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과 아벨> SBS 수-목 10시 마지막회
무려 2년 넘는 기획기간 끝에 공개된 ‘SBS판 에덴의 동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본 모티브 겸 제목은 ‘카인과 아벨’이었지만, 이 작품은 카인의 범죄 말고도 성경의 많은 일화들을 차용해 왔다. 동생 초인(소지섭)을 없애면서까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선우(신현준)의 몸부림은 야곱과 에사우의 장자권 다툼을, 죽음의 문턱에서 초인에게 제 목숨을 맡김으로써 용서를 비는 그의 행보는 돌아온 탕자의 참회를, 그런 형을 향한 초인의 용서는 야곱의 아들 요셉과 형들의 화해를 연상케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두 형제를 죄와 고통의 감옥에서 구해낸 서연(채정안)과 영지(한지민) 캐릭터였다. 두 여인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재연하듯 두 형제를 품어 안은 모습의 타이틀 화면은 한눈에 봐도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에 기댄 것이었다. 특히 초인에 의해 구원되고 종국에는 초인의 구원자가 된, 곧 그 자신이 막달라 마리아이면서 성모 마리아였던 영지는 ‘인간에겐 오직 인간만이 구원’이라는 드라마의 주제를 명징하게 드러낸 인물이었다. 사실 성경은 한 종교의 경전이기 이전에 특정 민족의 일상적 역사적 경험을 집대성한 신화집이고, 거의 모든 유형의 인간관계와 갈등이 등장하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교과서다. <카인과 아벨>은 아주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이 거대한 신화집이 다뤄온 인류 보편의 화두들을 적절히 발췌 편집함으로써 흡인력 있는 서사구조를 획득한 작품이었다.
글 김은영

<해피 투게더 3> KBS2 목 밤 11시 5분
일주일 중 가장 피곤한 시간은 아마도 목요일 밤일 것이다. 주중의 피로가 잔뜩 쌓인 데다 아직 금요일의 일과가 남아 있는 시청자들에겐 더 이상 TV 프로그램을 위한 집중력 따위는 남아 있지 않다. KBS <해피 투게더 3>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 ‘캐비닛 토크’, ‘묻지마 사우나’ 등 코너가 나뉘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불특정 주제의 무규칙 수다가 이어지는 분위기에서는 찜질방 옷을 입고 춤을 춰도 예쁜 손담비와 얼굴도 목소리도 전혀 늙지 않았지만 이젠 어딜 가도 ‘마나님’ 포스가 느껴지는 이선희, 눈치 보지 않고 독특한 정신세계를 펼쳐놓은 SS501의 김규종이 그런대로 어울려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물론 엄마 가락지 팔아 여자친구 선물 사느라 금 시세를 달달 외웠던 MC몽이나 고등학교 시절 쌀 과자 공장에 취업을 나가 “아버지가 농사지으신다는 이유로 쌀 포대 나르는 일을 배정받았던” 이수근처럼 살면서 다양한 ‘사고’를 쳐 본 이들이 토크의 중심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듯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토크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MC들의 노련함 덕분이다. 특히 MC 몽이 이수근의 민망한 배설 에피소드를 폭로하느라 지나치다 싶은 수위를 넘나들고 있을 때 “장이 짧아서 그래~”라는 말로 슬쩍 받아 방향을 전환하는 박미선의 센스는 늘 그렇듯 발군이었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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