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날이었다. 일도, 가족도, 연애도 무엇 하나 마음처럼 되는 것이 없어 서러움이 턱 끝까지 차오른 아침이었다. 간신히 스스로를 다독이며 출근하는 길,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귀에 꽂아 놓은 이어폰에서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보편적인 노래>는 브로콜리 너마저가 EP <앵콜요청 금지>의 발매 이후 1년을 조금 넘겨 완성한 이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서투른 연주와 조악한 음질은 EP에 비해 개선되었고, 쉽고 편한 멜로디와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통찰이 빛나는 가사들은 여전하다. 그래서 완성도를 아쉬워하는 것과 별개로 <보편적인 노래>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필요한 것은 잘 만든 노래보다 나와 소통할 수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관계에 대한 한편의 시처럼 흘러가는 첫 번째 트랙 ‘춤’을 지나 흥얼거리다보면 EP에도 수록되었던 ‘안녕’의 아픈 구절에 도달하게 된다. ‘힘들 때 했던 나쁜 말들은 눈감아주자’는 가사는 언제 들어도 심장을 찌른다. 앨범의 말미, ‘보편적인 노래’는 보편적인 위로가 되어 듣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누군가 큰 손으로 말없이 정수리를 쓸어주는 기분에 빠져 급기야 참았던 울음의 둑이 무너져 버리게 된 것도 이 노래가 끝날 무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유자차’는 우는 시간을 잠자코 기다려 주는 친구처럼 따뜻하다.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로 가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 노래를 다 듣고 나면 눈물을 닦고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에 부풀게 된다. 앨범이 발매 된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이 앨범을 듣고 또 들었다. 그만큼 좋은 앨범이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위로가 필요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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