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SBS 수 밤 11시 15분
이번 주 각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은 온통 노무현 전 대통령 특집이다. <뉴스추적> ‘서민 대통령 노무현-그 미완의 도전’ 편은 봉하마을에서 덕수궁에 이르는 전국의 추모 물결에서 출발해 퇴임 이후 1년의 흔적,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던 시절에서부터 선거 패배를 거듭하던 ‘바보 노무현’ 시대와 대통령 재임기간 5년을 고루 훑었다. 추모기간 중임을 의식한 듯 프로그램은 고인의 생전 영상과 주변인 인터뷰를 위주로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덕분에 추적이니 도전이니 하는 제법 센 어감의 제목이 낚시 같기도 했지만, 진행자 멘트를 아낀 채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부각한 구성은 보는 사람마다 그의 삶과 죽음을 나름대로 곱씹을 여지를 남겼다. 화면에서 본 노 전 대통령은 진정 대화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느 상황에서건 그가 말하는 문장은 질문과 대답 형식을 취했고, 문장에 담긴 어휘는 생동감 있고 구체적이었으며, 두 눈은 눈앞의 청자를 진지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상대방의 발화를 유도하는 그의 화법은 독재자들의 일방적 연설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그러나 영원한 권력을 바라는 자들에게 누군가의 문제제기와 그로 인한 인식의 균열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을 터. 하여 무장해제 상태로 속내를 털어놓던 그의 발화는 종종 비난과 저항에 부딪혔고, 퇴임 후 현실정치에 휘말려 진짜 바보가 된 그는 영원히 입을 닫고 말았다. “국민들이 정치를 바꾸더라”던 2002년 12월의 노무현과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잃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던 2009년 4월의 노무현. 그를 대통령이 되게 한 건 국민들과의 대화였고, 그의 도전을 미완의 상태로 주저앉힌 건 소통불능의 절망이었다.
글 김은영
<9시 뉴스> KBS1 저녁 9시
같은 시간 두 채널을 건너 뛴 뉴스는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북한의 도발과 노무현 대통령 서거 뉴스를 톱으로 꼽은 것은 같았지만, 비중과 시선은 천지 차이였다. 타 방송사의 특종으로 이미 알려진 서거 경위에 뒤늦은 의혹을 제기하고, 이어 인터넷에서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음모론의 원인은 대중 심리.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애도에서 찾았다. 물론 근거 없는 낭설에 에너지 낭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서거 관련 뉴스 중 가장 비중 있게 다룬 꼭지가 하필 이것이란 점과 대한문 시민 분향소와 정동길에 늘어선 시민들을 배경으로 이 음모론 꼭지를 편집한 것이 불편했다. 비슷한 시각 MBC 뉴스데스크에서 정부 분향소와 시민 분향소의 조문객의 수가 왜 이렇게 큰 격차를 보이는지, 지금의 민심의 향배를 보여주는 시민의 선택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였다. 잠시 서거 관련 뉴스는 미뤄두더니, 한나라당의 전작권 환수를 미루자는 뉴스를 전했다. 역시나 전작권 환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이란 평가와 그 파장이나 의미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고, 문제가 된 안상수 대표의 ‘소요 사태 변질’ 발언도 없었다. 봉하마을을 방문한 경남 경찰청장 일행이 새치기 조문을 하면서 빚어진 마찰도 시민들과 단지 충돌을 빚었다는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했다.
뉴스는 어떤 프레임 속에서 ‘사실’을 보여주는지 중요하다. 그래서 27일 발표된 KBS 기자협회의 성명과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맞선 보도본부장의 엇갈린 주장에 대한 판단은 ‘다시보기’만 클릭하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글 김교석
이번 주 각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은 온통 노무현 전 대통령 특집이다. <뉴스추적> ‘서민 대통령 노무현-그 미완의 도전’ 편은 봉하마을에서 덕수궁에 이르는 전국의 추모 물결에서 출발해 퇴임 이후 1년의 흔적,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던 시절에서부터 선거 패배를 거듭하던 ‘바보 노무현’ 시대와 대통령 재임기간 5년을 고루 훑었다. 추모기간 중임을 의식한 듯 프로그램은 고인의 생전 영상과 주변인 인터뷰를 위주로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덕분에 추적이니 도전이니 하는 제법 센 어감의 제목이 낚시 같기도 했지만, 진행자 멘트를 아낀 채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부각한 구성은 보는 사람마다 그의 삶과 죽음을 나름대로 곱씹을 여지를 남겼다. 화면에서 본 노 전 대통령은 진정 대화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느 상황에서건 그가 말하는 문장은 질문과 대답 형식을 취했고, 문장에 담긴 어휘는 생동감 있고 구체적이었으며, 두 눈은 눈앞의 청자를 진지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상대방의 발화를 유도하는 그의 화법은 독재자들의 일방적 연설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그러나 영원한 권력을 바라는 자들에게 누군가의 문제제기와 그로 인한 인식의 균열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을 터. 하여 무장해제 상태로 속내를 털어놓던 그의 발화는 종종 비난과 저항에 부딪혔고, 퇴임 후 현실정치에 휘말려 진짜 바보가 된 그는 영원히 입을 닫고 말았다. “국민들이 정치를 바꾸더라”던 2002년 12월의 노무현과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잃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던 2009년 4월의 노무현. 그를 대통령이 되게 한 건 국민들과의 대화였고, 그의 도전을 미완의 상태로 주저앉힌 건 소통불능의 절망이었다.
글 김은영
<9시 뉴스> KBS1 저녁 9시
같은 시간 두 채널을 건너 뛴 뉴스는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북한의 도발과 노무현 대통령 서거 뉴스를 톱으로 꼽은 것은 같았지만, 비중과 시선은 천지 차이였다. 타 방송사의 특종으로 이미 알려진 서거 경위에 뒤늦은 의혹을 제기하고, 이어 인터넷에서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음모론의 원인은 대중 심리.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애도에서 찾았다. 물론 근거 없는 낭설에 에너지 낭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서거 관련 뉴스 중 가장 비중 있게 다룬 꼭지가 하필 이것이란 점과 대한문 시민 분향소와 정동길에 늘어선 시민들을 배경으로 이 음모론 꼭지를 편집한 것이 불편했다. 비슷한 시각 MBC 뉴스데스크에서 정부 분향소와 시민 분향소의 조문객의 수가 왜 이렇게 큰 격차를 보이는지, 지금의 민심의 향배를 보여주는 시민의 선택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였다. 잠시 서거 관련 뉴스는 미뤄두더니, 한나라당의 전작권 환수를 미루자는 뉴스를 전했다. 역시나 전작권 환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이란 평가와 그 파장이나 의미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고, 문제가 된 안상수 대표의 ‘소요 사태 변질’ 발언도 없었다. 봉하마을을 방문한 경남 경찰청장 일행이 새치기 조문을 하면서 빚어진 마찰도 시민들과 단지 충돌을 빚었다는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했다.
뉴스는 어떤 프레임 속에서 ‘사실’을 보여주는지 중요하다. 그래서 27일 발표된 KBS 기자협회의 성명과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맞선 보도본부장의 엇갈린 주장에 대한 판단은 ‘다시보기’만 클릭하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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