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개의 큰 별이 있다. 지성과 용기 자애로움까지 두루 갖춘 달 같은 여왕 선덕과 천하를 호령할 기개로 붉은 에너지를 내뿜는 태양 같은 미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별들이 비로소 빛나게 되는 건 묵묵히 그녀들의 주변을 돌고 있는 이 수 많은 남자들 덕이다. 이들의 존재가 없었다면 제 아무리 강렬한 여성영웅이 등장했다 해도 드라마는 성립될 수 없었고, 역사는 전진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덕여왕>의 두 여인을 중심으로 다음 10명의 남자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다.선덕(이요원): 신라 27대 왕. 5천년 역사 속에 탄생한 최초의 여왕. “총명하고 지혜롭고 감정이 풍부했으며 용봉의 자태와 태양의 위용이 왕위를 이을 만 했다”고 기록된 선덕여왕은 김유신과 김춘추의 도움을 받아 왕으로서 업적을 쌓아가고 이후 통일 신라의 기초를 다졌다. 드라마 속 덕만은 황실의 예언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중국으로 건너가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라나고, 15년 후 극적으로 쌍둥이 언니 천명(박예진)을 만나 신라로 돌아온다. 이후 화랑도에 들어가 김유신 등의 화랑들과 뜻을 모은 덕만은 미실에게 빼앗긴 화랑도와 신라를 찾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한다.
이요원 曰: “의협심도 크고 재미있는 걸 찾아가는 즐거운 성격이다. 그런 말괄량이 같은 덕만이 미실을 바라보며 그 여자를 동경하고 질투하고 결국 닮아가고 싶어 한다. 선덕여왕으로 등극한 이후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덕만의 성장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이 드라마와 함께 자연스럽게 성장 하고 싶다.”
진평왕(조민기): 선덕여왕의 아버지. 신라 제 26대 왕.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자신을 공격하는 미실에 대한 공포감에 눌려 살아간다. 이후 마야부인(박수진-윤유선) 사이에서 쌍둥이 자매 천명과 덕만을 얻지만 모두 다 살기 위해 칼 한 자루를 지워주고 덕만을 유모 손에 떠나보낸다. 이후 중국을 돌며 산전수전을 겪은 덕만이 다시 신라로 돌아오자 수렴청정하던 미실파의 기운에서 벗어나 덕만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 된다.
조민기 曰: “진평왕은 고요하나 강직한 의지를 간직한 사람이다. 덕만이 왕이 되는 과정상의 시련을 곁에서 보호하고 지켜주면서 결국 선덕여왕을 등극시키기까지 든든한 힘이 될 꺼다. 아마도 미실과는 재미있는 시소게임 하듯 배틀하듯 연기를 펼치게 될 것 같다.”
김유신(엄태웅):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의 명장. 어린 시절부터 무술에 능하고 우직한 동시에 카리스마가 넘쳐 화랑의 스타로 등극하고 15대 풍월주가 되었다. 우연히 미실의 공격을 받고 위기에 처한 천명공주를 구한 것이 시골로 도피한 김유신 가족을 경주로 귀환하게 만들었고, 이런 인연 속에 자신의 낭도가 된 덕만을 만난다. 사내로 알고 티격태격 우정을 쌓아가던 덕만과의 사이에 연모의 마음이 싹트지만 왕이 되어야 하는 덕만을 위해 평생 동지가 되는 길을 택한다.
엄태웅 曰: “김유신은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의지의 인물이다. 그러나 위인전 속 다소 무거운 느낌과 달리 드라마 속 김유신은 바보스러울 만큼 우직하고, 머리가 그렇게 빠르게 돌아가지도 않고 길눈도 어둡다. (웃음) 인간적으로 재미있는 면이 많다.”
김춘추(유승호): 천명공주의 아들이자 선덕여왕의 조카. “얼굴이 백옥과 같고 온화한 말투에 언변이 능했다”고 기록된 김춘추는 제 18대 풍월주를 거쳐 신라 제 29대 태종무열왕으로 등극한다. 당에서 돌아온 후 어머니의 죽음과 부재를 덕만의 탓으로 돌려 그리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연애와 유희로 청춘을 허비한다. 그러나 그 안에 깊은 통찰력을 쌓아가며 이후 덕만의 뒤에서 서서 그녀가 왕좌에 오르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덕만은 김유신의 여동생 문희와 김춘추를 혼인시키면서 김유신-김춘추의 강력한 연대를 이끌어낸다.
유승호 曰: “아직 대본상에 김춘추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서 짐작만 할 뿐이지만 강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성인 연기’라기보다는 청소년과 그 중간쯤일 텐데 기존의 아역연기를 할 때의 습관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문노(정호빈): “문노 그 사람을 찾아주세요. 그 사람이라면 미실에게 빼앗긴 화랑도를 되찾아 올 수도 있겠죠.” 8대 풍월주. 가야국 문화공주의 아들로 어릴 적부터 용맹스럽고 협기가 다분했지만 출신 때문에 큰 책임을 맡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세종이 그를 주변에 두었고 이후 미실파가 진지왕을 폐립하는데 큰 공을 세운다. 그러나 천성이 올곧고 사람을 귀하게 여겨 낭도들이 죽음으로 충성을 바쳤다. “삼국통일의 대업이 문노의 화랑도가 가지고 있던 사풍에서 비롯되었다”고 <화랑세기>는 기술하고 있다. 어미에게 버림받은 비담을 거둬서 키우지만 이후 덕만을 지지하면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을제(신구): 진평왕의 오른팔이자 덕만공주의 후계수업을 맡은 스승 같은 존재. 오늘날의 외교부장관 격인 경험 많은 정치 책략가로 세종(독고영재), 미생(정웅인)등 미실 측과 노선을 달리하는 한편 덕만에게 힘을 실어주는 유일한 중신이다. <삼국사기>에서는 “선덕여왕 원년 2월에 대신인 을제에게 ‘총지국정’ (摠持國政) 토록 했다”고 나올 만큼 나라의 정사를 다스린 큰 인물.
