 어땠을까”

드라마의 메인 배우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스타지만 항상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막혔던 것 같다.
강지환
: 드라마 할 때마다 흥행에 문제가 있었다. 운이 없었던 게, 항상 시청률 30%대 대박 드라마와 붙었다. <90일 사랑할 시간> 할 때는 <황진이>, <경성 스캔들> 할 때는 <쩐의 전쟁>, <쾌도 홍길동> 할 때는 <뉴하트>. 어느 정도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매번 더블 스코어였다. 한쪽에서 시청률 30%가 나오면 모든 포커스가 그쪽으로만 가고 다른 드라마는 망한 드라마 아니면 마니아 드라마로 평가받는다. 연속으로 그러면 정말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좀 더 스타였다면 어땠을까, 라고.

그럼 <영화는 영화다>와 <7급 공무원>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회복됐겠다.
강지환
: 처음에 <7급 공무원> 개봉 날짜 잡혔을 때 <박쥐>, <마더>, <터미네이터 4>, <울버린> 개봉한다는 소식 듣고 정말 맥 빠졌다. <터미네이터 4> 같은 미래 괴물 하나만으로도 죽겠는데. 이번에도 운이 안 따라주는 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외의 결과가 벌어지면서 자신감이 좀 생겼다. 이젠 싸워도 좀 이길 만하겠다는 자신감.

자책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건가.
강지환
: 정말 이번에도 안 됐으면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특히 전작인 <영화는 영화다>에서 너무 긴장하면서 찍은 탓에 <7급 공무원>에선 액션 동선부터 애드리브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소스를 폭발하듯 다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결과가 나쁘면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잃었을 거다.

하지만 흥행에도 성공했고, 당신이 다 쏟아 부었다는 연기에 대한 평판 역시 좋다. 가령 브리핑을 앞두고 잼잼을 하는 모습은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인물의 성격을 꿰뚫는 면이 있다.
강지환
: 그런 식으로 내가 만들어낸 아이템이 먹힐 땐 희열을 느낀다. 배우로서 당연히 짜릿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지. 그런 소소한 걸 만드는 게 좋다.

“원래 성격이 워낙 까칠하다, 하하하”

그런 식의 디테일 때문일까. <영화는 영화다>의 수타처럼 인간성 나쁜 캐릭터도 왠지 인간적 느낌이 나서 쉽게 미워할 수 없다.
강지환
: 아, 진짜 그런 거 하고 싶다. 아주 극악한 진짜 악인, 예를 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상상을 벗어난 악인을 연기하고 싶다. 정말 보는 사람 모두가 밟아 죽이고 싶은 그런 인간인데 어느 한 씬 때문에 영화 끝날 때 즈음 일말의 뭔가를 남기는 연기를. 사실 아무리 진짜 악인이라도 한 순간 웃기거나 인간적인 약점을 보이는 순간이 평생 한 번쯤은 있지 않겠나. 살면서 하다못해 한 번쯤 발은 삐끗했겠지.

그런 디테일을 통해 극중 인물에 실제 인물 같은 깊이가 생기는 것 같다.
강지환
: 어떤 캐릭터를 하든 그 안에 희로애락을 담고 싶다. 물론 그 계산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까 말한 악역에 희로애락을 담는 작업은 더더욱. 하지만 시청자나 관객이 내 연기를 보며 강지환이 그냥 대본대로는 안 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성룡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의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는 NG 장면이 나오지 않나. 그걸 보며 성룡이 어떤 NG를 극복하고 작품을 찍었는지 짐작하는 것처럼 내 연기에서 애드리브나 설정을 짐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배우로서도 스타로서도 덩치가 커져가고 있는 건데 그 때문에 불편한 건 없나.
강지환
: 예전에는 인터뷰는 잘 안 해도 팬들을 위해 카페에 글이나 동영상을 올렸는데 이젠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으니까.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드라마를 할 땐 그냥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좋아해줄 사람은 알아서 좋아해줄 거라고. 하지만 이번에 <영화는 영화다>나 <7급 공무원> 같은 영화를 하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거나 좀 더 개방된 자세로 작품을 홍보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예전엔 누가 말해줘도 못 알아먹었을 텐데 작품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스스로 좀 느끼겠다. 원래 스스로 느끼지 않아도 시키면 좀 해야 했는데 성격이 워낙 까칠해서. 하하하.

인기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건데 어느 정도까지 스스로를 오픈할 준비가 되어있나.
강지환
: 사실 <7급 공무원>할 때 압박이 제법 있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토크쇼에 나가라고. 물론 예능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거기에 나가서 첫사랑 얘기하고, 막 웃어야 한다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긴장해서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식대로 홍보하겠다고 했다. 무대 인사를 더 적극적으로 나가는 식으로. 제주도 같은 경우엔 다른 사람 안 가고 나만 갔다. 서울역이나 야구장에 가서 ‘7공 대박’이라 적힌 피켓 들고 홍보하고. 나도 어린 나이가 아닌데 당연히 창피하지. 하지만 배우로서 작품 홍보에 있어 자기 몫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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