미실(고현정): 에서 “백 가지 꽃의 신묘함을 뭉쳤고 세 가지 아름다움의 정수를 모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빼어난 용모를 타고났고, 왕의 혼인상대가 되는 자들을 공급했던 ‘대원신통’의 자손으로 “방사에 능하고 음사를 잘하는” (성적 기술과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 여자였다. 진흥왕의 총애에 이어 진지, 진평왕의 품을 옮겨가며 세력을 키우는 것도 모자라 다양한 화랑들의 쥐락펴락하며 황후라는, 자신이 꿈꿀 수 있는 최대치의 권력을 향해 긴 싸움을 해나간다.
고현정 曰: “힘으로만 치면 왕이 될 수 있었던 여자인데 시대와 신분을 타고나지 못했고, 결국 모든 기운과 모든 힘을 다 동원해서 오로지 그 자리에 한번 올라가보겠다고 기를 썼지만 어쨌든 역사적으로 선덕에 가려진 인물이다. 처절하게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미실이 쫓고 있는 것이 황후의 자리라고 설명되지만, 그것은 어쩌면 권력의 힘을 본 여자의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의 손에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그 여자로 하여금 실제로 있지도 않은 그 허망한 무엇을 ‘황후’라는 이름을 붙여 쫓게 만든 건 아닐까. 그나저나 여러 왕들도 모자라 여러 애인들이 있는 설정은 아주 좋은 것 같다. (웃음)”
설원랑(전노민): 미실의 연인이자 후원자. 제 7대 풍월주로 ‘설화랑’이라고도 한다. 는 ‘미실에게 끝까지 처음과 같이 한 자는 설원랑’이라 기록하고 있다. 훗날 미실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몇 달 동안 일어나지 못하자 밤낮으로 간호하다 그 병을 대신 얻고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드라마 속 설원랑은 이런 순정의 인물보다는 지략과 모사가 뛰어나 미실을 위해 모든 군권을 통제하는 정치적 인물로 그려진다.
전노민 曰: “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르지 못하게 막고, 미실의 온갖 계략을 실행에 옮기는 행동 대장이자 선봉장이다. 그러나 설원랑이 모든 악역을 자임하는 것은 오로지 미실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좋은 기존 이미지를 배반하는 악역이기도 하고 출연배우들의 면면이 워낙 대단해서 사극 DVD를 열 몇 개씩 보면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비담(김남길): 미실의 아들. 아버지인 진지왕(임호)은 진흥왕(이순재) 사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실의 도움을 받아 왕위에 오른다. 그러나 자신을 정실황후로 삼겠다는 약속을 진지왕이 저버리자 미실은 매정하게 그들 사이에 낳은 자식 비담을 버리고, 사도태후와 화랑들의 도움을 받아 진지왕을 폐위시킨다. 어머니에게 버려진 후 문노의 손에 키워진 비담은 위기에 빠진 덕만을 만나 각별한 기억을 나눈다. 그러나 이후 문노와 미실의 대화를 통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이제 어머니가 가지 못했던 그 길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진격해나간다.
김남길 曰: “‘비담의 난’ 등 정사에 기록된 역사적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선덕여왕, 김유신, 김춘추와 달리 한 번도 드라마 안에서 다뤄진 적이 없었다는 데서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악역 혹은 선한역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캐릭터고, 사람이 점점 변해가는 과정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역할이다.”
칠숙 (안길강): 미실의 호위무사. 자신을 위협할 싹을 자르기 위해 덕만을 죽이라는 미실의 미션을 받고 중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어린 덕만과 유화를 쫓아 궁지에 빠트리고 결국 유화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이후 칠숙은 석품과 함께 ‘석품의 난’을 일으키게 되지만, 이 봉기에 슬기롭게 대처한 덕만은 와병중의 진평왕에게 더욱 큰 신뢰를 이끌어내면서 여왕의 자리에 오른다.
안길강 曰: “칠숙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무표정의 미학을 담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멘토와도 같은 미실을 목숨을 바쳐서라도 살려야 하는, 오늘날로 말하면 영화 의 케빈 코스트너 같다고 할까?”
세종(독고영재): 미실의 남편. 젊은 시절 어머니인 지소태후가 아들의 짝을 찾기 위해 미혼의 진골여인들을 선보이자 그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미실을 점찍는다. 그러나 지소태후가 미실을 미워해 궁 밖으로 내쫓게 되고, 미실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접지 못한 세종은 끝내 병이 난다. 이로 인해 다시 미실은 궁으로 귀환하지만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에게 세종은 성에 차지 않는 그릇이다. “미실은 어느 사내든 혼자서는 차지할 수 없는 여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남편이었지만 친구 같은 관계를 이어간다. 미실과의 사이에 하종(김정현)을 낳는다.
미생(정웅인): 미실의 남동생. “용모가 수려하고 말에 운치가 있어 한번 눈길을 주면 따르지 않은 여자가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미생은 누나의 후광으로 제 10대 풍월주에 오르긴 했으나 주색잡기를 좋아하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전형적인 한량이다. 그러나 피를 나눈 누님, 미실의 명이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무조건 따르며 고귀한 귀족들을 방탕과 환락으로 이끌어 미실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돕는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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